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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사설] 문 대통령이 말하는 '피해자 중심주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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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 축사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피해자 중심주의"라고 했다. "할머니들이 '괜찮다'라고 하실 때까지 할머니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여성 인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해왔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행사에 대표적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네 번이나 모신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용수 할머니가 "30년간 속을 만큼 속았다"며 민주당 윤미향 의원을 가해자로 지목하면서부터 대통령은 돌변했다. 윤씨가 대표였던 정의연과 윤씨의 횡령 의혹이 구체적으로 쏟아지는데도 문 대통령은 "일각에서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대의를 손상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고 했다. 대통령 지지자들은 할머니를 '치매 노인' '토착 왜구'라고 공격했다. 검찰은 수사 3개월 만에야 윤 의원을 처음 불러 조사했다. 그 수사가 정말 진상 규명을 위한 것인지, 윤 의원과 정의연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인지는 곧 드러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은 사건 초기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불렀다. 가해자인 박 전 시장을 무죄 추정 원칙을 적용해 감싼 것이다. 성범죄를 다루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뒤늦게 청와대 대변인이 "피해자 입장에 공감한다"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는데 곧바로 청와대 관계자가 "대변인 개인의 입장이다. 청와대를 대표한 것이 아니다"라며 뒤집었다. '청와대 입'의 말을 주워담게 할 사람이 대통령 말고 누가 있나.

'피해자 중심주의'란 피해자가 입은 상처와 아픔을 공감하면서 우선적으로 그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과 여권은 가해자가 일본이나 정치적으로 반대 진영에 속해 있을 때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피해자 중심주의'에 철저했다. 그러나 박원순 전 시장, 윤미향 의원같이 자기편 사람이 가해자로 등장하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문 대통령이 말하는 '피해자 중심주의'는 도대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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