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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사설] 광복 75주년, 지도자들은 미래를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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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5주년을 맞는 날이다. 광복된 지 두 세대가 넘는 세월이 흐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과거에 얽매여 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더해 2018년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에는 핵심 소재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등으로 한일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 결과 한일 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빠져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는 반일감정이 확산되고 있고 일본에서는 도를 넘는 혐한 발언이 그치지 않는 것이다.

한일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중심에는 과거사 문제가 있지만 양국 지도자들의 무책임 탓도 크다. 한일 관계가 단절되며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일감정을 자극해 관계 회복을 더 어렵게 만드는 이들도 있다. '파묘법'을 발의한 일부 여당 의원들이 그렇다. 국립묘지에 안치된 친일 인사의 묘를 강제 이전하겠다는 것인데 언제까지 과거사 논쟁에 매달릴 건지 답답할 뿐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밤낮 옛날 일로 그러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국과 일본의 원로 지식인과 시민단체들은 양국 관계를 이대로 방치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중이 패권전쟁을 벌이면서 동아시아 지역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북한의 핵 위협이 지속되고 있어 한일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일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두 나라 국민과 기업들에 돌아갈 것이고 한·미·일 안보협력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양국 관계 회복은 시급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오늘 광복절 메시지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종전 기념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지난해에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모두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이렇다 할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양국 지도자는 이제라도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를 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국 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말고 무너진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당장 해결이 쉽지 않은 과거사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협의하고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종료 등 보복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는 철회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 지향적 관계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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