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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나를 따르라" 김정은 한마디에 北 경제 엘리트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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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주ㆍ김덕훈 태풍 피해 지역 현지시찰
한국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새벽 태풍 바비가 지나간 황해남도 지역을 방문한 모습을 28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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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연재해 피해 복구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자마자 고위 간부들이 태풍 피해 현장에 달려갔다. 경제난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한 김 위원장의 '애민 행보'가 보다 적극성을 띄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1면 기사에서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가 황해남도 태풍 피해 복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박 부위원장은 농작물 생육상태 개선을 위한 대책과 피해복구사업 역량을 점검했고, 김 총리는 태풍 피해 복구의 실무적 문제를 토의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고위 간부들이 업무까지 중단하면서 자연재해 복구 작업에 총동원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황해남도는 김 위원장이 태풍 피해 점검을 위해 얼마 전 직접 시찰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 김 위원장은 "당 중앙위와 각 부서를 복구 사업에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내각 최고 책임자인 김 총리와 박 위원장이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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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덕훈 내각 총리가 황해남도의 태풍 피해를 점검하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30일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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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스스로 경제 현장을 찾은 뒤 담당 간부들이 사후 점검하게 하는 방식을 최근 애용하고 있다. 이달 초 기록적인 폭우로 수해가 발생한 황해북도 은파군은 김 위원장(6일)이 다녀간 후 김 총리(18일)가 방문해 배수로 정리사업 등 실무적인 문제를 살폈다. 광천 닭공장 건설현장도 김 위원장(7월23일)이 다녀간 후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7월28일)을 보내 점검했다.

김 위원장이 간부들과 '역할 분담' 체계를 만드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대체한 전원회의에서도 '내각 책임제ㆍ내각 중심제 강화'를 강조하며 모든 경제 사업은 내각이 지휘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절대권력과 핵심 사안에 대한 최종결정권을 보유하면서도 핵심 간부들에게 담당 분야 정책에 대한 결정과 책임을 묻고 있다"며 "통치 방식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당과 내각의 역할을 분리하는 것은 '경제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 당 중심 국가에서 내각은 힘을 갖기 어렵고, 사실상 김 위원장의 지시를 받드는 역할에 그쳐 실질적 정책 결정권은 행사할 수 없다. 박 부위원장과 김 총리가 점검한 내용도 김 위원장이 콕 집어 지시한 '태풍 피해 지역 농업 부문 피해 최소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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