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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쫄지 말고 투자하라' 53조 쏟아부은 동학개미…그들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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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행동재무학]<321>똑똑해진 개인투자자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투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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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는 전날 밤 미국 증시의 급락(나스닥지수 –5.0%, S&P500지수 –3.5%)에도 전혀 쫄지 않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총 1조5090억원에 달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9006억원, -5035억원을 순매도했다.

8월 거래 마지막 날인 31일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지수 정기변경(리밸런싱)으로 외국인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총 –1조6361억원을 순매도했을 때에도 개인은 전혀 쫄지 않고 1조5696억원 순매수로 맞섰다. 이날 외국인이 기록한 일일 순매도 금액은 사상 최대 규모였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쇼크가 덮쳤던 지난 3월 9일 -1조4510억원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말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병 유행으로 증시가 공포에 휩싸이며 2월 14일부터 3월 19일까지 외국인이 무려 –13조5759억원을 순매도했을 때에도 개인은 겁 먹지 않고 13조4352억원을 순매수를 했다.

지난 5월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2차 유행이 시작되면서 6월 9일부터 6월 15일까지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2조7968억원, -8324억원을 순매도했을 때에도 개인은 꿋꿋하게 3조7648억원을 순매수했다.

8월 중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발 3차 유행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으로 퍼지면서 8월 14일부터 9월 4일까지 기관이 –3조1239억원, 외국인이 –2조7156억원 순매도했을 때에도 개인은 하나도 쫄지 않고 5조9936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렇듯 개인투자자는 올들어 악재가 터질 때마다 대규모 매수를 기록했다. 전혀 쫄지 않았고 과감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요 단순히 애국심 때문만도 아니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기대하고 스스로 베팅했다. 결과적으로 개미는 한국 증시 하락을 막은 증시 구원병이 됐다.

올들어 9월 4일까지 개미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총 53조2117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4조664억원, -29조186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패닉에 휩싸여 주식을 마구 내던질 때 개미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이를 다 받아냈다. 만약 동학개미가 없었더라면 한국 증시가 얼마나 더 폭락했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리고 결과는 개인투자자가 옳았다. 올들어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7.8%, 29.3% 올랐다.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수십조원을 매도했는데도 증시가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는 것은 모두 동학개미 덕분이다. 그렇다면 올해 증시에서 무엇이 개미로 하여금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매도 공세에도 쫄지 않고 53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도록 만들었까?

가장 먼저 학습효과를 꼽을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20~30년간 증시 급락은 결코 오래 가지 않으며 급락 후엔 반드시 급등이 뒤따른다는 걸 반복해서 지켜봤다. 그리고 악재가 터지면 각국의 중앙은행이 나서서 금리를 인하하거나 통화 완화 정책을 펴면서 증시 급락이 오래 지속되지 않게 막는다는 사실도 거듭 목격했다. 대표적인 게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이다. 게다가 지금은 공매도가 금지된 터라 국내 증시 급락을 증폭시킬 세력이 없다.

그리고 개인투자자의 맷집도 세졌다. 원래 싸움에서 맷집은 많이 맞을수록 커지기 마련인데 주식투자에선 반대로 많이 실패할수록 자신감을 잃고 포기하기 쉽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유동성이 넘치면서 증시가 급락해도 마진콜을 당할 염려가 사라졌다. 얼마든지 초저금리에 신용과 대출 등 레버리지를 일으켜 증시에 자금을 더 쏟아부을 수 있다. 증시 급락이 곧바로 손실로 귀결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저가매수하면서 조금만 버티면 큰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직간접적으로 수차례 경험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투자 맷집이 세졌다.

개인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투자 성향도 한몫을 했다. 원래 개인이 위험을 더 싫어하고 안전한 투자를 원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올해는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더 과감해졌다. 전혀 쫄지 않는다. 원래 ‘쫄지 말고 투자하라’는 스타트업 투자업계에서 유명한 말이다. 인기 스타트업 토크쇼 유튜브 채널인 ‘쫄투, 쫄지 말고 투자하라’도 있다. 스타트업 투자는 그야말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투자의 전형이다. 올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은 마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만큼 과감하게 움직이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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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똑똑한 개인투자자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엔 개인은 기관과 외국인의 매매동향을 뒤쫓아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똑똑한 개인투자자가 많고 또 개인이 오히려 시장을 리드한다는 말도 나온다. 자금력에 있어서 밀리지 않는 데다 정보력과 민첩성도 결코 뒤지지 않는 모습이다. 요즘엔 언론에 개인투자자가 주식투자에 실패해서 쪽박 찼다는 기사가 별로 없다. 과거처럼 개인을 군중심리에 휩싸이고 나약한 바보로 비하하는 게 크게 줄었다.

실제로 올들어 개인투자자가 1조원 이상 순매수한 상위 톱8 종목을 보면 투자 성적이 놀랍다. 1조1369억원을 순매수한 카카오는 161.9% 올랐고, 현대차와 NAVER는 각각 43.2%, 76.1% 상승했다.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4분기 상승한다면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강상규 소장 mtsqkang3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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