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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9 (수)

이슈 대한민국에 떨어진 물폭탄

해일 덮쳐 시장 침수, 교량 유실, 정전.. 태풍 마이삭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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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호 태풍 ‘마이삭’이 제주를 강타하며 한라산에 1000㎜ 넘는 폭우를 쏟아붓는 등 큰 피해를 남겼다. 기상청에 따르면 1일 0시부터 이날 오전 4시까지 한라산 남벽에 1033.0㎜, 영실 958.0㎜, 윗세오름 955㎜ 등 기록적인 폭우를 내렸다.

이번 태풍은 많은 비뿐만 아니라 강한 바람도 몰고 왔다. 오전 4시 기준 지점별 최대순간풍속은 고산 초속 49.2m, 새별오름 44.7m, 성산수산 41.0m, 마라도 40.0m, 제주 37.1m 등이다. 제주시 도심 마을 길과 항·포구가 침수됐다.

제주도 재난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2일 오후 11시 20분쯤 폭우에 만조 현상이 겹쳐 해안 부근 마을인 제주시 삼도 119센터 인근 저지대 마을이 침수되면서 주민들이 대피했다. 제주시 외도동에서는 도심권 하천인 월대천이 위험수위에 도달하면서 주민 90여 명에 대피하기도 했다.

서귀포시 호근동을 시작으로 제주시 연동, 노형동, 애월읍, 이도동, 용담동, 한림읍, 서귀포시 성산읍, 법환동, 표선면, 호근동, 대정읍, 남원읍 등 제주 도내 4만335가구가 정전됐다. 이 가운데 현재 전력 복구가 되지 않은 곳은 모두 2만2698가구다.

제주를 휩쓴 제9호 태풍 마이삭은 3일 오전 1시40분쯤 경남 거제도 남단에 도착해 2시20분쯤 부산 남서쪽 해안까지 상륙했다. 태풍은 폭우보다는 강풍으로 곳곳에 상처를 남겼다. 통영 매물도에선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46.6m에 달했다. 강풍으로 인해 경남 내 36곳 2만여가구가 정전됐다. 주민들은 손전등이나 초를 켜 뜬 눈으로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길 기다렸다.

2일 오후 11시10분쯤엔 창원 진해구 안골동 주택 외벽이 강풍에 무너지면서 주차차량을 덮쳤다. 또 같은 날 오후 10시37분쯤 통영 한 교회 첨탑이 바람에 날려 떨어져 공무원과 소방대원들이 급히 결박조치하기도 했다. 3일 오전 2시40분쯤엔 고성군 동해면 매정마을 인근 해상에 피항해 있던 컨테이너 운반선이 강풍을 못이겨 표류했다.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한 해경은 미얀마인 12명과 중국인 2명 등 14명을 구조했다. 나무가 쓰러지거나 신호등이 휘는 등의 피해신고도 잇따랐다. 경남소방본부는 태풍 마이삭과 관련해 3일 오전 7시 기준 모두 520건의 안전조치 및 지원활동을 펼쳤다.

창원 진해구 용원어시장 일대는 높아진 수위와 높은 해일로 바닷물이 넘쳐 침수되기도 했다. 마산만 수위는 258㎝까지 상승했다. 평소 만조 때 수위 240㎝ 보다 높았다. 일부 지역에선 바닷물이 역류하기도 했다.

태풍 마이삭이 상륙할 당시엔 1년 중 해수위가 가장 높은 대조기까지 겹쳤다. 해안가 저지대 침수피해가 크게 우려됐지만 현재까진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창원시는 2003년 매미로 인해 18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던 만큼 자체적으로 해안가 저지대 주민에게 대피 권고를 내리고, 지하상가 등 영업중단을 요청하며 대비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18개 시군에서 3258명의 주민이 태풍 북상 전 사전에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다. 한편, 강풍 우려로 통제됐던 남해대교, 사천대교, 삼천포대교, 마창대교 등은 태풍이 물러가면서 차량 통행이 재개됐다.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35.7mm의 비가 내리고 순간 최대풍속이 최고 초속 39.2m의 바람이 분 부산에선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던 60대 여성이 강풍으로 깨진 유리 파편에 팔뚝을 베여 숨지고 고리 원전 운영이 중단되는 등 주로 강풍에 의한 피해가 속출했다. 또 4만4300여 가구의 전기가 끊기고 도로 위의 차가 전복되거나 컨테이너 박스·건물 외벽 등이 날리고 공사장 타워 크레인·교회 첨탑 등이 넘어지기도 했다.

