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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등록금 반환’ 홍보하고선, ‘소송 학생 제외’ 꼼수 쓴 대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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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장학금 대상에서 등록금 반환소송 학생 제외
'소 취하 시 장학금 받을 수 있다' 고지

한국일보

경북대 본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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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전원에게 코로나19 특별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한 대학 중 일부가 등록금 반환 집단소송에 참여한 학생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며 소송 취하를 회유하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이 대외적으로는 등록금 반환을 생색내면서, 뒤로는 학생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소송가액이 대학의 반환금보다 큰데다, 법적으로 반환 사례를 남길 경우 향후 유사 사례 때도 반환해야 해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는 대학 측의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해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집행위원장은 14일 “7월 말부터 소송 참여 학생들 중 소송 취하를 문의하거나 요청하는 건수가 100여건에 이른다”면서 “학교 측으로부터 소송 취하 압박을 받는다는 제보를 받고 있어 실태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북대가 배포한 ‘코로나19 특별장학금 지급 안내’를 보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학기 학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납부한 등록금의 10%를 특별장학금으로 지급한다’면서도 ‘등록금 반환 소송 참여 학생은 제외’라고 명시하고 있다. 전액 장학금 수혜자나 1학기 휴학·제적·자퇴한 경우 등이 아니라면 모든 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지만, 등록금 반환 소송한 학생들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대신 ‘특별장학금 지급대상자 확정일인 8월14일까지 소를 취하할 경우 특별장학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 공지를 받은 일부 학생들은 소송을 취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 관계자는 “소송결과 정부가 패소하면 소송가액을 지급하고 정부가 승소하면 일반학생처럼 특별장학금 10%를 지급할 계획”이라면서도 “모 국립대는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소송을 취하했고 경북대는 130여명 남은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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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가 배포한 코로나19 특별장학금 안내문. 등록금 반환 소송학생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안내했다. 전대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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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사립대의 경우 최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특별장학금 지급 안내문을 배포하면서 ‘등록금환불 관련 소송 참여 학생과 소송 취하 학생 명단이 학교로 전달됐고, 법적 대응 전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니 설명회를 가지고자 한다’는 취지의 공지를 함께 발표하기도 했다. 대화 형식이지만 사실상 소 취하를 회유하기 위한 자리로 학생들은 보고 있다.

전대넷에 따르면 소송을 제기한 학생이 적은 대학의 경우 대학본부 등에서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소송을 취하하도록 압박·회유하는 일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생은 “단과대 학장이 따로 호출해, 소송을 주도하였느냐고 묻고는 왜 쓸데없이 그런 걸 하냐고 멋대로 행동하지 말라고 호통치고 삿대질을 했다”고 토로했다.

전대넷은 등록금 소송 학생이 실제 불이익을 받은 사례를 추가로 조사하는 한편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문제를 공론화할 계획이다. 이해지 집행위원장은 “대학의 부당한 ‘소송 취하’ 압박에 대해 책임을 따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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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사립대가 배포한 코로나19 특별장학금 안내문. 등록금 반환소송 학생 명단을 갖고 있으며 법적 대응 전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안내했다. 전대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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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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