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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벨라루스 놓고 러-EU 분쟁 심화되는데...손놓고 있는 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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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나토 흔들기'에 위상 약화...영향력 감소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 미국과 각자도생 시작

아시아경제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본부 모습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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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 외교정책에 70년 이상 이어져온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무용론'에 휩싸였다. 미국이 나토 회원국인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폴란드와 별도의 방위협정을 체결하면서 나토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토는 러시아와 폴란드 사이에 위치한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시위에도 수수방관해 비판을 받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방송 등에 따르면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벨라루스 시위가 시작된 직후 "해당 지역에서 군비 확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지만 벨라루스 정권 뒤에 있는 러시아를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앞서 "서방국가들이 벨라루스 내정에 개입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필요시 벨라루스와의 집단안보조약에 의거해 군사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경고 수위를 상향조정했지만 나토의 대응은 밋밋했다.


나토의 위상은 벨라루스 사태 이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나토라는 집단체제 보다는 미국과의 직접적인 연결을 통한 안보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폴란드는 동유럽에서 세번째로 미국과 방위협정을 체결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협약에 대해 "유럽의 우리 지역 다른 국가의 안보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지만 주독미군에서 일부가 폴란드로 이전하게 돼, 독일은 안보 불안감이 커졌다. 폴란드는 특히 지난 2월 미국과 F-35 전투기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나토와 다른 행보를 잇고 있다.


나토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원인은 나토의 주축인 서유럽 국가들의 군비축소 때문이다. 미국 군사매체인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동유럽 국가들 대부분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안보불안감 속에 국방비를 20% 이상 올렸다. 또 대부분 국가가 국내총생산(GDP) 2% 이상의 국방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서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1%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GDP대비 국방비는 프랑스가 1.8%, 독일 1.4%, 이탈리아 1.2%, 스페인은 0.9%다. 동유럽 국가들은 서유럽이 대러시아 방어문제를 자신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나토는 내부 분쟁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나토회원국인 그리스와 터키가 동지중해 해양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가 동지중해 주둔군을 늘리겠다 선언해 오히려 파장을 키우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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