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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글로벌 팬데믹, 불경기 시대에 글로벌 리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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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희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2018년 7월, 미국이 340억 달러 가량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며 중국과 무역 전쟁이 시작됐다. 당시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미국과 중국 경제는 서로에 깊이 의존하고 있기에 양국은 머지않아 협상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양국의 갈등은 지속되고 있으며, 오히려 다각도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는 양국이 불가피한 전략적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는 견해가 다수다.

실제로 올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홍콩 특별지위 박탈 △미국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등 중국 관료 제재 △중국의 마크 루비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장 대행 등 미국 인사 제재 △중국 휴스턴 주미 영사관 폐쇄 △미국 청두 주중 영사관 폐쇄 △미국의 화웨이(华为)·틱톡(抖音)·위쳇(微信) 등 중국 IT산업 제재 △앨릭스 에이자(Alex Azar)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의 타이완 방문 및 총통과의 만남 등으로 미중은 물론 전 세계 언론이 시끄러웠다.

현재 미중은 이러한 갈등과 주고받기식 공격에 어느 때보다 몰두해있다. 이같은 상황은 양국이 글로벌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서 벌이는 일종의 전략 경쟁 일환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세계가 '코로나19'라는 역대급 팬데믹과 관련 글로벌 경기 침체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글로벌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에서 글로벌 리더의 지위를 다투는 양국이 목표에 걸맞은 책임감과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로만 판단하면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킬 따름이다.

글로벌 강대국 미국의 리더십 어디 있나?

세계 2차 대전 종전 이후 지난 수십 년간 세계를 이끌었던 미국의 강력했던 국력과 리더십은 상대적 쇠락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중국이 1979년 이후로 급속한 경제적 성장을 거듭하며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는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제는 중국이 경제력을 기반으로 정치, 경제, 국방, 과학 기술 등의 각 분야에서 미국의 지위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제는 미국이 압도적 하드파워로 세계를 좌우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소프트파워 마저도 미국이 그 위세를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글로벌 리더로서 인정받던 것에는 그 자유주의, 다자주의 기조가 세계의 공감과 인정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행태, 즉 자유주의와 다자주의에 반하는 일방주의적 행보는 미국으로 하여금 전 세계의 신뢰를 잃도록 만드는 상황이다. 미국의 공격적 언행은 미국과 대척점에 서있던 국가뿐만 아니라 그 동맹국과 우방까지 상대를 구분하지 않았다.

물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이다. 그러나 세계가 팬데믹과 관련한 세계적 불경기로 혼란이 극심한 시점에서 현재의 위기에 흔들리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나라로 전락하였다. 나아가 미국의 내부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으며, 근래 인종차별 반대 시위까지 얽히면서 극심한 소요와 분열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그러자 세계의 리더로서 존재감 상실은 물론이고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옹졸한 모습을 보이면서 신뢰를 저버린 상황이다.

새로운 강대국 중국은 리더의 자격 있나?

그렇다면 국력의 급속한 신장을 이루면서 현재는 미국과 경쟁하며 글로벌 리더를 지향하는 중국의 모습은 어떠한가? 중국은 '코로나19' 발원지로 발생 초기 확진자 및 사망자 숫자가 모두 압도적인 세계 1위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대응과 통제로 현재는 전 세계 그 누구보다 빠르게 확진자 및 사망자 숫자가 안정세로 접어든 상황이다. 심지어 스스로 극복한 이후에 여전히 상황이 심각한 국가에 물적, 인적 자원을 제공하는 국가로 거듭났다.

뿐만 아니다. 2018년 이후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중국이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이다. 주요 경제국 중에 중국만한 규모에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는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나아가 최근에 중국은 누구보다 빠르게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 2/4분기 성장률 반등에 성공한 상황이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포천 선정 '세계 500대 기업' 중 중국기업 숫자가 처음으로 미국을 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에 이어서 중국이 글로벌 리더를 담당할 역량이 있는가? 근래에 일련의 경제적 성장과 외연적 확대, 미국과의 전략경쟁 과정에서 중국이 글로벌 리더로 세계를 이끌만한 리더십을 보였나? 세계에 비전과 방향을 제시했나? 이러한 질문에 대답은 회의적이다. 중국이 강력한 정치적, 경제적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국이 제시하는 '중국식' 비전과 방향을 신뢰하며 함께할 수 있는가 묻는다면 그 누구도 대답하기 어렵다.

어떠한 생각과 자세로 새로운 시대를 맞아야 하는가?

과거 한국의 한 기업가가 한 말이 기억에 남아있다. 해당 기업이 후발 주자일 때에는 앞선 기업을 벤치마킹해 열심히 따라가기만 하면 됐는데, 이제 우리 기업이 1등이 되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더 크다는 내용이 요지였다. 그간 한국은 후발 주자라 대부분 참고가 가능한 선례나 모범, 교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팬데믹, 불경기 시대에 글로벌 리더와 유력한 후보가 힘겨루기에 몰두해 세계를 이끌어가는 상황이 아니다. 국제기구도 무기력하다.

최근의 글로벌 위기와 관련해 참고가 가능한 선례와 관련한 전문가 제언이 있었다. 그러나 6개월가량이 지나 여전히 위기가 진행, 악화되는 것에는 글로벌 리더십 부재가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위기는 글로벌 리더십 아래에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있어야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중이 상호 비난과 책임 전가에 빠져 팬데믹이 정치화되었고, 그러한 과정에 유엔 안보리, WHO 등 국제기구도 무력화되며 이처럼 문제가 악화된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다른 나라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세계는 그들의 무책임 때문에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가 양국의 어떠한 행보와 비전을 보면서 공감하고 신뢰하며 함께할 수 있을까? 물적, 물리적 힘만 있다고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다. 둘 중 하나가 승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글로벌 구성원 신뢰와 인정이 필요한 것이다. 영점에서 시작하는 근본적 고민과 선택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임진희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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