3일 오전 1시35분쯤 부산 사하구 한 아파트에서 60대 여성 A씨가 베란다 창문에 테이프 작업을 하던 중 유리가 갑자기 깨져 왼손목과 오른쪽 팔뚝을 베였다. A씨는 이 사고로 많은 피를 흘렸고, 병원으로 급히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오전 2시6분쯤 숨졌다. 지난 2일 오후 11시5분쯤 서구 암남동 50대 남성 B씨가 깨진 유리창에 발뒷꿈치가 찢기는 부상을 입었고 3일 오전 2시17분쯤 부산 해운대 미포선착장에서 50대 남성이 방파제에 들어갔다가 파도에 휩쓸리는 바람에 왼쪽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3일 오전 2시쯤 해운대구 해운대신시가지 장산1터널 입구의 높이 40m짜리 과속카메라 지지 철재구조물이 쓰러졌고 이날 2시43분쯤엔 강서구 체육공원 앞 도로에 인근 사무실용 컨테이너가 강풍에 밀려와 3차로 도로를 막기도 했다. 이날 오전 4시쯤엔 사하구 구평동 중흥클래스 공사 현장의 크레인 3대 중 1대가 부서지고 오전 6시30분쯤 부산 사하구 감천동 삼성여고 부근 한 교회의 첨탑이 쓰러졌다.

이외에도 강풍에 간판이 떨어지거나 가로수가 부러지고 건물 외벽이나 마감재가 떨어져 나가는 등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또 2일 오후 11시쯤부터 3일 오전6~7시쯤까지 광안대교·부산항대교·남항대교·거가대교 등 주요 도로 30여곳의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부산소방본부에 접수된 태풍 피해 신고는 305건에 달했다. 112에도 이날 오전 4시 현재까지 873건(정전 376건 포함)의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또 3일 새벽 고리 3, 4호기, 신고리 1, 2호기 등 4기의 원자로 가동이 정지됐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 따르면 신고리 1호기가 이날 0시 59분 가장 먼저 정지됐고, 신고리 2호기가 오전 1시 12분쯤 멈췄다. 고리 3호기는 오전 2시 53분, 고리 4호기는 오전 3시 1분쯤 정지했다. 고리본부 측은 “원자로 정지 원인이 발전소 밖 전력계통 이상으로 추정하고 상세 원인을 점검 중”이라며 “원자로 정지로 인해 외부에 방사선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또 이들 원전 4기가 정지되자 정비 중인 고리 2호기 등이 자동 가동돼 고리원전의 전기공급은 차질 없이 이뤄져 이로 인한 정전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부산에선 강풍으로 전신주 변압기 이탈 등으로 4만4300여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이밖에 강풍 피해에 대비, 부산과 김해를 잇는 부산김해경전철이 지난 2일 오후 9시 37분쯤 운행을 조기 중단했고 코레일도 오후 11시부터 3일 정오까지 경부선 열차 5편의 부산역∼동대구역 구간 운행을 중지했다. 동해선 역시 전동열차 6편의 부전역∼일광역 운행을 중지했다가 3일 오전 9시26~38분쯤 정상 운행에 들어갔다.

광주와 전남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강풍과 폭우로 인한 전남 지역 자연재해 신고는 전날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126건에 달한다. 가로수 쓰러짐, 시설물 파손, 간판 추락, 침수 등 피해가 잇따라 119소방대가 116건을 안전조치했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보성군 복내면에서는 전날 오후 9시 10분쯤 빗길에 미끄러진 자동차가 농수로 아래로 빠져 소방대가 특수장비를 이용해 운전자를 구조했다.

