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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미리 차선바꿔 좌회전···끼어들기 회피도 OK [클라우드 자율주행차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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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5G망 활용 실시간 도로정보 반영

복잡한 시내도로도 무리없이 달려

기존 반자율 한계 넘어 '2중 안전'

KT, 내년 말 제한적 상용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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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자율주행은 2중 안전장치를 적용했다고 보면 됩니다. 차량에 탑재된 센서는 물론 5세대(5G) 통신망을 통해 주변 신호체계, 차량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KT(030200) 관계자의 설명만 듣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국내 및 수입차의 최신 반자율주행 기능을 다양하게 접해보며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안전하다’ 싶었는데 굳이 2중 안전장치까지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기존 완성차 업체가 내놓은 반자율주행 차량도 레이더와 카메라를 통해 충분히 전후방 및 측면 물체를 감지해 속도를 줄이고 정차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한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반자율주행 차량으로 고속화도로를 달리는 것은 가능했지만 신호 체계가 복잡하고 옆 차선 차량의 끼어들기, 예측하지 못한 행인의 등장까지 복잡하게 얽힌 시내 주행에서 반자율주행 기능을 쓰긴 무리였다. 반면 클라우드 자율주행은 복잡한 시내 주행에서도 안전한 주행이 가능했다.

최근 경기도 판교신도시 일대에서 KT의 ‘클라우드 자율주행’ 차량을 타고 14㎞가량을 달려봤다. 시승에는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구형 G80에 라이다, 5G 단말기, 모빌아이 및 각종 프로세서를 단 차량이 쓰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세계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앞섰다는 제네시스 GV80에 탑재된 레벨 2.5단계 반자율주행을 체험하며 느꼈던 부족함을 완전히 씻어내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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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체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과 클라우드 자율주행의 가장 큰 차이는 ‘두뇌’가 차량 내부 또는 외부에 위치하는지와 주변 교통신호, 차량, 사물 등의 정보를 통신망을 통해 받아들이는지 여부다. 클라우드 자율주행은 제어와 판단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가 차량 외부에 있어 차량 시스템의 경량화가 가능하다. 또 차량 자체 센서로 주변을 인지할 뿐 아니라 인근 신호체계, 차량, 사물의 정보까지 종합해 주행 상황을 파악, 안전하고 정밀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이날 클라우드 자율주행은 나쁜 기상 여건에서 진행됐다. 흐린 하늘에 이따금 장맛비가 쏟아졌다. 불안과 기대 속에 오른 차량 내부는 컴퓨터실을 떠올리게 했다. 차량 뒤쪽에서는 컴퓨터의 팬 돌아가는 소리가 ‘웅웅’ 들리고 내부에는 외부 센서에서 받아들인 정보를 보여주는 모니터가 좌석마다 설치돼 있었다. 모니터 위로는 주변 사물의 움직임과 지도 등이 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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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관계자가 클라우드 자율주행이 허용된 구역으로 차량을 몰고 가자 자율주행이 시작됐다. 괜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시내주행인 만큼 도로 상황이 복잡한데다 기상 조건도 좋지 않아서였다. 시승을 함께 한 KT 관계자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클라우드 자율주행 차량은 빗방울 등에 차량 자체 센서가 오작동을 일으켜도 5G 통신망을 통해 신호 체계와 주변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받아들여 정확한 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차량은 복잡한 판교신도시 시내를 요리조리 주행해나갔다. 사거리에서 좌회전이 필요한 경우 1㎞ 전 옆 차선의 교통 흐름을 보며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했고 신호에 맞춰 정확히 정차했다가 출발했다. 사거리 직진 상황에서 3차선이 2차선으로 줄어들 때 ‘편향 주행’을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2차선으로 직진하던 차량은 3차선에 있던 버스가 주행 차로의 3분의 1 정도 지점까지 끼어들자 이를 회피해 주행했다. 마치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S’자를 그리며 주행해 나갔다.

이날 경험한 클라우드 자율주행은 완성차 업체의 자율주행과 비교하면 한 수 위였다. 물론 5G 통신망이 완벽하게 갖춰졌다는 전제 아래서다. 클라우드 자율주행은 자율주행을 위한 프로세서 및 센서의 차량 내 탑재량을 줄여 배터리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데다 주변 교통 상황과 실시간 소통해 주행 안전성을 더욱 높이는 게 가능했다. ‘안전’과 ‘효율’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셈이다.

KT는 지금까지 확보한 실증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내년 말쯤 교통 소외 지역 등에서 제한적이나마 클라우드 자율주행의 상용화를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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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어르신들 마음 편한 읍내 나들이 돕는게 자율주행 역할”



“교통 소외지역에 계신 시골 어르신이 마음 편히 읍내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일, 이게 자율주행이 지향해야 하는 미래가 아닐까 합니다.”

최근 판교신도시에서 클라우드 자율주행을 함께 한 최강림 KT 커넥티드카 비즈센터장(상무)은 “클라우드 자율주행이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따뜻한 기술이 되길 바라며 연구개발에 매진한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최 상무는 처음으로 자율주행에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할 아이디를 낸 장본인이다.

KT의 클라우드 자율주행은 세계 어느 업체도 시도하지 않았던 독보적인 플랫폼이다. 한국의 촘촘한 통신망을 바탕으로 차량이 도로 인프라(신호등·차선·표지판 등)와 보행자, 주변 차량은 물론 통합관제센터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자율주행하는 방식이다. 완성차 중심의 자율주행보다 안전성이 높다. 최 상무는 “가령 신호등 뒤에서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면 자동차 위주 자율주행의 경우 신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며 “반면 클라우드 자율주행은 통신으로 신호 정보를 받아 보다 안전하고 정확한 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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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최 상무는 “클라우드 자율주행 플랫폼은 계속 실험 중으로 상용화를 위한 고도화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며 “로봇택시 사업을 추진하는 세계적인 자율주행 솔루션 업체와 플랫폼 제공에 대한 기술적 검토도 진행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 KT는 클라우드 자율주행 차량의 도로주행 레코드를 쌓으며 관련 데이터를 축적 중이다.

KT는 클라우드 자율주행 플랫폼의 해외 판매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근거는 탄탄한 고객 풀이다. KT는 현대차(005380), 벤츠 등 국내 완성차 및 수입차 업체 13곳에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 상무는 “수입차 업체의 경우 통신 품질이 뛰어난 한국에서 일부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실증하고 해외에서 확산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클라우드 자율주행 플랫폼도 같은 방식으로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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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데이터가 쌓여 이른 시일 내 상용 수준으로 플랫폼 기술을 끌어올려야 한다. 최 상무는 교통 소외지역 등을 중심으로 실생활에 접목하며 테스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교통 소외지역, 교통약자 대상의 대중 서비스 개발 및 시범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서비스를 개발·실증·상용화할 수 있는 필드 테스트 환경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라며 “중앙정부 뿐 아니라 지자체와 협력을 기반으로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 시범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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