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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만년 관방장관 스가, 긴급등판 할 듯… 15일 전후 당 총재 선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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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자민당 총재 출마 뜻 굳혀

아소, 니카이 등 지지하면 당선 확실

위기관리 능력 평가..."가장 안정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차기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교도통신은 스가 장관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후임을 결정하는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겠다는 뜻을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에게 전했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자민당 내 여러 파벌이 스가 장관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서 차기 총리는 일단 스가로 기우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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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난 26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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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생각 없다”라던 스가, 등판 가능성 부인 안 해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가 사임한 다음 날인 지난 29일 ‘포스트 아베’ 의향을 묻는 기자들에게 “여러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자신의 등판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계속 옆에서 보좌해온 나로서도 (아베 사임은)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생활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해 직책을 완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총리직에 대해 “전혀 생각해본 적 없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뉘앙스였다.

스가 장관은 당 총재 선출 방식이 결정되는 다음달 1일 이후, 정식으로 출마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지지통신은 당내 2대 파벌을 이끄는 아소 다로(麻生太郎) 경제부총리도 주변에 “스가가 (차기 총리로서) 가장 안정감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3번째로 큰 다케시타(竹下)파의 간부도“다음은 스가”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키맨’ 니카이도 기운 듯...지지파벌 과반수 넘어



스가 장관은 무파벌이지만, 그를 따르는 이른바 ‘스가계’ 의원이 약 30명 있다. 여기에 아베 총리를 배출한 호소다파(97명), 아소파(56명), 다케시타파(54명)가 모두 스가 장관을 지지할 경우, 자민당 의원(394명)의 절반을 넘는다.

키맨은 니카이파(47명)를 이끄는 니카이 간사장이다. 니카이는 최근 3달 연속 스가 장관과 회식을 갖는 등 급속하게 거리를 좁혀왔다. 한 소식통은 중앙일보에 “스가 장관이 아베 총리와 불화설이 있을 때 오히려 챙겨준 사람이 니카이”라면서 “니카이는 간사장직을 유지하고 싶어 접근한 측면이 있지만, 스가 입장에서 니카이는 은인”이라고 말했다.

NHK에 따르면 니카이 간사장과 스가 장관은 29일 밤에도 도쿄 도내에서 긴급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스가 장관을 차기 총재로 '옹립'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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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포스트 아베' 로 부상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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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감 부각 “스가에겐 스가가 없는 게 문제”



스가 장관의 강점은 위기관리 능력으로 꼽힌다. 2012년 12월 아베 제2차 내각이 출범한 이후, 7년 8개월 내내 관방장관을 맡아 무엇보다 아베→스가로 정권 이행이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아베 총리도 지난 7월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스가 장관이 유력한 ‘포스트 아베’ 후보자임은 틀림이 없다”면서“스가 총리에겐 스가 관방장관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할 정도로 그의 위기관리 능력은 정권 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스가 장관은 ‘고 투 트래블’캠페인을 주도하는 등 지난 7월부터 아베 총리를 대신해 국정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새 연호를 발표하며 ‘레이와(令和) 아저씨’로 급부상하며 국민적인 인지도도 높은 상태다.

한 정계 소식통은 중앙일보에 “남은 임기 1년 동안 코로나19 대책 등을 마저 이끌 적임자라고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기시다, 아베 만났지만 “후임 얘기 없어”...지명도 낮아 선거 역부족



당장 정세가 불리해진 건 아베 총리로부터 ‘선양(禅譲·자리를 물려줌)’을 기대했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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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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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는 28일 아베 총리 사임 직후 관저를 찾아 아베 총리와의 친분을 과시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기시다에게 “내각에서 오랫동안 외상을 맡아 고마웠다”는 말만 했을 뿐, 후계 선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기시다는 29일 각 파벌 간부들과 회동을 갖는 등 바쁘게 움직였지만, 스가 등판설이 흘러나온 이후로는 집 밖을 나서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는 당내 지지는 폭넓게 받는 편이지만 국민적 인지도가 낮은 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총재 선거 이후 치러질 중의원 선거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총재 선거 약식 실시...‘이시바 죽이기’ 목소리도



아베의 정적으로 불리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의 당선 가능성도 멀어지고 있다. 자민당 당칙에 따라 긴급한 상황이라는 전제하에 총재 선거는 당원 선거를 뺀 약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중·참의원 394표와 47개 도도부현(광역지방자치단체) 의원연합에 각 3표씩 총 141표를 더해 532표로 총재를 선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국적인 인기는 확보했지만, 당내 소수파(19명)인 이시바는 선거에 대단히 불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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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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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선 이처럼 총재 선출을 약식으로 실시하는 데 대해 ‘이시바 죽이기’, ‘국민의 목소리를 폭넓게 듣지 않는 밀실 정치’라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총재 선출 방식은 니카이 간사장에게 일임한 상태다.

실제로 이시바 전 간사장은 출마를 보류하는 방안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30일 이시바 전 간사장이 "당원들에게 선택받았다는 정당성이 없으면, 강력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데 지장이 있을 수 있다"면서 당원 투표 실시 여부가 정해진 뒤 출마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다음 달 15일 안팎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여기서 선출된 총재는 17일 임시국회에서 총리지명선거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서울=이영희 기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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