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목)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아베-스가, 북한 납치 문제로 맺어진 18년 정치 동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자민당 1·2위 파벌 스가 지지는 "아베 총리의 의중"

오늘 '포스트 아베' 출사표…정책 연속성 강조할 듯

연합뉴스

승리 확신?…미소 띤 채 질문에 답하는 스가 관방장관
(도쿄 교도=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1일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차기 총리를 결정할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여부 등에 관한 질문을 받으며 미소를 띠고 있다. 2020.9.1 chungwon@yna.co.kr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65) 일본 총리 후임을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71) 관방장관 '대세론'이 굳어지는 가운데 아베 총리와 스가 장관의 특별한 관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스가 장관이 자민당 주요 파벌의 지지를 받으며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급부상한 것은 아베 총리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일본 정가의 정설이다.

아베 총리가 스가 장관을 자신의 후계자로 사실상 낙점한 것은 18년 동안 정치적 동지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 스가 "북한 문제 계기로 아베 씨와 교류"

스가 장관은 2002년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계기로 아베 총리와 가까워졌다고 한다.

스가 장관은 일본 격주간 '프레지던트'(2013년 11월 18일 호)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와 교류는 언제부터인가'라는 질문에 "계기는 북한 문제였다"며 "2002년 북한 화물여객선 '만경봉호' 입항 금지 법률을 의원 입법으로 만들 때부터"라고 말했다.

2002년 일본에선 납치 문제로 반북 감정이 들풀처럼 번졌고, 북한과 일본을 오가는 북한 만경봉호의 일본 입항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당시 관방부장관이었던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자민당 총무였던 스가 장관도 당 총무회에서 만경봉호 입항 금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스가 장관은 "(당 총무회에서) 나의 발언을 알게 된 아베 씨가 연락해서 '전적으로 협력하고 싶다'고 말해줬다"며 (아베 총리의) 국가관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이런 사람을 언젠가 총리로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치학자인 나카지마 다케시(中島岳志) 도쿄공업대 교수는 저서인 '자민당'(한국어 번역서 '일본의 내일')에 "(당시 스가는)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아베 신조와 뜻을 같이했고, 이후 행동도 함께하게 된다"고 썼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방북 때 동행한 아베 당시 관방부장관은 납치 문제를 적극 활용해 전국적인 스타 정치인이 됐고, 이후 아베 총리의 납치 문제 개입은 고이즈미 총리의 후계자가 되는데도 영향을 미쳤다.

연합뉴스

아베에게 인사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도쿄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사진은 아베 총리(오른쪽)에게 인사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왼쪽). 2020.8.28 photo@yna.co.kr



◇ 1차 아베 정권 총무상·2차 아베 정권 관방장관

스가 장관은 1차 아베 정권(2006년 9월 26일∼2007년 9월 26일) 때 총무상으로 발탁됐다.

아베 총리가 1차 집권 때인 2007년 9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을 이유로 사퇴하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스가 장관은 재기를 촉구하고 지지한 인물이기도 하다.

2012년 12월 아베 총리의 2차 집권 이후 7년 8개월 동안 총리관저의 이인자인 관방장관 자리를 지켰다.

스가는 관방장관 취임 이후 '아베의 복심'으로 불리며 총리관저 주도 정치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카지마 교수는 "2014년 5월 스가가 주도하는 형태로 내각인사국이 설립된다"며 "이로써 고위 공무원 인사를 총리관저가 장악하는 구조가 생겨났고, 스가의 권력은 공고해졌다"고 저서에서 평가했다.

'아베 1강' 체제의 폐해로 꼽히는 '손타쿠(忖度) 정치'에 스가 장관의 책임도 있다는 설명이다.

손타쿠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의중을 살펴서 알아서 처리한다는 뜻으로, 손타쿠 정치는 관료가 총리관저에 아첨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연합뉴스

[그래픽]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를 둘러싼 파벌구도
(서울=연합뉴스) 장성구 기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최근 사의를 밝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후임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총리를 사실상 결정하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 관방장관이 각 파벌의 지지를 확대해 우위를 차지했다고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일 보도했다. sunggu@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 스가 집권 땐 아베 정권 정책 계승할 듯

오랜 기간 아베 정권에서 정부 대변인 역할도 했기 때문에 스가 장관이 총리가 되면 큰 틀에서 아베 정권을 계승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를 '포스트 아베'로 지지하는 이들도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있고, 아베 총리도 그런 이유로 스가 장관을 지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실질적인 수장인 자민당 최대 파벌 호소다(細田)파와 2위 파벌인 아소(麻生)파가 스가 장관을 지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에 대해 "아베 신조 총리의 의향을 반영한 움직임"이라고 1일 분석했다.

2일 오후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스가 장관도 출마 기자회견에서 아베 정권 계승과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스가 장관은 임기 중 지병을 이유로 사퇴하는 아베 총리의 남은 임기(~2021년 9월)까지만 총리직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스가 장관이 아베 총리와 마찬가지로 우익 성향을 보이기는 하지만 "뼛속부터 우파는 아니다"(나카지마, 저서 '자민당')는 평가도 있다.

실제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가 2013년 12월 26일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할 때 "경제 재생이 우선"이라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hoju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