순간 최대 풍속 초속 32m의 강풍이 분 여수 거문도는 정전이 발생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전날 오후 8시 28분쯤 여수시 거문도에서 강풍으로 전기가 끊겨 370여가구의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긴급복구로 3∼5분 만에 전기 공급이 재개됐으나 오후 9시부터 또 전기가 끊겼다. 강풍으로 복구 작업이 지연되면서 4시간 30분이 지난 이날 오전 1시30분쯤 복구가 완료됐다.

광주는 건물외벽 파손, 가로수 가지 부러짐, 상가 지하실 침수 등 24건의 피해가 접수됐는데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다. 강풍에 통제된 신안군 천사대교와 여수·고흥 지역 7개 해상교량은 바람이 잦아들면서 순차적으로 통행이 재개됐다.

대구에서는 2일 오후 7시 이후 모두 92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2일 오후 7시 22분 달서구 본동에서 가로수가 쓰러진 것을 포함해 지역 곳곳에서 주택 지붕 훼손, 간판 탈락 등 피해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긴급 안전 조치에 나섰다. 3일 오전 2시쯤에는 달서구 도원동에서 가로수가 쓰러져 차량 4대가 파손됐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2일 오후 10시 46분 동구 효목2동 일대 2500세대에서는 배전선로에 이물질이 날아들어 순간 정전 사고도 발생했다. 대구 신천 상동교 지하차도, 가창 신천좌안도로, 동구 금강잠수교 등 9곳은 침수와 강풍으로 인해 통행이 제한됐다.

경북에서는 3일 오전 7시 현재 경주 등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침수, 지붕 파손 등 피해 신고가 240건 접수됐다. 경북 영천 고경면에서는 주택 안방이 침수됐다는 신고가, 포항시 구룡포에서는 지붕이 파손됐다는 신고가 1건씩 들어왔다. 청송, 영양, 영덕, 포항, 울진 등 경북 5개 시·군에서는 2만1천가구가 정전됐다. 이날 오전 6시 30분까지 2000가구에 전기공급이 복구됐다. 울릉, 청송, 칠곡, 경주, 김천, 영천 등 6개 시·군 11곳 도로는 교통이 통제됐다.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전북 지역에서 가로수 쓰러짐과 정전 등 피해가 잇따랐다. 3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가로수 쓰러짐과 간판 흔들림 등 태풍 피해 신고가 60여건 접수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나지 않았다. 밤사이 정읍과 남원, 고창 등에서 정전이 발생해 2400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현재 1821가구에 대해서는 전기 공급이 재개됐으나 나머지 지역은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전날 0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뱀사골 321.5㎜, 무주 덕유산 210㎜, 정읍 내장산 144㎜, 장수 128.1㎜, 진안 동향 122.5㎜, 고창 상하 109.5㎜ 등이다.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강원 양양군에 밤 사이 시간당 125㎜ 비가 쏟아지면서 저지대 주민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3일 강원지방기상청과 양양군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7시 26분부터 8시 26분까지 1시간 동안 양양지역에 125㎜의 장대비가 퍼부었다. 이는 지난 2006년 양양지역 기상 관측 이래 최대치다.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양양군은 이날 오후 9시 5분을 기해 “저지대 주민들은 마을회관 또는 고지대로 대피하라”는 재난문자를 모든 군민에게 발송했다. 양양 뿐 아니라 속초와 강릉 등 동해안에서 주택, 도로, 차량 침수 등으로 인한 119 신고도 잇따랐따. 이날 오전 6시 기준으로 원도재난안전대책본부에 접수된 태풍 피해는 주택 침수 9건, 농경지 침수 2건이다. 또 토사 유출과 침수 등으로 인한 11곳의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불어난 물에 교량이 일부 유실되기도. 이날 오전 7시 29분쯤 강원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 송정교 일부가 불어난 물에 유실됐다는 신고가 119소방당국에 접수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소방당국은 전체 100 길이의 다리 중 15 가량이 유실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오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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