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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물감 묻은 내 손… 이제는 자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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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아시아프 시상식… 아시아 청년 작가 500명 참여

목적(目的)은 '본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대개 먼 곳을 향한다. 하지만 화가 최청운(30·영국 팔머스대 졸업)씨는 "내 눈앞의 풍경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영국의 해변 마을로 건너가 3년간 공부했다. "한국에서는 목적 지향적이었다. 경쟁적으로 그렸다. 환경이 바뀌면서 거창한 의미 대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에 집중하게 됐다." 그는 올해 '아시아프'에 드로잉과 영상 작품 한 점씩을 출품해 최고상인 '아시아프 프라이즈 우수상'을 받았다. "그저 작업실 앞 미모사 꽃이 피고 지는 색감을 그리고, 산책길에 마주한 고양이와 햇살의 흐름을 촬영했다. 주변의 미약한 존재에 대한 관심이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큰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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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아시아프’ 수상자들. 왼쪽부터 김승환, 최청운, 신채영, 박미정, 박정우, 소범수, 엠디 사비르 알리 작가. 개인 일정 탓에 시상식에 불참한 임진성 작가는 아들(맨 오른쪽)이 대리 수상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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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청년 작가 축제 '아시아프' 시상식인 '2020 아시아프 프라이즈'가 14일 서울 홍익대학교 홍문관에서 열렸다. 조선일보사와 홍익대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총 500인의 아시아 청년 작가가 참여해 작품 1000여 점을 선보였다. '아시아프 프라이즈 우수상'(상금 200만원)은 최청운, '아시아프 프라이즈 본상'은 김승환(33·계명대 졸업), 소범수(23· 고려대 재학), 신채영(23·한예종 대학원 재학), 박정우(28·중앙대 대학원 졸업)씨가 받았다. 김승환씨는 시상식장에서 계속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과 악수할 때마다 물감 묻어있는 내 손이 창피했는데 오늘은 자랑스럽다." 우수상과 본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창작지원금 200만원과 100만원이 주어졌다. 소범수·신채영씨는 "받은 상금은 좋은 물감 사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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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6세 이상의 작가를 위한 '히든아티스트 프라이즈'(상금 200만원)는 박미정(55·한양대 졸업), 임진성(51·홍익대 대학원 졸업), 엠디 사비르 알리(37·인도 비스바바라티대 대학원 졸업)씨에게 돌아갔다. 미술을 전공했으나 오랜 세월 전업 주부로 지내온 박미정씨는 특히 감격에 젖었다. "나이 오십 넘어 아이들 다 키워놓고 사진 공부를 시작했다. 내 목적은 '나 자신을 찾는 것'이었다.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을 카메라로 찍었다. 내 얘기를 풀어낸다는 게 너무 좋았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일까지 벌어졌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 같다." '아시아프'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수상자가 된 인도 화가 알리는 2014년부터 한국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인도에 있을 때 한국 민화(民畵)를 보고 매료돼 그 요소를 차용해 그림을 그린다"며 "한국과 인도, 서양의 이미지를 혼융해 얼핏 멀어보이는 간극을 잇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입장권 사전 예약제를 시행했고, 긴 장마까지 겹쳤음에도 관람객 1만명을 돌파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선우 홍익대현대미술관장은 "기존 전시에서는 접할 수 없던 문제의식과 시선을 확인하는 기회였다"고 평했다. '아시아프'는 오는 16일 폐막하지만 작품은 내년 7월까지 온라인(artisty.co.kr)으로 관람·구매 가능하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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