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한 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축사 지붕에 올라갔던 소를 크레인을 이용해 구조하고 있다. 집중호우와 하천 범람으로 물이 차오르면서 떠올라 지붕으로 피신했던 일부 소들은 건물 지붕이 붕괴되며 떨어졌다. 2020.8.1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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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수해 복구가 끝나기도 전에 태풍이 덮친다. 농민들은 남은 시설,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태풍 바비는 2012년 태풍 볼라벤과 경로가 비슷한데, 전남지역에서는 볼라벤때와 같은 피해가 발생할 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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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장마에 이은 태풍 피해…천천히 서해상 지나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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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농장을 운영하는 김일순 구례읍지회장은 "축산 농가의 경우 아직 장마철 피해 복구가 한창"이라며 "우리 농장은 초토화돼 크게 망가질 것도 더 없는데, 그나마 시설이 살아 있는 농가는 장마에 이은 태풍 걱정을 하며 대비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김 지회장은 현재 집 대신 농협연수원에서 지낸다. 장마로 인해 소를 잃고 농장, 집이 파손되는 등 모두 3~4억원의 피해를 봤다. 그는 "군, 봉사자들이 도와줘도 다들 복구까지 오래 걸릴 상황인데 태풍까지 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농장도 어제야 지하수가, 그저께 전기가 들어왔다"며 "아직 관련 문제를 겪는 농민들이 있는데 태풍으로 그나마 복구해놓은 것도 망가질까봐 걱정인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한반도로 다가오는 태풍 바비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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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에서 열대 작물 농사를 짓는 박선조씨는 "목포 앞바다로 중심이 지나간 2012년 볼라벤 때 비닐하우스가 엄청 망가졌다"며 "차라리 중심부가 구례를 지나면 지리산이 바람을 막아줘 피해가 덜한데, 바비가 볼라벤과 같은 경로, 규모로 오면 산도 막아주지 못해 피해가 클 것"이라고 했다.
박씨도 여전히 장마 피해를 회복하지 못했다. 박씨는 "깔라만시와 라임 600평, 파파야 700평, 애호박 1600평에 해당하는 하우스들은 그대로 망가진 상태"라며 "나뭇잎의 흙과 먼지를 하나씩 닦아내야 하는 등 작업해야 할 게 많아 태풍이 지나가도 복구까지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다.
박씨는 "비닐하우스들이 철골만 남은 상황이지만 철골도 태풍에 상당히 취약하다"며 "얼마 전에 장마로 난리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했다. 이어 "바람보다 비가 무섭다"며 "고꾸라진 시설은 고칠 여지라도 있지만 물이 들어오면 농기계를 아예 버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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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보험 기준 형식적…빨리 일어 서게 산정 기준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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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볼라벤 때 입은 구례 농가 수해 복구를 돕는 경찰 /사진=전남지방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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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은 피해의 빠른 회복을 위해 정부가 농업재해보험의 보상 기준을 현실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농업재해보험에 가입한 농민들이 자연재해를 입으면 보험금을 지급한다. 농민들은 지원 기간이 짧고 보험료 산정 기준이 형식적인 등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피해 본 소에 대해 한 마리당 100만원이 지원나오는데, 한 마리 가격을 500만원으로만 잡아도 터무니없이 부족한 보상액"이라며 "장마 여파로 '파상풍' 등에 걸린 소들이 계속 병들고 죽는데 23일 이후에 죽은 소에 대해서는 보상도 안나온다는 군의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감나무의 경우 풍수해로 열매가 다 떨어져도 나뭇잎이 붙어 있으면 보상이 안 나오는 한편, 열매가 안 떨어져도 나뭇잎이 떨어져 있으면 보상을 해준다"며 "군도 상위 기관의 지침에 따라 보상을 해주는 것일텐데 총괄하는 정부가 기준좀 현실화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모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피해 규모를 따질 때 남은 농작물의 '무게'나 '개수'를 기준으로 삼는 조항들이 계속 남아 있어 문제"라며 "벼 피해를 산정할 때에도 침수돼 상품성을 잃은 벼까지 탈곡해 무게를 잰 뒤, 무게가 나가는 부분은 피해 작물로 인정하지 않는 불합리성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촌은 재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이런 기준을 현실화하고 피해산정인들의 전문성을 길러 재해 농민들이 빨리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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