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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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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긴급점검①]수도권 가까운 게 독···이주율 꼴찌 충북 ‘낮에만 혁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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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가족동반이주율 28.6% 전국 꼴찌

강원은 ‘기러기 생활’ 단신이주 29%

통근버스 줄줄이 탑승…퇴근 후엔 썰렁

교육·의료·체육 등 정주여건 미흡탓

인구 3년 전 대비해 3배 이상 늘어

세수 확보엔 효자…전문가 “차별화 필요”

■ 편집자 주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다시 뜨겁다. 여당의 ‘행정수도 완성론’ 이후 각계 논의가 활발해지면서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6월 국토균형발전을 목표로 입안한 혁신도시도 이와 맞물려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혁신도시 시즌2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었다. 혁신도시 시즌1의 초점이 공공기관 이전에 맞춰졌다면 시즌2는 이전 공공기관이 각 지역의 경제발전을 견인한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전국 곳곳의 혁신도시 주민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반응이다. 중앙일보 취재팀이 혁신도시 출범 15주년을 맞아 전국 10곳에 들어선 혁신도시들의 현주소를 4개 권역별(충청·강원, 부산·울산·경남, 호남·제주, 대구·경북)로 나누어 긴급점검했다.



충북 10명 중 3명은 출퇴근…평일에도 적막



중앙일보

지난 달 28일 충북 혁신도시의 한 공공기관 앞에 수도권 근무자들이 이용하는 출퇴근용 통근버스가 길게 늘어서 있다. 이 혁신도시는 10여개의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다. 도시가 수도권과 가깝다 보니 각 기관 근무자들의 절반이 출퇴근을 하고 있어 이주율이 전국 꼴찌가 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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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음성군 경계에 자리한 충북혁신도시에는 한국가스안전공사 건물이 들어서 있다. 퇴근 시간대인 주중 오후 6시쯤에는 10여대의 버스가 공사 주위로 길다랗게 늘어선다. 공사 건물에서 나오는 직원들을 수도권에 있는 집으로 태워보내는 통근 버스다.

이곳에서 경기도 과천을 오간다는 버스운전기사 변모(65)씨는 13일 “나도 운전을 해서 벌어먹고 있지만, 줄줄이 떠나는 사람을 보면 이곳 주민은 얼마나 야속하겠나. 이것도 다 세금인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주변 상가 한 상인은 “버스 10여대가 휑~ 하고 떠나고 나면 도시에 남는 건 적막감뿐”이라고 말했다.

취재팀이 최근 찾은 강원 원주시 반곡동 일원 강원혁신도시도 사정은 비슷했다. 상가 곳곳에 ‘특별 할인 임대’, ‘매매’ 등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번화가인 미리내 사거리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자 빈 점포가 다수였다. 이 지역 주민 장모(53)씨는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가게가 수시로 바뀐다”고 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덕영(54)씨는 “평일에도 오후 6시 이후면 대부분 음식점이 문을 닫는다”며 “공공기관 직원이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주말에는 도시가 한산하다”고 말했다.

5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김씨는 2년 전부터 배달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김씨는 “이전기관 직원의 출퇴근 비율이 줄었다곤 하지만 월세로 사는 오피스텔은 꽉 찼다는 말에 분통이 터진다. 잠만 자고 소비를 안하니 장사가 잘 될 리가 없다”고 했다.



수도권 가까운 게 독…주민 “통근버스 없애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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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8일 충북 혁신도시의 한 건물에 분양과 임대를 알리는 홍보물이 붙어있다. 이 혁신도시에는 10여개의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다. 도시가 수도권과 가깝다 보니 각 기관 근무자들의 절반이 출퇴근을 하고 있어 이주율이 전국 꼴찌가 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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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두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직원의 이주율이 낮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충북혁신도시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가족동반 이주율(독신·미혼 제외)은 28.6%로 전국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꼴찌다. 강원혁신도시는 42.9%로 경북(36.6%)에 이어 세번째로 낮다. 이는 6월 말 기준 혁신도시 10곳의 가족동반 이주율 평균치(52.3%)에 상당부분 못 미치는 수치다.

