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대사 출신 무스타파 아디브 총리 임명
수니파 출신으로 대중적 인지도 낮아
종파주의 극복, 정치·경제 개혁 숙제 떠맡아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180여명이 사망한 베이루트항 폭발 참사 이후 내각이 총사퇴하는 등 정국 혼란을 겪었던 레바논에서 무명의 외교관 출신인 무스타파 아디브 전 독일대사가 새 총리가 지명됐다. 종교에 따라 권력을 분점하는 종파주의 정치구조 등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아디브 총리가 정치·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레바논을 개혁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스타파 아디브 신임 레바논 총리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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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시간)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레바논 새 총리로 아디브 전 대사를 지명했다.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비롯한 레바논 의회는 아디브 총리를 승인했다. 아디브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신자로 2013년부터 독일주재 대사를 지냈었다. 이전에는 나지브 미카티 전 총리 자문을 지냈었다. 레바논은 그동안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 등이 맡아왔다. 아디브 총리 역시 이런 기존 권력 분점 구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디브 총리는 첫 연설에서 "의회와 협력해 새 정부를 신속하게 출범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협력해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서둘러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인사인 아디브 총리가 정치권에 실망했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레바논은 금융위기로 시작된 경제위기 상황에 놓이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시위가 이어졌다. 더욱이 베이루트항에서 대규모 폭발사고가 발생해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반정부 시위가 한층 커졌다.
참신한 인사를 발탁한 것으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레바논 안팎에서는 아디브 총리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됐다. 베이루트 싱크탱크인 카네기 중동센터의 모하나드 하지 알리 연구위원은 "아디브 총리가 전문적인 정치인 출신은 아니지만 미카티 전 총리 측근에 가깝다"면서 "(그의 임명은) 기존 기득권의 권력 연장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레바논 내부에서도 종파주의 극복을 위한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아운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종파별로 권력을 분점하는 현재의 레바논을 세속 또는 시민국가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레바논 안팎에서는 종교에 따라 권력을 분점하는 현재의 정치 시스템이 부패와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무책임을 가져왔다고 지적을 받아왔다.
한편 공교롭게도 아디브 총리의 임명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방문 몇 시간 전에 이뤄졌다. 마르크롱 대통령은 베이루트항 폭발사고 당시 휴가지에서 달려오는 등 레바논 상황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85세의 전설적인 레바논 유명 가수 파이루즈를 만난 뒤 아운 대통령을 만나기로 했다. 이런 일정을 두고서 외신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신망을 잃은 정치인보다는 시민들의 존경을 받는 인사들 편에 서겠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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