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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현미경] 힐러리 이어 해리스에게도… '내스티 우먼' 낙인찍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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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넘게 나댄다'는 의미 포함돼… 정적들을 하찮은 여자로 낮춰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민주당 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에게 연일 "내스티 우먼(nasty woman·못돼먹은 여자)"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그는 해리스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11일(현지 시각)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에게 내스티했다"고 하더니, 12일엔 "보수 대법관 브렛 캐버노에게 끔찍할 정도로 내스티했다"고 말했다. 해리스가 TV 토론에서 바이든을 공격하고, 인준 청문회에서 캐버노를 몰아세운 걸 두고 하는 말이다. 트럼프는 "이 내스티 우먼이 아무리 설쳐도 교외 지역(백인 중산층)의 착한 주부들은 내게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미 언론들은 처음엔 "트럼프가 해리스의 약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막연한 인신공격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여성인 해리스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란 해석이 나온다.

'내스티(nasty)'는 떼쓰는 아이나 불쾌한 상황, 형편없는 물건 등에 두루 쓰는 형용사다. 그러나 여성에게 쓸 경우 '주제넘게 나댄다' '되바라졌다' '짜증나게 군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반면 남성에겐 '만만치 않다' '터프하다'는 긍정적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TV 토론 도중 상대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에게 대놓고 "내스티 우먼"이라고 했다. 당시 백인 저학력 남성들이 가진 엘리트 여성에 대한 열등감과 거부감을 이 단어로 표현해 지지층의 호응을 얻어냈다.

취임 후 트럼프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같은 민주당 여성들은 물론, 자신을 비판한 공화당 소속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바버라 부시에게도 이 말을 썼다. 영국 왕손 부인 마클, 캐나다 여성 외무장관, 덴마크 여성 총리 등에게도 '내스티'를 난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 "트럼프의 '내스티 우먼'은 자신을 위협하는 거물 여성을 하찮게 여기라는 휘슬"이라며 "언론은 이 암호를 여과 없이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로 집사 역할을 했던 마이클 코언 변호사는 13일 회고록 '불충(Disloyal)' 출간에 앞서 서문을 공개하고 "트럼프의 골든 샤워(golden shower·변태 성행위의 일종)부터 탈세 등 모든 것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코언은 트럼프의 돈·여자 문제 등의 뒤치다꺼리를 맡아 '해결사'로 불렸지만 '러시아 스캔들(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 특검 수사에 협조하며 트럼프에게 등을 돌렸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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