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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발표만 남긴 ‘아시아나항공 노딜’… 2500억 소송전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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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정몽규 HDC현산 회장][현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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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재실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1년여간 동안 진행됐던 아시아나항공 인수협상은 결국 노딜(거래무산)로 결론이 날 전망이다.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은 거래무산 책임을 놓고 2500억원대 이행보증금 소송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현산이 지난 2일 산은 측에 보내온 이메일이 사실상 노딜 입장을 밝힌 최후통첩이라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이동걸 산은 회장이 정몽규 현산 회장을 만나 인수대금 인하 등 거래조건을 제시하며 인수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달라 했음에도 이에 대한 답은 없이 12주간 재실사를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입장을 전달한 방식이 이메일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채권단 측은 ‘현산이 협상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채권단은 이미 지난 실사 기간 동안 현산에 자료를 충분히 제공했기 때문에 불필요하다 판단하고 있다. 현산이 재실사를 요구하는 것은 실제 더 들여다볼 내용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코로나19로 항공업계 업황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시간을 최대한 끌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심산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현산 측은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내세우는 상황이다. 현산이 지난 7월말 재실사를 처음으로 요구한 이후 40여일 동안 양측이 협상을 벌였음에도 입장을 조금도 좁히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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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산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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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채권단은 조만간 금호산업을 통해 노딜을 선언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노딜을 사실상 결정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대외적으로 자금지원 계획 등 후속조치 없이 노딜을 공표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도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치, 즉 ‘플랜 B’를 모두 세워놓고 노딜 선언과 함께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공개 시점은 다음주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플랜 B로 가장 유력시 되는 것은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 체제에 두며 구조조정을 진행한 뒤 몇년 뒤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 것이다. 채권단은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에 유상증자 등을 통해 투자하기로 했던 금액에 상응하는 2조원 가량을 기간산업안정기금 등을 통해 투입할 계획이다.

금호그룹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현산 측에 구주를 팔아 3228억원을 확보해 그룹을 재건하려했던 계획이 틀어지기 때문이다.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고속도 코로나19로 교통수요가 크게 감소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호 측이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은 현산이 계약금 조로 낸 2500억원의 이행보증금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현산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놓고 양측이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화그룹이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다가 산업은행과 벌인 계약금 반환 소송이 10년 가까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결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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