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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 민심 이반 참혹한데 그게 일시적 현상이라는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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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와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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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로 추락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이 역전됐다. 총선에서 승리한 지 불과 넉달 만에 민심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것이다. 여권은 민심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정운영 전반을 되돌아봐야 한다.

갤럽이 14일 공개한 8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5%포인트 떨어진 39%를 기록했다. 취임 후 최저치다. 부정 평가는 53%로 취임 후 최고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13%포인트), 연령별로는 30대(17%포인트), 성향별로는 중도(8%포인트)와 진보(7%포인트)에서 지지율 하락폭이 컸다. 문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층까지 등을 돌리고 있다는 의미다. 리얼미터의 전날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는 통합당이 36.5%로 33.4%의 민주당을 앞질렀다. 2016년 10월 이후 근 4년 만의 역전이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실망은 여권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었다. 민주당은 ‘임대차 3법’ ‘부동산 3법’을 속전속결로 통과시켰고, 정부는 부동산 공급 확대 대책을 내놨지만 시민 평가는 차갑다. 여권의 일방적 국회 운영,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내로남불’식 대응,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볼썽사나운 대결 등도 민심 이반을 부추겼다.

더 큰 문제는 민심과 괴리된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청와대 참모진 6명이 다주택 논란으로 사표를 냈는데 문 대통령은 여론이 주목하는 노영민 비서실장을 유임시켰다. 부동산정책 혼선 책임이 큰 김상조 정책실장도 그대로 뒀다. 민심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대통령의 인사에서는 반성이나 쇄신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집값이 진정되는 양상”이라며 시민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였다. 여당 내부에서도 이번 지지율 하락이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나만 옳다는 오만함의 결과이거나 시간이 지나면 지지율이 회복될 것이란 안이한 발상이다.

진정한 위기는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할 때 시작된다. 여권에는 지금이 그런 시기다. 지금보다 더 민심이 돌아서면 회복할 수 없는 국정동력 상실의 단계로 진행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민심의 경고를 준엄하게 새기고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을 다잡아야 한다. 여당도 통법부 역할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고충을 살피고 정책에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문 대통령과 여권이 현 상황을 집권 후반기를 앞두고 심기일전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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