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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세계 속의 북한

"경제실패 내 책임" 北간부들 노동신문 1면에 반성문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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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공업상, 제철소 지배인, 도당위원장

노동신문 1면에 '자아비판'성 기고문 내

"'위임통치'도 책임 분산 성격 짙어보여"

중앙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 하에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리병철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 위원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덕훈 신임 내각 총리의 모습.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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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 실패'를 인정하자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공개 반성문'을 썼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21일자 1면에 경제 실패가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자인하는 기고문을 올린 것이다.

장관급에 해당하는 장길룡 내각 화학공업상은 기고문에서 "당이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수행에서 경제발전의 쌍 기둥을 이루는 화학공업 부문이 제구실을 다 하지 못한 원인은 우리 (화학공업)성 일군(간부)들이 전략적 안목과 계획성이 없이 사업한 데 있다"고 말했다.

김광남 김책제철연합기업소 지배인도 "사실 최근 년간 나라의 경제 전반이 제대로 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금속공업의 맏아들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김철(김책제철련합기업소)에 큰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책제철연합기업소는 황해제철연합기업소,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와 더불어 북한의 3대 제철소로 불린다.

박창호 황해북도당위원회 위원장도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의 이 고귀한 말씀을 받아 안으며 마음속 가책을 금할 수 없었다"며 "한 개 도를 책임진 일꾼으로서 일을 쓰게 하지 못해 우리 원수님께서 큰물로 고생하는 인민들에 대한 걱정으로 그처럼 험한 진창길을 걸으시게 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죄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자책했다. 황해북도는 집중 호우로 막대한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앙일보

노동신문은 20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새로운 투쟁단계의 전략적 과업을 토의결정하기 위하여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를 소집할 것을 제의했다"라며 "전원회의에서는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를 주체110(2021)년 1월에 소집할 것을 결정하였다"라고 전했다.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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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고위 간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아비판'에 나선 것은 김 위원장이 주재한 19일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정책 실패를 공식 인정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7기 6차 전원회의에서 "계획됐던 국가 경제의 장성(성장) 목표들이 심히 미진한 결함들을 전면적으로, 입체적으로, 해부학적으로 분석 총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고위 간부와 '일꾼'들이 책임을 나누어지는 모양새다.

북한내 이런 움직임을 국정원이 거론한 이른바 '위임통치'와 연관 짓는 해석도 나온다. 대북제재와 경제난 속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이는 행보가 권한 위임보다 책임을 분산시킨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앞서 20일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 업무보고에서 김 위원장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박봉주 당 부위원장 등 측근에 부분적으로 권한을 이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결국 (김 위원장이) 좋은 역할은 자신이 맡고 궂은 역할은 밑의 사람에게 맡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제 문제, 코로나19 및 수해 등 내부적 문제에 대해 내각 및 김여정의 책임을 부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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