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정치' 논란에도 이변 없어
강경파 득세… 한·일관계 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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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조은효 특파원】 '아베의 입'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1일 "아베 정권을 계승하겠다"며 차기 일본 총리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일본 자민당 지도부는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적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을 떨어뜨리기 위해 '당원 투표없이' 양원(중, 참원)총회 방식으로 아베 총리의 후임을 선출하기로 확정했다. 기시다파를 제외한 자민당 5대 파벌이 스가 장관 지지를 표명하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새 일본 총리는 '아베 계승주의자'인 스가 장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뒤에 또 아베 내각
스가 장관은 2일 자민당 새 총재 선거 출마를 공표하는 정식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의 정통 계승자'라는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아베 정권의 간판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계승하고, 경제활동과 방역의 양립을 강조한 아베 정권의 코로나19 대책을 지속한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아울러 행정 디지털화, 보육 정책, 지방 창생 등 각종 사회시책 등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로이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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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최대 파벌이자 아베 총리가 소속된 호소다파(98명)는 전날 밤 스가 장관 지지 방침을 확인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호소다파 수장인 호소다 히로유키 전 관방장관은 회의 후 "아베 내각의 연속성의 의미에서,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이 총재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이미 아베 총리의 정치적 '맹우'인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끄는 아소파(54)와 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이끄는 니카이파(47명, 4위)의 지지를 이미 확보했다.
스가 장관 자신과 같은 무파벌 국회의원 30명의 지지까지 합치면 스가 세력은 약 60%에 달한다. 여태껏 관망해 온 다케시타파, 이시하라파에서도 스가 장관 지지 움직임이 엿보인다.
스가 장관의 우군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은 이날 당 총무회를 열어 '당원 배제' 양원(중원, 참원) 총회에서 아베 총리 후임을 선출하기로 했다. 국회의원 표(총 394표)와 47개 도도부현(광역지자체) 대표자가 각 3표씩 행사하는 지역표(131표)를 합산(총 535표)해 최다 득표자가 새 총재가 된다. 투·개표일은 오는 14일이다. 이미 스가 장관이 국회의원표의 60%를 차지한 상황에서,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기시다파 47명),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19명)이 지역표에서 몰표를 받지 않는 한 대세를 뒤집기는 어렵다.
흙수저·아베 2차 내각 개국공신
선거일까지 향후 남은 2주간, 특정 후보 배제를 앞세운 이같은 약식 선출 방식을 둘러싼 '밀실정치' 논란, 그에 따른 민심의 향배, 파벌 내 이탈표 등이 변수라면 변수다. 그러나 과거 일본 정치가 보였던 행태대로, 설령 논란이 있더라도 '찻 잔 속의 태풍'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지난 5월 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스가 요히시데 관방장관을 가리키고 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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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일본 총리의 임기는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잔여임기인 2021년 9월까지다. 딱 1년 짜리다. 일종의 '과도 정권'이다. 일본 국민들의 용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각 파벌들은 무파벌인 스가 장관이 71세 고령인 점을 들어, 1년 뒤 새 총리를 내세운다는 계산이다. 아소파는 고노 다로 방위상을, 다케시타파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등을 차세대 후보로 점찍은 상황이다.
스가 장관이 일본 정계에서는 보기 드문 '자수성가형 흙수저' 출신 정치인이라는 점이 밀실정치 논란을 약화시킬 요소다. 부모 후광, 파벌, 명문대 학력이 없는 3무(無)정치인이다. 일본 북서부 아키타현의 딸기 농가 출신으로 고교 졸업 후 골판지 공장에 취직해 이곳에서 모은 돈으로 호세이대 야간 법학부에 진학했다. 음식점 종업원, 경비원 등 닥치는대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대학을 마쳤다. 이후 정치에 꿈을 품고 의원 비서관, 요코하마 시의원을 거쳐 자민당 공천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의원 비서관부터 밑바닥부터 정치생활을 시작했다는 게 니카이 간사장과 동병상련이다. 때문에 둘이 의기투합했다는 시각도 있다. 아베 총리와의 인연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무명의 정치인이었던 스가는 북한의 만경봉호 입항 금지와 관련된 법 개정을 추진하다가 당시 관방 부(副)장관인 아베의 눈에 띄었고, 이때부터 아베의 사람이 됐다.
스가 장관이 '아베 계승주의'를 앞세우고 있는 만큼, 당분간 한·일 관계 개선은 난망하다. 또 1년 뒤 일본 총리가 또 다시 바뀐다고 해도, 자민당 강경파가 다수파인 현재의 구도 하에서는 한·일 관계 개선은 당분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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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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