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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韓은 동학개미 美엔 로빈후더 中 증시는…'부추와 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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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 손해보고도 또 주식에 뛰어드는 투자자 의미

한국 '개미'와 비슷한 단어는 '싼후(散戶)'

중국 A 투자자 첫 1억7000만명 넘어…5년전 2배

2030세대가 주력…정부 한마디에 '흔들흔들'

이데일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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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계좌 개설까지 대기 인원 474명, 약 56분 대기하셔야 합니다”

최근 중국 SNS에서는 증권사 앱으로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본인 인증까지 한 시간이 걸렸다는 인증샷이 화제를 모았다. 증시 훈풍에 힘입어 너도나도 주식시장에 뛰어든 영향이다. 중국에서 이들은 일명 ‘부추’로 불린다.‘부추’는 우리나라의 ‘개미’와는 뉘앙스가 다르다. ‘부추’는 윗부분을 잘라내도 또 자란다는 의미에서 매번 막대한 손실을 보고도 다시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 맹목적인 투자자를 뜻한다.

소액투자자 또는 개인 투자자를 의미하는 한국의 개미와 비슷한 단어는 ‘싼후(散戶)’가 있다. 한국의 동학개미, 미국의 로빈후더와 마찬가지로 중국 증시를 떠받들고 있는 건 이들 개인투자자들이다.

중국 A주(중국 본토 상하이·선전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의 기관 및 개인 투자자는 지난 7월말 기준 처음으로 1억7000만명을 돌파했다. 5년 전과 비교해서는 무려 2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투자자 1억7016만명 가운데 개인 투자자가 1억6976만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국 40세 이하 투자자 80% 넘어

이들이 ‘싼후’인지 ‘부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젊은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추세는 분명하다. 중국의 개인투자자는 2030세대를 의미하는 80허우(1980년대 이후 출생자)·90허우(1990년대 이후 출생자)가 주력을 이루고 있다. 텅쉰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80허우 투자자는 32.95%를 차지했고 90허우 투자자는 48.27%에 달했다. 40세 이하 투자자가 전체의 81%에 달하는 셈이다.

이들은 인터넷 발전의 영향으로 손쉽게 주식 투자에 접근하고 있다. 실제 궈타이쥔안 증권에 따르면 지난 6월 해당 증권사 온라인 신규 계좌 개설 고객 중 가장 많은 30%가 20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 투자자 절반은 베이징, 상하이, 광둥, 저장 등 대도시에 거주했으며 월 수입 5000위안(약 86만원) 이하가 76.91%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이란 의미다.

소액으로 투자하는 일명 ‘잔돈 투자’를 이끌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알리바바그룹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이 운영 중인 세계 최대의 머니마켓펀드(MMF)인 위어바오는 투자 금액에 대한 제한을 없애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중국 금융 시장에서 소외돼 있었던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등을 공략해 가입자는 3억명으로 늘었다.

이데일리

계좌개설까지 대기인원이 474명이라는 문구가 떠 있다. 사진=중국 증권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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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는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확대와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3월 이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3월20일 연중 최저점(2660.17)을 찍은 뒤 상승세를 이어가 지난달 18일에는 3451.08을 기록, 저점 대비 29% 상승했다. 2018년 2월 이후 2년 반 만의 최고치다.

중국 개인투자자들은 강세장에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올해 7월엔 한달간 A주 신규 투자자가 242만6300명으로 중국 주식시장에 ‘광풍’이 불었던 지난 2015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신규 투자자 수는 462만2000명에 달했다.

中증시, 2015년 폭락장 재현되나…가계부채 60%육박

최근 중국 주식시장은 2015년과 비슷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관영 매체가 중심으로 증시 상승을 부추겼고, 상하이증시는 2014년 6월부터 2015년 중순까지 1년동안 140%나 급등하며 5000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우려와 함께 정부 규제가 잇따랐고 석달간 반토막났다.

개인투자자들은 강세장에 시장에 진입하다 보니 결국 손해를 보는 경향이 크다.

항저우에 사는 90허우 투자자 샤오우씨는 “지난달 중순 보유하던 바이주 주가가 떨어지고 나머지 펀드도 전부 손해봤다”며 “상승장이 시작됐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5만위안을 잃었다. 올해 인센티브를 다 날렸으니 열심히 일 해야겠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 증권거래소와 선전 증권거래소는 각각 1990년, 1991년에 설립된 비교적 역사가 짧다. 지난 약 30년 동안을 살펴보면 중국 증시는 정부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성향이 크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시장이다 보니 정부가 어떤 부양 의지를 밝히는 지 따라 변동폭이 큰 편이다.

올해 주식 시장도 중국 관영 매체들이 띄운 측면이 크다. 관영 매체에서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면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식이다.

CNN비즈니스는 중국 증시에 대해 당국 개입과 불완전 정보 문제가 상존하는 데다 개인 투자자 수가 많아 심리적 요인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고, 주가 변동이 잦다는 얘기다.

마크 윌러엄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수석 경제학자는 “중국에는 정책입안자들이 미디어를 이용해 증시를 띄운 오랜 역사가 있지만 항상 끝은 좋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시장에 뛰어들면서 중국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 경제의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2분기말 기준 59.7%를 기록했다. 중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3년 1분기말 31.1%로 처음 30%를 넘은 데 이어 7년여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들어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가 부진하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나기 시작한 데 이어 최근에는 주식을 사려고 돈을 빌리는 개인들이 늘어나면서 가계부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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