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략 폭격기가 지난 6월 10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알래스카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해 미 공군이 F-22를 출격해 맞대응했다.[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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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러시아 군용기가 9일 만에 또 동해상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침범했다.
29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오후 러시아 군용기 2대가 경북 울진 동방 카디즈에 들어와 30여분간 비행하다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자디즈)으로 빠져나갔다.
카디즈에 진입하려면 사전에 우리 공군에 통보해야 하지만, 사전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군용기 기종은 IL-38 해상초계기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에 대해 경고방송, 차단기동 등 정상적인 전술 조치를 실시했다"며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은 없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앞서 한미연합훈련 초반인 지난 19일에도 카디즈를 침범한 바 있다. 한미연합훈련 시작 다음날(19일)과 종료일(28일) 카디즈를 번번이 침범해 결과적으로 훈련 시작과 종료 시기별로 한미 군 당국의 심기를 건드린 셈이다.
한미연합훈련은 1부에서 적의 공격을 방어하고, 2부에서 반격하는 시나리오로 전개된다. 유사시 북한 지원세력으로 간주되는 중국, 러시아 등도 훈련에서 간접적 고려 대상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의 이날 움직임은 한미 군 당국을 민감하게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공군 전투기가 즉시 출격해 대응 조치를 취했지만, 영공 침범 등 더 심각한 수준으로 사태가 악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 러시아 등의 사전 통보 없는 카디즈 침범 행위가 계속되고 있어 적절한 대책 마련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군용기는 지난해 7월 6.25 전쟁 이후 처음으로 독도 해상에서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사고'를 저지르기도 했다.
당시 출격한 우리 공군 전투기는 경고방송, 차단기동 등 정해진 전술 조치를 취한 뒤 기관총을 360여발 발사하는 등 강력한 대응으로 퇴거시킨 바 있다. 외국 군용기의 영공 침범, 우리 전투기의 대응사격 등은 모두 6.25전쟁 이후 이때가 처음이다.
이후 지난해 10월에도 러시아 군용기는 카디즈에 진입해 우리 군 전투기가 출격, 대응했다.
방공식별구역은 국가안보 목적상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 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해 필요하면 군사상의 위협을 평가한 뒤 대응하기 위해 설정하는 임의의 선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자국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지 않았으며, 동시에 다른 나라의 방공식별구역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방공식별구역 침범에 대한 항의에 대해 '영공 침범이 아니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식의 입장을 보인다. 미국 주도의 방공식별구역 개념을 무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관에 근본적인 이의를 제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19일 카디즈 침범에 대해 "러시아 장거리비행단 소속 조종사들은 정기적으로 북극과 북대서양, 흑해, 발트해, 태평양 등의 공해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공중-우주군 소속 군용기들의 모든 비행은 공중 이용에 관한 국제법 규정들을 철저히 준수하는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디즈 침범은 국제법을 어긴 게 아니라는 취지다.
이런 맥락에서 러시아 군용기는 지난 6월 11일 미국 알래스카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하는 등 대담한 도전적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당시 미 공군은 '세계 최강' 전투기 F-22를 출격시켜 맞대응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당시 발표한 성명에서 알래스카 ADIZ에 들어온 러시아 폭격기를 상대로 F-22를 투입해 두 차례 근접 위협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기지를 거점으로 괌 미군기지, 미 본토 기지 등을 이용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패권을 유지하고자 한다. 한미연합훈련 시작 전날인 지난 17일에는 이례적으로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 4대, B-2 스피릿 2대 등이 미 본토와 괌 미군기지 등에서 한반도 근해로 출격해 주목받았다. 이 비행은 미일연합훈련 일환인 것으로 추후 확인됐다.
한반도 동해상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일대에서 미일연합훈련과 한미연합훈련이 비슷한 시기에 집중 실시된 데 이어 러시아 등의 감시정찰비행 등이 이뤄지는 등 미러 간 긴장감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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