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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내 재판 왜 말하고 다녀" 판사가 판사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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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가 자신이 맡은 재판 관련 내용을 외부로 유출했다며 동료 판사를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 고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수사하고 있다. 판사가 사건 내용 유출로 동료와 고발전까지 벌이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던 A판사는 '분당차병원 신생아 낙상 사건'의 1심을 맡았다. 이 병원 의사들은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려 사망하게 하고 이를 2년 넘게 은폐한 혐의를 받았다. 사건 기록을 검토한 A판사는 같은 방을 쓰던 B 판사에게 '의사들을 법정구속 해야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동기로 평소 자주 밥을 먹으며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다고 한다.

고발장 등에 따르면 B판사는 이 말을 친분이 있던 C변호사 등에게 옮겼고, 결국 A판사의 발언은 피고인 의사들에게까지 전달됐다고 한다. 피고인은 올 초 A판사가 '사건에 대한 예단을 드러냈다'며 법관 기피(忌避) 신청을 냈다. 그러나 A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 2월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B판사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법원 안팎에선 고발 주장이 사실이라면 두 사람의 행동 모두 법관 윤리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A판사가 자신의 심증을 노출하고 B판사가 그 내용을 외부로 옮긴 행위는 법관윤리강령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B 판사는 "여러 판사가 식사하는 자리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재판에 관한 민감한 정보는 없었고 사건에 관한 일반적 내용으로만 기억한다"며 "들은 내용을 변호사에게 전달한 사실이 없고 고발 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법원행정처는 "올 초 A판사가 B판사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며 고발 사실을 알렸다"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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