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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희망조차 잃었다”…자영업자들 ‘2차 팬데믹’ 조짐에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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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백반집 매출 반토막…폐업 고려

커피점·음식점 업주들은 감염될까 불안

업주들 “쇠사슬에 묶인 기분” 불안감 토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전망에

“심리 위축…제발 영업중단 명령은 없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일주일 새 1000명을 돌파한 데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자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지난 봄 코로나19로 인한 매출급감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한 지원금과 ‘코로나 대출’로 근근이 버텨왔지만 2차 대유행으로 나아질 거란 희망조차 잃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매출은 줄어들고 세금, 월세, 대출이자 등 지출만 늘어나는 상황이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코로나19 장기화 우려에 경제적 압박은 물론 심리적 불안까지 퍼지고 있다.

21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응한 자영업자들은 하나같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중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7)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최근의 상황을 묻는 질문에 “소상공인 다 죽었다”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김씨는 “나아지겠거니 참아 왔는데 1차 대유행보다 더 심한 상황”이라며 “언제 끝난다는 기약이 있다면 참고 견딜 텐데, 연말이나 내년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제 가망이 없다. 정말 병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단체·예약 손님 위주였던 김씨의 식당에 발길이 뚝 끊겼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300만~400만원 선이던 일 매출은 70만~80만원, 주말에는 20만원선까지 떨어졌다. 종업원은 8명에서 4명으로 줄였다. 중구 일대 기업들이 다수 재택근무로 전환했고, 일부 기업은 ‘5인 이상 식사 금지령’을 내렸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특히 지난 연휴 시청과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로 ‘위험지역’으로 낙인까지 찍혔다.

코로나 장기화 우려에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이모(56)씨가 운영하는 백반집은 하루 70~80그릇, 많으면 100그릇이 팔렸다. 하지만 2차 대유행 이후 40그릇, 60그릇으로 반토막났다. 이씨는 “이렇게 내년까지 가면 코로나 대출, 신용대출까지 다 쓴 사람은 가게 접거나 죽을 수밖에 없다”며 푸념했다. 김씨도 “오래 같이 일하던 직원들이라 내 사정 봐주려고 돌아가며 쉬어주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며 “자영업자 사이에선 가게 문을 열면 손해라 가게를 계속 해야 할지 지금 폐업해야 하는지 얘기가 오간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경제적 어려움은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성동구에서 돈가스 음식점을 하는 성모(55)씨는 이제는 매출뿐 아니라 코로나에 감염될까 두려운 심정이다. 1차 대유행 때와 달리 커피전문점, 일반음식점 등에서도 연일 확산되자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성씨는 “며칠 전 자영업자들끼리 만나 대책회의를 하려다 비대면 방식으로 바꿨다.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던 자영업자들도 이젠 위축되고 자기 건강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옆 가게에서 확진자 나왔다면 나도 쉬고 싶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쇠사슬에 묶인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세금이나 월세, 대출이자 등 고정지출도 큰 부담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36)씨는 “지출은 다시 느는데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봄 건물주가 월세를 깎아줬지만 4~5개월 지나 원상복귀됐다. 정부에서 세무조사를 미뤄준다지만 결국에는 내야하는 돈이다. 성씨도 “지난 1차 유행 때 받았던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상황이라 다들 압박 느낀다”며 “준공공기관에서 받은 대출은 연기가 되지만 일반 은행에서 빌린 대출은 막막하다. 신용불량자가 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전망까지 나오자 이들의 걱정은 배가 되고 있다. 김씨는 “정부에서 제발 영업중단 명령만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영업 중단된 고위험업종뿐 아니라 자영업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1차 대유행 때는 공포가 컸다면 지금은 현실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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