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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장마 끝나니 코로나… 억장이 무너진다” 탄식만 남은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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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원당·안양 중앙 등 전통시장 ‘썰렁’
“재난소득 지급 때 반짝하더니 또 내리막
하루에 손님 1~2명뿐… IMF 때보다 심각
골목상권은 더 어려워… 폐업률 20% 달해”
서울신문

19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거리 한 음식점이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역대 가장 긴 장마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상인들은 혹독한 상황을 맞고 있다.뉴스1


“두 달 가까운 긴 장마에 이어 코로나19 재확산까지. 정말 이번 달을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억장이 무너집니다.”

19일 낮 12시 인구 107만명의 경기 고양시에서 가장 활기찼던 원당시장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가성비 좋은 유명 맛집이 많아 점심때면 늘 붐비던 전통시장인데, 이날은 손님보다 상인의 수가 더 많은 듯했다. 한 수산물 가게 주인은 “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장마 전에 비해 절반 이상은 줄어든 것 같다”며 “어쩌다 오는 손님도 말없이 얼른 물건을 사서 후딱 가 버린다”고 말했다. 낮 12시 20분 고양시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으로 통하는 한 순댓국집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빈자리가 없을 만큼 손님들로 가득 찬 평소와 달리 종업원과 직원 세 사람이 전부였다. 25분 동안 손님은 기자를 포함해 모두 3명뿐이었다. 주름이 깊게 팬 주인은 “이렇게 손님이 없는 건 처음”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원당전통시장상인회 강연희 회장은 “시장 모든 출입구에서 체온을 재고 자체 방역을 매주 3회 이상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덜어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 중앙시장도 또다시 직격탄을 맞고 있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손님을 내주긴 했어도 코로나19 재확산 이전에는 제법 손님들로 북적이던 안양의 대표 재래시장이다. 중앙시장 명소인 순대곱장골목 분위기는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다. 이곳에서 20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한 70대 상인은 “예전에는 돈을 발로 차고 다닐 정도로 장사가 잘됐는데, 요즘엔 일주일에 며칠은 개시도 못 할 때가 잦다”며 “IMF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30~40개 점포가 모여 있는 이곳 점심 풍경은 서너 집 건너 한 집꼴로 불이 꺼졌거나 문을 열었어도 손님이 거의 없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집단감염을 가져온 한 교회 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강력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오후 2시 경기 수원시 지동시장 거리도 믿기지 않을 만큼 한산했다. 상인들은 “푹푹 찌는 찜통더위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울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2차 유행 탓”이라며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에서 떡집을 하는 한모(59)씨는 “장마도 끝나고 이제 장사 좀 하려나 싶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면서 “지난 5월 재난기본소득 지급 당시 빤짝하던 매출이 이후로 계속 내리막”이라며 한숨지었다. 잡화상을 운영하는 최모(49)씨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2차 감염 확산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 손님을 딱 2명 받았다. 앞으로 어떻게 입에 풀칠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시민들이 밖에 나오지 않는 것 같다. 택시들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송철재 소상공인연합회 수원지회장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거리에서 사람을 볼 수 없다. 전통시장도 어렵지만 골목상권은 더욱 어렵다. 폐업률이 20%에 달한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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