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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세상과 당당하게 소통하는 농인 소녀 [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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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나의 고래를 위한 노래
린 켈리 지음·강나은 옮김
돌베개 | 304쪽 | 1만4000원

주인공 아이리스는 당돌하다 싶을 정도로 똑똑하고 용감하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항상 “전학생 같은 기분”이다. 학교 유일의 ‘농인’이기 때문이다.

담임선생은 아이리스를 노골적으로 무시한다. 같은 반 친구는 엉터리 수어로 일방적인 도움을 베풀어놓고는 혼자 뿌듯해한다. 아이리스의 아빠는 딸과 대화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언어 머리’가 없다는 핑계로 수어를 배우지 않는다. 그래도 아이리스는 씩씩하다.

과학수업 시간 아이리스는 ‘블루55’란 고래가 나오는 영상을 본다. 블루55는 대왕고래와 참고래 사이에서 태어난 혼종고래다. 처음에는 무리에 속해 있었지만 어느날부터인가 혼자 다니는 ‘외톨이’ 고래다. 블루55는 다른 고래들과 다른 소리를 낸다. “대부분의 고래가 35㎐나 그보다 낮은 주파수의 소리를 내는데, 이 외로운 고래는 55㎐ 언저리의 소리를 낸다. 고작 20㎐인데도 큰 차이다. 이 고래는 자기만 아는 언어로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수업 중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묻는다. “그 오랜 세월 아무하고도 대화하지 못한 채 바닷속을 헤엄쳐 다니는 게 어떤 일일지 상상이 되니?” 아이리스가 수어로 대답한다. “네.” 아이리스는 블루55를 위해 직접 만든 노래를 전해주기 위해 알래스카로 향한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소설이다. 저자 린 켈리는 25년간 수어통역사로 일했다. 자신이 만났던 재밌고 똑똑한 농학생들을 모델로 아이리스를 만들었다. 블루55는 1989년 북태평양에서 소리가 잡혔지만 여태 누구도 만나 본 적 없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52㎐ 고래가 모델이 되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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