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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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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의사총파업 첫날 의료대란? "수술 반토막... 일부 응급실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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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수술 절반으로 축소… 수도권 전공의⋅전임의 업무복귀명령 거부
최대집 "감옥에 내가 간다. 끝까지 투쟁해달라"... 장기화 땐 의료대란 가능성

서울대병원은 26일 수술 건수가 60건으로 평소의 절반 정도를 소화했다. 서울대병원은 평소 수술방 31개에서 하루 평균 120건의 수술을 진행한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4대 의료 정책에 반발해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사흘간의 2차 총파업에 들어간 26일 전국 병원에서 수술이 연기되고 응급실 공백이 생기는 등 차질이 빚어졌다. 의료 현장에 큰 혼란까지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국면으로 치닫으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의료대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됐다.

이날 기준으로 대형 병원의 약 40% 수술이 연기된 것으로 의료계는 추정했다. 삼성서울병원은 24일부터 26일까지 예정돼 있던 수술 중 100건 이상을 늦췄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날에만 전공의 498명 중 467명이 업무를 중단했다. 파업 참여율이 94%다. 여기에 지난 7일, 14일 전공의 집단 휴진 때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웠던 전임의까지 파업에 가세했다.

정부가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수도권 전공의와 전임의를 상대로 발동한 업무복귀 명령을 거부한 것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감옥은 내가 갈테니, 후배 의사들은 소신을 굽히지 말고 끝까지 투쟁해달라. (파업은) 의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의사들의 몸부림"이라며 파업 중인 전국 의료진에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전공의가 380여명쯤 되는 신촌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수술은 마취통증의학과와 해당 임상과에서 협조해 진행을 하는데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들도 많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도 "평소보다 수술방 운영을 30% 정도 줄이고 응급·중증 환자 위주로 수술을 하고 있다"며 "장기화하면 수술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양대병원은 전공의 112명 중 선별진료소에 투입되는 인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파업에 나섰다. 을지대병원은 100명 중 80여명이 파업에 나섰다.

서울을지병원의 한 교수는 "파업 때문에 죽을 맛이다. 공백 메우기 위해 업무 시간이 2배로 늘었다"고 토로했다. 부산대병원의 한 교수 역시 "전공의, 전임의가 빠진 자리를 메꿀 수 없다"면서 "응급환자들이나 중증환자가 몰릴 경우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소통하지 않아 문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동네의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26일 기준으로 3만2787개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중 6.4%인 2097곳이 휴진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27일에는 전체 5.8%인 1905곳, 28일에는 4.6%인 1508곳이 휴진을 신청했다. 다만 이 수치는 사전 휴진 신고에 따른 것으로 실제 휴진 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지난 14일 1차 의사총파업에는 전국의 의원급 의료기관 중 약 33%가 휴진했다.

"죽을 맛이죠. 그럼에도 병원 문을 닫고 파업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대전에서 약 30여년 간 한 자리에서 내과를 운영해 온 김모 원장은 "하루 수백만원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집단파업에 동참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면서 "의사도 국민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하는 정부를 납득할 수 없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조선비즈

26일 대전 서구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파업에 따른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대구의 한 개원의 원장은 "의사 수가 단순히 부족해서 지방으로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공공의대 설립도 근본적 문제 해결이 되지 못한다"면서 "적절한 수가, 급여를 보장하고 지방에 가서 환자 진료를 보라고 한다면 누가 못하겠냐. 공공의대만 만든다고 다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계와의 논의 없이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같은 불통이 결국 생업을 내려놓으면서까지 문을 닫게 된 이유"라고 주장했다.

부산시의 경우 서구는 의원 60곳 중 20곳(33%)이, 강서구는 46곳 중 19곳(41%)이 휴진에 나섰고, 이에 따라 이들 지역 의원들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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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사들하고 정부하고 소통이 전혀 안돼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됐으며 결국 병원, 의사, 환자 모두 피해를 보게 됐다"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서 투명성이 없는 한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panda@chosunbiz.com);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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