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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르포]광복 75주년 듬직한 독도에 최남단 이어도까지...우리바다 지키는 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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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3일 독도 인근 해상에서 경비함 3007호에 승선한 해양경찰관들이 태극기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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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초계기 챌린저호(CL-604) 창밖으로 독도가 보였다. 광복절을 코앞에 둔 시기라서 그런지 서도와 동도가 한결 의젓해 보였다. “요즘은 일본 순시선이 많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독도 근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전탐사(전방탐지) 팀장을 맡고 있는 해경 안상대 경감의 말이다.

◇광복 75주년… 의젓한 독도 상공을 지키는 해경 초계기 챌린저호

광복절을 며칠 앞둔 지난 12일. 서울 김포공항을 출발해 이어도와 독도를 돌아 귀환하는 해경의 항공 순찰에 동행 취재 기회를 얻었다. 지긋지긋한 장마 탓에 전날까지 정상 운항이 불가능했지만 이날은 기상이 나쁘지 않아 다행히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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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챌린저호./해경 제공


해경의 챌린저 호는 2001년에 도입된 이후 20년째 해경의 주력 기종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고 시속 833㎞까지 낼 수 있고 최대 8시간 동안 5926㎞를 날 수 있다. 최대 200마일까지 탐지가 가능한 레이더와 적외선 카메라 장비까지 갖췄다. 2012년엔 필리핀 해역까지 날아가 제주 선적 화물선 침수 사고로 조난당한 선원 17명을 구조한 적도 있다.

오후 1시 김포공항을 출발한 챌린저 호는 서해로 향했다. 인천 옹진군 선재도와 영흥화력발전소를 지나 서해특정해역에 들어서자 레이더에는 빨간 직사각형이 표시됐다. 접경지역인 이 해역에서는 우리 어선들도 제한된 해역·시간에만 조업할 수 있고, 다른 나라 어선들의 조업은 철저히 금지된다. 전탐사 박진훈 경장이 담당하는 레이더 화면에는 출항에 나선 수백척의 배들이 노란 점으로 표시됐다. 이날 서해 먼 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내린 탓인지 불법 조업 중국어선들은 보이지 않았다.

◇불상의 구명벌 발견에 긴장… “하늘에서 꼼꼼히 살펴야”

잠시 후 안상대 팀장이 “전북 군산 남서쪽 40여 ㎞ 떨어진 해상에서 불상의 구명벌(구명보트) 1개가 발견됐다”고 알려줬다. 현장에 출동한 해경 함정으로부터 구명벌 안에 사람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어왔지만 혹시 있을지도 모를 조난자를 수색하기 위해 추가 정찰이 필요한 상황. 해당 지역에 가까워지자 적외선 감시 장비(FLIR)를 조작하는 전탐사의 양손도 바삐 움직였다. 안 팀장은 “발견된 구명벌은 중국 어선 물건으로 추정된다”며 “조난자 발생이나 불법 침투 등 특이 동향을 배제할 수 없어 하늘에서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이렇다 할 이상 징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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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 확인하며 통신하는 안상대 경감./해경 제공


잠시 후 목포 서쪽 180㎞ 해상에서 14척의 중국 어선 무리가 발견됐다. 챌린저호가 급히 현장으로 이동했다. 1000피트 상공에서 지켜본 중국 어선들은 그러나 자국의 경계 수역 안에서 합법적 조업을 하고 있었다.

챌린저호는 전남 홍도와 흑산도를 지나 가거초 해양과학기지로 이동했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 이어 국내 2번째로 세워진 종합 해양 과학기지다. 구름이 잔뜩 낀 중부지방과는 달리 강한 햇볕 속에 높이 46m의 기지가 뚜렷하게 보였다. 남쪽으로 40여분을 더 내려가자 이어도 기지가 보였다. 이어도는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 서남쪽 149㎞에 위치한 암초로 가거초 기지처럼 수중 암초 위에 과학기지 시설물이 건립돼 있다.

◇이어도 과학기지 옆엔 해경 1505함이

이어도 주변 해저는 우리나라 대륙붕에 속해 있지만 중국도 이어도 인근 해역 및 중첩수역 내에서 해양조사를 하는 등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6월엔 중국 정찰기가 이어도 서쪽에서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으로 진입한 뒤 대마도 남쪽을 경유해 북상한 적이 있다. 이어도 과학기지 근처엔 제주해경 1505함이 가상의 불법 조업 외국 어선을 겨냥해 소화포 훈련을 펼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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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해역을 지키는 해양경찰 경비함정 1505함이 이어도 근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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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를 벗어난 챌린저호는 부산과 대마도 사이 대한해협으로 빠져 독도로 향했다. 오후 5시10분 독도에 도착한 챌린저 호는 150m 상공까지 저공 비행을 하며 독도 인근을 순찰했다. 인근 바다에선 해경의 3000t급 경비함 3007호가 역시 양갈래포 소화포를 내뿜으며 훈련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독도 상공을 3차례 선회한 챌린저호는 특이 동향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다시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해경은 지난해에 독도와 이어도를 돌아오는 항공 순찰을 152회 실시했다. 기상 상황이 양호하면 거의 매일 나간다는 게 해경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 불법 조업 중국어선 269척을 쫓아냈으며 불법 고래 포획 등 어선들의 불법 행위 13건을 적발했다.

김기연 중부해양경찰청 항공단장은 “해경은 우리 바다 주권을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빈틈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석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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