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진전없다" 내주 EU회담서 브렉시트 논의 제외
EU 내부에 우려 증폭…영국 "노딜 불사" EU 태도 비난
영국과 유럽연합의 미래관계 협상 차질 때문에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다음 주 열릴 유럽연합(EU) 고위급 회담의 외교 의제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안건이 빠지면서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EU 순회 의장국을 맡은 독일은 그간 영국과의 협상에서 "어떤 가시적인 진전도 없었다"면서 다음 달 초 고위급 회담에서의 브렉시트 논의 계획을 취소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6일(현지시간) 한 EU 외교관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브렉시트 이후 미래관계를 둘러싼 EU와 영국 간의 협상을 주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의중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한층 더 주목된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지난주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영국 정부에 공동으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한 EU 관리는 "최근 프랑스와 독일이 브렉시트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을 재조정했다"며 달라진 양국 입장을 고려할 때 독일과 프랑스가 현재의 교착상태를 타개하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지난 7월 EU 정상회담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신화통신=연합뉴스] |
EU 역시 "올여름을 완전히 낭비했다"며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복수의 EU 관리들은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효력이 유예되는 올해 12월 31일 전환기간 종료까지 협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노딜 브렉시트를 불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 관리는 영국이 협상 실패에 따른 책임을 EU에 전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는 EU와의 미래 관계를 전혀 설정하지 못한 채 탈퇴하는 사태로 급격한 통상환경 변화가 뒤따르는 만큼 국제사회에서 주요 리스크로 거론되고 있다.
브렉시트 협상 초기 이탈리아의 유럽 담당 부처 장관이었던 산드로 고치 이탈리아 유럽의회 의원도 브렉시트 국면에서의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영국 입장에서는 '노딜 브렉시트'가 실질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며 "구체적 진전 없이 나날이 노딜 브렉시트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내에서는 노딜 브렉시트파가 실용주의파보다 득세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애초부터 노딜 브렉시트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왔다.[AP=연합뉴스 자료사진] |
EU의 브렉시트 협상팀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EU 관계자는 "EU 협상팀 분위기가 얼마나 절망적인지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400쪽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복잡한 법률 조약을 협상하기에는 남은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 정부 내에서 '노딜 브렉시트' 주장이 단일시장 접근을 얻고 다른 걸 양보하자는 실용 노선을 능가하기 시작했다면서도 영국이 "좀 더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협상 기조"를 보인다면 여전히 기회는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은 국경통제권과 사법권을 EU로부터 독립적으로 행사하기 위해 브렉시트를 단행했으며 별도 합의가 없으면 탈퇴에 따라 재화, 서비스, 자본, 노동이 자유롭게 오가는 EU 단일시장에서 배제된다.
영국은 까다로운 안건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을 늦추고 있다고 EU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영국의 한 소식통은 "어업과 국가원조 정책에 대한 EU 입장을 수용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협상도 나아갈 수 없다는 EU 측 주장은 시한이 촉박한 상황에서 협상을 지연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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