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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조국·추미애, 음모론 앞세워 국민에 싸움 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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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의 이슈&북스] ‘음모론의 시대’



"음모론의 세상에는 두 진영만이 존재한다. 적과 우리 편, 나쁜 놈과 좋은 놈, 이익을 보는 자와 손해를 보는 자, 꾸미는 자와 넋을 놓은 자, 아는 자와 모르는 자. 모든 세상 사람은 두 계급으로 나뉜다. 대화? 타협? 협력? 음모를 꾸며 우리 세상을 없애려는 적은 그럴 대상이 아니다. 적은 단지 섬멸의 대상일 뿐이다."('음모론의 시대' 31쪽)

서강대 전상진 교수의 저서 ‘음모론의 시대’ 한 대목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음모론 배후에 흑백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책은 음모론자를 5개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이 가운데 가장 위험하고 해로운 유형으로 ‘마녀 사냥꾼’ 유형을 꼽는다. 권력자들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조선일보

중세 마녀사냥을 그린 그림. 마녀로 지목된 자가 자신이 마녀가 아님을 입증하지 못하면 화형에 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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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종교재판관은 생사여탈권을 쥔 무서운 권력자였다. 마녀로 낙인찍을 권력과 마녀로 지목된 이를 처벌할 물리력을 함께 가졌다. 종교재판관은 누군가를 마녀로 지목할 때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녀로 지목당한 사람이 자신이 마녀가 아님을 입증해야 했다.

그런데 이런 마녀 사냥식 누명씌우기와 음모론이 여권의 윤석열 검찰총장의 퇴진 압박에 동원되고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최근 페이스북에서 "검찰이 지난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총선 패배를 예상하고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위한 밑자락을 깔았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이 글에서 "검찰이 탄핵을 준비한 시기가 작년 하반기 초입"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줬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이 집권당의 4·15 총선 패배를 예상했다는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자유한국당보다 두배 이상 높았기 때문에 여당의 총선 패배를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검찰은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선 “법무부 장관 출신 맞느냐? 밑도 끝도 없는 음모론이다”라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음모론을 펼치더라도 좀 그럴듯하게 하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검찰과 진 전 교수 모두 조 전 장관의 주장을 근거가 희박한 ‘음모론’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법무장관까지 지낸 조 전 장관이 음모론을 펴는 이유는 그가 같은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유추할 수 있다. 조 전 장관은 “한국 검찰은 준(準) 정당처럼 움직이며 한국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허구”라고 주장했다. 한국 검찰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파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 검찰의 탄핵 음모론을 들고 나왔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일보

음모론이 사회에 퍼지는 이유를 밝힌 책 '음모론의 시대'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조 전 장관의 행보를 이렇게 분석했다. "그만큼 문 정권이 느끼는 절박감을 입증한다.(…) 위기의 산물이자 몰락의 징후다."

윤 교수 지적대로 이 정권은 지금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30대~40대들의 민심이 급속히 돌아섰다. 대통령 지지율은 부정적 평가가 긍정평가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여당과 제1야당 간 지지율이 뒤집혔다. 지금 당장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치르면 모두 야당이 유리한 상황으로 나온다.

추미애 법무장관도 ‘검찰 음모론’에 동조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엊그제 채널A 전 기자에 대한 검찰 공소장이 공개됐다. 추 장관은 채널 A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을 기정사실화했으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까지 박탈했다. 그런데 막상 공소장엔 공모를 입증할 스모킹 건, 즉 결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한 검사장이 채널A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주장만 갖고 그를 좌천시키고 죄인으로 몰아가려 했다.

유착 음모론의 최종 목적지는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비리 의혹과 유재수 감찰 중단 의혹 등 '살아있는 권력'에 손을 댄 윤 총장을 쫓아내기 위해 여권이 법무부와 검찰을 앞세워 총공세를 벌이는 양상이다. “윤석열 총장이 총선에 개입하려 했다” “윤석열 검찰이 대통령 탄핵이 밑자락을 깔았다” 등등 온갖 음모론도 이런 목적에 동원되고 있다.

이 정권이 무책임하게 제기하는 온갖 음모론이 윤 총장을 향하고 있다. 그러면서 윤 총장에게 “네가 마녀가 아닌 증거를 대라”는 식으로 억지를 부린다. 그러나 검언유착이니, 검찰개혁이니 하며 일으키는 온갖 소동이 음모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국민은 알고 있다. 이 정권은 실체도 근거도 없이 음모론으로 무고한 사람 괴롭히고 국민 속이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동영상을 클릭하면 더 자세한 내용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김태훈 출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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