원인은 도시의 의료·보육·여가 시설 등 정주 여건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직원 박모(50)씨는 “자녀를 둔 직원들은 학원가 등 교육 여건과 함께 대형 점포, 편의시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아직 열악한 실정이다. 외지로 나가는 대중교통 노선도 개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규 원주시 혁신기업도시과 담당은 “혁신도시 내 세대 비율은 30대가 가장 많은데도 어린이가 쉴 수 있는 체육·문화시설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충북혁신도시에 사는 김모(41)씨는 “최근 아이가 폐렴 증세를 보여 종합병원이 있는 청주까지 갔다. 소아과 몇 곳이 있지만, 큰 병에 걸리면 30~40분 떨어진 인근 도시로 가야 한다”고 했다.

혁신도시 주민들은 수도권 출퇴근자 비율을 줄여야 정주 여건도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충북·강원혁신도시는 서울 광화문에서 찻길 기준으로는 각각 110㎞, 120㎞ 떨어져 있다. 두 곳 모두 자동차로 1시간 30~4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이 때문에 충북혁신도시에서 통근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이전 공공기관 직원은 1239명으로 전체 3543명 중 34%에 달한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하루 평균 41대의 통근버스가 운행하는데, 통근버스에 드는 한 해 예산은 28억~30억원에 달한다.



인구는 늘지만 정주여건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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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8일 충북 혁신도시 전경 모습. 이 혁신도시에는 10여개의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다. 도시가 수도권과 가깝다 보니 각 기관 근무자들의 절반이 출퇴근을 하고 있어 이주율이 전국 꼴찌가 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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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혁신도시의 경우 출퇴근자 비율이 전체 6962명 중 10.4%(729명)에 불과하지만, 이른바 ‘기러기 생활’을 하는 단신이주자 비율이 29%(2020명)에 달한다. 전국혁신도시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송기섭 진천군수는 “충북혁신도시의 경우 수도권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라서 이주율이 제일 낮고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다”며 “출퇴근 차량에 지원하던 예산을, 불편을 감수하고 타지로 이주해온 직원에 대한 지원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역 상인 박민주(54)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주를 못한 직원들의 고충도 이해는 하지만, 직원들이 내려와야 대형마트도 들어오고 편의시설도 갖춰질 것 아니냐”며 “통근 버스를 없앴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런 한계에도 혁신도시가 이들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측면도 없진 않다. 2017년 1만5000여명이던 충북혁신도시 인구는 지난 6월 기준 2만6728명으로 1만명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강원혁신도시 인구는 2만2000여명에서 2만9250명으로 증가했다

인구 증가에 따라 지방세수도 늘었다. 지난해 충북과 강원혁신도시에서 거둬들인 지방세(취득세·주민세 등)는 각각 278억원, 569억원이다. 공공기관 입주 초기인 2014년과 비교할 때 3배 이상 많아진 규모다. 최필규 충북도 혁신도시정책팀장은 “자주 재원의 근간인 지방세가 늘어나면 공립도서관 등 주민복지시설과 기반시설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진천군은 혁신도시를 거점으로 기업유치 효과를 보고 있다. 군은 혁신도시 반경 6㎞ 내에 2014년 이후 신척산업단지, 산수산업단지, 케이푸드밸리 산업단지 등 대형 산단을 조성했다. 이들 산단에 129개의 제조업체가 들어섰다. 군은 최근 3년간 5조원이 넘는 투자를 끌어들이며 CJ제일제당, 한화큐셀 등 기업도 유치했다. 전복근 진천군 인구통계팀 담당은 “혁신도시가 생기면서 이전 기업 직원들이 가족을 데리고 체류할 수 있는 여건이 된 것 같다”며 “공공기관 분산을 위해 만들어놓은 혁신도시가 기업 유치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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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8일 강원 원주시 반곡동 일원에 조성된 강원 혁신도시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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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혁신도시의 기반시설과 정주 여건이 차차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일률적으로 건설된 혁신도시를 적극적인 정책 목표를 갖고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홍성호 충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과 대비해 교육·생활 편의시설 등 정주 여건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이주율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것 같다”며 “자율주행 기술이나 드론 배달 서비스, 블록체인을 접목한 ‘스마트 시티’ 개념을 혁신도시에 접목하거나 교육 부문에 대한 과감한 정부 차원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천·원주=최종권·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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