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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태풍 피해 못 막는 북한 체제...김정은, '버럭'으로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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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열차서 정무국 회의 여는 등 이례적 연출
한국일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5일 함경남도 태풍 피해 현장을 둘러보며 농경지를 보호할 구조물 구축과 기술 개발 등의 대책 마련을 지시하는 모습을 보선중앙TV가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TV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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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태풍 '마이삭'이 지나가자마자 피해 현장에 나타났다.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담당 간부를 해임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고난에 처한 인민을 살뜰히 챙기는 지도자임을 부각시킨 것이다.

'최고 존엄'인 김 위원장의 각별한 지시에도 북한은 마이삭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북한 당국의 '총체적 무능'이 드러났고, 김 위원장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현장 행보에 나선 측면도 있다.

태풍 피해 현장서 '버럭'한 김정은


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본 함경남도 현지에서 노동당 정무국 확대회의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김성일 함경남도 당위원장을 현장에서 해임했다. 태풍으로 함경남ㆍ북도 해안선 지대 살림집 1,000여채가 무너지고, 공공건물과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입었는데, 그 책임을 김성일 당위원장에 물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태풍 방재작업을 하지 않아 수십여명의 인명 피해를 낸 강원도와 원산시 간부들도 인책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이례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전용 열차에서 현지 간부들과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수해 피해시 종종 관료들을 이끌고 현장을 방문해 지도력을 강조한 사례와 닮았다.

김 위원장이 평양 간부들의 태풍 피해 복구 지원을 독려하는 자필 서한을 공개적으로 보낸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김 위원장은 "당 창건 기념일(10월10일)이 눈 앞에 다가왔는데 함경남북도의 인민들이 한지에서 명절을 쇠게 할 수는 없다"고 간부들의 대응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공개 서한은 전시에나 등장하는 매우 이례적 형식"이라며 "수해 위기 극복을 내부 결속용 사업으로 선전하기 위해 사전에 준비된 계획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본 함경남도 지역을 방문해 특별열차에서 정무국 확대회의를 소집한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TV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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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과시가 역설적으로 드러낸 체제 위기


김 위원장은 이러한 연출로 어떤 효과를 노렸을까. 우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수해 등 '3중고'에 처한 북한의 경제 위기를 정면돌파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짙다. 김 위원장은 인민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당 간부들을 엄벌, 스스로를 '애민 지도자'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자신감 과시'가 역설적으로 북한의 위기를 드러냈다. 북한 매체들은 태풍이나 수해 피해 상황을 정확히 알리지 않고 '간부 질책'만 강조한다. 주민 동요를 우려해 피해를 은폐하려는 노림수다. 실제 김 위원장은 태풍 마이삭이 관통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강원 원산이 아닌 함경남도를 찾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태풍 방재작업에 필요한 트럭이나 포크레인이 턱없이 부족해 재난 예방 작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김 위원장이 명령을 해도 국가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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