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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의를 표명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71)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일본 최대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내 국회의원 중 스가 지지 세력이 약 60%에 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여당 총재가 총리직을 겸임하는데, 이번 자민당 총재를 뽑는 선거는 국회의원표 394표와 자민당 각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지부 연합회 대표의 141표를 합해, 총 535표로 차기 총재가 결정되는 방식이 유력합니다.
구체적인 총재 선거 방식은 오늘 정해질 예정인데, 국회의원 394표 중 이미 과반수 이상을 스가 관방장관이 확보하며, 다른 유력 ‘포스트 아베’들을 따돌리는 판세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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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는 누구? '흙수저 출신'의 팬케이크 좋아하는 '레이와 아저씨'
"스가 짱, 총리 되면 바빠질텐데 언제 팬케이크 먹으러 가요? "
"레이와 아저씨, 이제 팬케이크 먹으러 못 가는거 아냐? "
관방장관은 청와대 대변인과 비슷한, 사실상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직입니다.
스가는 2012년 12월 아베 총리 재집권 때부터 7년 8개월 째 관방장관 자리를 지켰는데요.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정책을 설명하기 때문에 일본 시민들에게도 가장 익숙한 얼굴이기도 합니다.
특히 작년 4월 1일, 일본의 새연호인 '레이와(令和)'를 직접 발표하며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신연호에 빗댄 '레이와 오지상' 즉 레이와 아저씨란 친근한 별명도 이때 생겼습니다.
또 팬케이크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평소 자신의 SNS에 자주 가는 팬케이크 카페를 소개하거나 부인과 함께 먹는 사진을 올리는 등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노력도 해왔습니다.
작년 참의원 선거에 지원 연설을 나갔을 때는 '레이와 아저씨 힘내세요'라는 응원 현수막을 든 팬들이 몰렸고, 정치에 관심 없던 젊은 층과 여성들까지도 기념 촬영을 요구해 화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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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집 아르바이트 '흙수저' 스가
스가 관방장관은 정치 세습, 정치 명문가 출신 '도련님'이 많은 일본 정치권에서는 보기 드문 무(無) 파벌, '흙수저' 출신입니다.
1948년, 아키타 현의 가난한 딸기 농가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스가는 고등학교 졸업 후 무작정 상경해 도쿄의 골판지 공장과 수산시장 등에서 막노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도쿄 상경 2년 뒤 학비가 싸다는 이유 하나로 뒤늦게 호세이대학 야간 법학부에 입학합니다.
대학에 간 뒤에도 경비원, 신문사 허드렛일, 카레 식당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주경야독'을 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1975년 중의원 의원이던 오코노기 히코사부로의 비서로 일하게 된 것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합니다.
11년 간의 국회의원 비서 생활 끝에 요코하마 시의원을 지내고, 1996년 만 47세에 자민당 공천으로 중의원 의원에 처음 당선됐습니다.
외조부가 총리를 지낸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아베 총리와 달리 국회의원 비서로 시작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까지 오른, 자수성가형 정치인입니다.
우리로 치면 '흙수저'인 셈인데요.
이런 인생사 때문인지, 스가의 지지자들은 "'스가표 정치'엔 서민의 고단한 삶이 녹아있다"고 치켜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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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아베 신조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3시간 열변으로 아베 출마 설득
극과 극의 환경에서 성장한 스가와 아베가 정치적 동지가 된 계기는 2002년 쯤입니다.
북한 문제를 계기로, 강경 대북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의기투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스가가 북한 만경봉호에 대해 입항 금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당시 관방 부장관이면서 대북 강경책을 주장했던 아베가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이후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직전, 출마를 망설이던 아베 총리 앞에서 스가 장관이 “다시 한 번 정치 명문가, 아베 신조를 국민들에게 보여 줘야 한다”면서, 3시간 가량 열변을 토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일본의 주간지 슈칸분슌(주간문춘)은 최근 '무파벌' 스가 장관이 아베 총리의 마음 속에 있는 차기 총리라고 보도했는데요.
실제로 아베 총리는 지난 7월 인터뷰에서 스가 관방장관을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꼽으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아베 재임 7년 8개월 내내 관방장관을 맡아온 만큼 코로나19 등 현안 해결에 적임자이자 관료 장악력이 높아 자민당 내에서도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베의 대변인이란 이미지가 워낙 강해아직 스가 만의 색깔은 뚜렷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집권하더라도 큰 틀에서 아베 정권을 계승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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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1위는 이시바는 왜 총리가 될 수 없나
여론이 선호하는 차기 총리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입니다.
이시바의 인기는 '반(反)아베' 성향 때문입니다. 특히 아베 총리를 저격하는 이른바 '사이다 발언'으로 인기를 끌었는데요.
예를들어 '아베노마스크'에 대해 "도착한 마스크에 제조업체이름 조차 기재되지 않았다"며 "총리가 추진한 정책이 이렇게 날림일 수 있냐"고 비판하는 식입니다.
또 아베 총리가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을 초청해 물의를 일으킨 '벚꽃보는모임' 스캔들과 관련해서도 "아베 총리는 지지자가 아니라 국민과 마주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고 발언했고, “야스쿠니 신사에서 A급 전범 14명의 명단을 제거해야 한다”며 참배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8월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을 때에도 "일본이 패전 후 전쟁 책임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은 것이 많은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는데요.
특히 "전쟁 책임을 스스로의 손으로 분명히 한 독일과의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며 일본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이시바 전 간사장이 새로운 일본 총리로 취임하게 되면 한일 관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자민당 총재 선출 방식은 사실상 '스가 당선을 위한' 쪽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아베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따른 정치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을 들어, 약식 선거 방식인 '양원 총회' 방식으로 총재 선거를 하게될 경우, 스가에게 유리하고 이시바는 타격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고 일본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이시바 파로 알려진 국회의원 수는 19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지지율은 1위지만, 일본 파벌 정치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베 정권의 연장선에 있는 스가 정권이 아베와 마찬가지로 지지율이 계속 바닥을 칠 경우, 의회 해산이나 내년 총선을 통해 이시바의 부활이 가능할지 모릅니다.
일본 차기 총리 결정은 오는 14일
일본 총리직을 겸하는 자민당의 총재 선거 일정은 오는 8일 선거를 고시하고 14일 자민당총재를 뽑는 투·개표를 진행합니다.
14일에 차기 총리가 결정되면 이후 임시국회를 소집해 공식 지명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임시국회는 16일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누가 일본 새 총리가 되더라도 현재 자민당 집권 체제가 유지되기 때문에 한국과의 외교 관계는 획기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박진주 기자(jinjoo@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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