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관방, 기시다 정조, 이시바 전 간사장 예측
단기적으론 변화 없겠지만, 중장기적 변화 기대
스가…기존 노선 유지 ‘큰 변화 없을 듯’
기시다…중장기적 ‘온건 노선 선회’ 기대
이시바…안보 협력으로 역사 타협 시도할 수도
일본 언론들은 31일 유력한 차기 후보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꼽았다. <아사히신문>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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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이 ‘역대 최악’인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모인다. 누가 총리에 당선되더라도 단기적으론 큰 변화가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론 적잖은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상황 변화를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차기 총리 선거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의 3파전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국에 가장 껄끄러운 인물로 꼽히는 이는 지난 7년8개월 동안 아베 정권을 지탱해 온 스가 관방장관이다. ‘정권의 2인자’로 불려온 만큼 아베 총리가 추진해온 정책을 대부분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가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결행할 때 이를 끝까지 반대하는 등 역사관에선 아베 총리와 결을 달리하지만, 2014년 1월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라 말해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두번째로 주목받는 인물은 기시다 정조회장이다. 그가 이끄는 고치회는 일본의 보수 본류의 적통을 잇는 온건 파벌로, 이 파벌 출신의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와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동원 과정에서 군의 개입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내놓았다. 하지만 ‘아베 1강’ 체제에 순응하며 개헌 등 민감 현안에 이견을 제시한 적이 없어 박력이 부족하단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2015년 말 12·28 합의를 맺은 당사자이기도 해 위안부 문제 등에선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시다 정조회장이 총리가 되면, 단기적으론 아베 총리의 대한국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온건한 역사 인식에 기초해 합리적인 정책 전환을 시도할 수도 있다.
세번째 후보는 지난 두번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와 맞붙었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다. 그는 자위대의 역할 확대나 개헌에는 매우 적극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한 강연에서 일본이 실시했던 창씨개명 정책 등에 대해 언급하며 “만약 일본이 타국에 점령돼 ‘오늘부터 너를 스미스라 하겠다’고 하면 (일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라고 말하는 등 유연한 역사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총리가 되면, 한·미·일 3각 동맹을 공고히 하는 것을 전제로 역사갈등 문제에서 타협적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아베 총리 사임 이후 한-일 관계와 관련해 “현실적인 전망을 해야 된다. 양국 관계가 이렇게 어렵게 된 것은 과거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다. 특히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최고법원의 판결이 있은 뒤 어려운 상황이고, 여기에 대해 일본이 작년에 수출규제를 취하며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누가 총리가 되든 일본 정부의 입장이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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