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지지율 변화에도 영향 미친다는 분석
전광훈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17일 서울 성북구 자신의 사택 인근에서 구급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지만 마스크를 내린 채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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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세력을 등에 업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8ㆍ15 광복절에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우려대로 전 목사를 비롯해 당일 전국에서 모인 집회 참가자 중 다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다. 코로나19 재확산의 결정적 빌미를 제공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책임 공방이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전 목사 집회에 전ㆍ현직 미래통합당 의원 일부가 참여한 것을 고리로 통합당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통합당은 발빠르게 선을 긋고 나섰지만, 황교안 대표 체제 때 전 목사와의 우호적 관계가 발목을 잡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전 목사의 부적절한 행동, 이를 둘러싼 여야의 책임 공방 양상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일보 정치부 국회팀과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나를 돌와봐(돌아봐)= 전광훈 목사가 코로나19 우려에도 불구하고 8ㆍ15 광복절에 광화문 집회를 강행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내 외출 돌려줘(돌려줘)= 사랑제일교회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전 목사 측이 5월부터 집회를 홍보했다고 해요. 광복절을 문 대통령 탄핵일이라고 하면서 꼭 모여야 한다는 식으로요. 저렇게 준비를 해놓은 데다가 매주 여권 지지율이 떨어지던 상황이니 기회를 놓치기 싫었겠죠. 게다가 전 목사 측은 이미 코로나19가 실체적 위험이 아니라 정부의 보수단체 '탄압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내비쳤어요. 교회에 확진자가 나올 때 '외부세력 테러 탓'이라고 둘러대거나, 보건소의 ‘양성 판정ㆍ자가격리는 가짜 판정'이라고 선동했죠. 전 목사가 확진 판정을 받고 이동하는 구급차 안에서 마스크를 벗고 웃으며 전화통화를 하는 모습도 교인들에게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했던 것으로 보여요.
돌아봐= 보건 당국의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죠. 전 목사 주최 집회에 참석자들이 대거 코로나19에 걸렸는데 당시 집회 상황도 궁금하네요.
돌려줘=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어요. 방역 관점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모습은 분명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는 고사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노래를 부르거나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이 광화문 주변 거리에 운집해 있었죠. 10명씩 모여 도시락을 먹는 장면도 많았고요. 주변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말할 것도 없었죠.
돌아봐= 전광훈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더불민주당 지도부는 전광훈 목사 집회를 두고 통합당 책임론을 제기했죠.
연두 담쟁이(담쟁이)= 마치 통합당은 전광훈 목사를 '손절'하려고 하고, 민주당은 '어딜 감히'라며 책임론을 들이대는 듯한 상황이에요. 민주당에서는 꾸준히 '전광훈-통합당' 혹은 '광화문집회-통합당'의 연관관계에 주목하고 있어요.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9일 "미래통합당 소속 전·현직 의원, 지역위원장, 당원들이 전광훈 목사가 개최한 8·15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이는 공당으로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못을 박았죠. 또 통합당 지도부가 이를 최소 "방조"했다는 것이 민주당 지도부의 판단입니다.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K-방역'의 성과에 고무된 상태였는데, 다시 수도권 확산세가 최고조에 달하자 전 목사에 대한 공세수위를 끌어올리고 있어요.
영등포 청정수= 민주당은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가 극우 정치세력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통합당의 역할이 있지 않았냐는 점도 거론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통합당의 대처는 '꼬리 자르기'라는 것이죠.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0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극우 개신교세력이 세를 확장하는 데 있어 통합당이 누구보다 큰 자양분을 제공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러한 맥락입니다.
돌아봐= 하지만 통합당은 전 목사와 같은 프레임으로 엮이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죠.
소통관 펀쿨섹좌(펀쿨섹좌)= 18일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미래통합당은 전 목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 함께한 적도 없다. 말이 안 되는 걸 굳이 엮으려고 애쓰시는 게 안쓰러워 보인다"고 즉각 선을 그었습니다. 여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통합당=광화문 집회=전광훈 목사'로 연결되는 고리를 시급히 차단하겠다는 의도였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8ㆍ15 광화문집회가 있고 우연치 않게 또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자, 더불어민주당이 마치 통합당이 광화문 시위를 주도한 것처럼 비난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처사에 대해 굉장히 유치한 사람들이라 생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어요. 지난 2월에 신천지교회 발 집단감염 때 통합당과 엮이는 프레임에 대응하는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죠.
돌아봐= 실제로 전 목사가 통합당하고 연결이 돼 있다고 봐야 하나요.
광화문 찍고 여의도= 황교안 전 대표 시절 핵심 당직자에게 "왜 전 목사를 끊어내지 못하냐"고 물으니 "그간 당에 기여한 게 있는데 어떻게 이제 와서 필요없다고 끊어내나"란 답이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전 목사의 세 동원력은 막강하죠. 집회 한 번에 수천명, 아니 수만명도 모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겁니다. 황교안 대표 시절 걸핏하면 장외투쟁을 했는데 그 때마다 전 목사가 적잖게 힘을 보탰어요. 세 결집을 바꿔말하면 표를 모을 힘도 있다는 거에요. 선출직인 의원들이 전 목사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거죠.
펀쿨섹좌= 전 목사의 존재감은 올해초 '보수 통합'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는데요. 심재철 전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원내대표는 당시 원내대책회의에서 전 목사를 향해 "국민 분노를 광장으로 끌어 모은 소중한 공로가 있다"며 통합 러브콜까지 보냈습니다. 또 김무성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전 목사를 호명하며 "우파 보수 통합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했구요.
돌아봐= 통합당 모습이 달라진 건 김종인 비대위원장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나요.
펀쿨섹좌= 사실 7월 임시국회에서 민주당에 무기력하게 패배한 모습에, 당 내에서는 이번 광화문 집회에 당 차원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반대 뜻이 워낙 완고해 공식 참여는 없는 걸로 정리가 됐어요. 다만 홍문표 의원이나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진태 전 의원, 민경욱 전 의원 등 전현직 당 인사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한 건 당이 제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에요.
돌아봐= '민주당 하락-통합당 상승' 추세였던 지지율에도 전 목사 사안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정릉 막걸리= 리얼미터가 지난 18~19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45.1%로 전주보다 1.8%포인트 상승했어요. 3주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이죠. 정당 지지율 또한 민주당은 전주보다 4.1%포인트 오른 38.9%를 기록했어요. 지난 7월 5주차 조사부터 2주 연속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다 3주 만에 상승 흐름으로 돌아선 것이죠. 반면 이번 조사에서 통합당은 지난주와 0.8%포인트 차이가 나는 37.1%에 그치며 상승세가 다소 꺾이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지지율 희비가 엇갈리는 기간에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는 전 목사의 8ㆍ15 광화문 집회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의 결정적 원인이 됐으니 양당 지지율과 무관하다고 보긴 어렵죠. 민주당 입장에서만 보면 ‘전광훈+코로나+통합당’ 삼각관계 엮기 전략에 나선 것이 어찌 보면 시의적절(?)했다고 할 수 있죠.
담쟁이= 실제 민주당 내부는 최근 심상찮은 지지율 하락세에 표정이 많이 어두운 상태였어요. 하지만 전 목사의 기행과 여기에 얽힌 보수인사들의 행보에 대한 국민들이 시선이 차가워지자 지지율 하락세가 주춤하고 있죠. 아무래도 방역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온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때는,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국민들의 심정이 지지율에도 반영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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