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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편집자 레터] 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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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한수 Books팀장


점심 메뉴가 하필이면 고등어구이였지요. 건너 자리 선배가 가수 루시드폴의 노래 ‘고등어’ 얘기를 꺼냈습니다. 가사는 고등어의 시점으로 이렇게 얘기하네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튼튼한 지느러미로/ 나를 원하는 곳으로 헤엄치네/ 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나는 또다시 바다를 가르네/ (중략)/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고등어는 서민 음식이지요. 비교적 저렴한 값으로 풍부한 단백질을 아낌없이 줍니다. 요즘 노르웨이산(産)이 많은데 뭐 대수인가요. 루시드폴이 말하듯 돈 없는 사람도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너른 바다를 건너온 고등어가 고마울 따름입니다. 고등어에 대한 절창으로 김창완(산울림)의 ‘어머니와 고등어’를 빼놓을 수 없지요.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습니다. 어머니는 코를 고시며 편안하게 주무시고, 자식은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구이를 먹을 수 있네’라고 기뻐합니다. 순간 고마움을 느끼지요. ‘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걸’ 하고요.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공지영 소설 ‘고등어’(해냄)는 1994년 출간 당시 ‘운동권 후일담 문학’으로 주목을 받았지요. 등 푸른 자유를 포기하지 않고 소금에 절여져 있지 않던 때를 회고합니다. 엊그제 공지영 작가가 소셜미디어 활동을 접는다고 했습니다. 응원합니다. 소금에 절여져 더 맛을 내는 소설로 말씀하기를 기원합니다. 이 모든 얘기, 하필이면 고등어구이가 점심 메뉴였던 까닭입니다.

[이한수 Books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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