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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자영업자 박씨의 한탄 "오락가락 코로나 방역수칙, 정부를 이해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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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영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이 강화하면서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사업장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님이 뚝 끊긴 마당에 문까지 닫으라니 영세 자영업자 입장에선 죽을 맛이다. 더 심각한 건 알 수 없는 정부의 방역수칙 기준이다. 자영업자들은 불공정한 기준에 좌절했고, 방역시스템엔 구멍이 뚫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자영업자 박수진(가명ㆍ48)씨의 한탄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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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박씨는 영업을 못하는 것보다 더 괴로운 건 일관성 없는 정부의 지침과 기준이라고 토로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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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은 지 벌써 보름여가 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하면서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뷔페의 영업이 막혔다. 다시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였다. 정부의 의도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하루 벌어 하루 쓰는 영세 자영업자에게 당장 영업을 하지 말라는 건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따로 있었다. 애매모호한 정부의 지침이었다. 서울의 한 식당가에서 한식뷔페를 운영 중인 박수진씨는 "매번 말이 바뀌는 지자체의 지침에 힘이 빠지기 일쑤"라면서 "정부의 일관성 없는 기준에 좌절감을 느낀 것도 한두 번이 아닌데, 관官 쪽 사람들은 자기들의 입장만 이해해 달라고 말한다"고 토로했다.

✚ 영업을 못한 게 언제부터인가요?

"8월 19일부터예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강화조치가 내려진 그날 바로 구청에서 장사를 못하게 했어요."

✚ 벌써 16일이 지났습니다. 구청에서 처음엔 2주만 문을 닫으면 된다고 말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맞아요. 그런데 이틀 만에 말을 바꿨어요. 정해진 기간이 없다고요. 그러면서 2주보다 짧아질 수도 있다는 말도 했어요. 하지만 3단계 격상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짧아질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 확진자 추이에 따라 상황이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에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든 건 사실이에요.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에요. 그렇다면 처음부터 상황이 이러하니 별도 해제 시까지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면 그에 맞춰 대비를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말을 자꾸 바꾸면 자영업자들은 매번 휘둘리고, 좌절할 수밖에 없어요. 정부의 입장만 이해해 달라는데, 우리의 입장도 헤아려줬으면 좋겠어요."

✚ 구청 측이 말을 바꿔서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엔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음식을 퍼가면 영업을 할 수 있다고 얘기했어요. 한번에 50명 이하만 받고, 한자리 건너 한자리씩 띄엄띄엄 앉으면 된다고요."

✚ 그래서 영업을 하셨나요.

"준비를 다 해놓고 오픈을 앞두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안 된다는 거예요. 결국 준비했던 음식을 폐기하고 문을 닫아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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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방법은 없었나요.

"여기저기 다 전화해봤어요. 서울시에서 준 답은 직원이 직접 서빙을 하라는 거였어요. 그럼 영업이 가능하다고요. 보통 음식점처럼요."

✚ 손 놓고 있는 것보단 그렇게라도 하는 게 낫지 않나요.

"당사자가 아니니까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거예요. 직접 서빙을 하려면 홀인원을 늘려야 하고, 식기도 새로 구입해야 해요. 근데 그럴 거면 누가 뷔페에 오나요. 게다가 그렇게 바꿨는데 또 지침이 달라져서 안 된다고 하면 어쩌라고요."

✚ 그럼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건가요.

"사실 그냥 문을 열까도 생각했어요. 다른 곳에선 영업하는 곳들도 있더라고요. 근데 원스트라이크아웃제라 한번 걸리면 바로 영업정지처분을 받아요. 그뿐만 아니라 문을 열어도 장사가 될까 걱정이고요."

✚ 좀 더 자세히 말해주신다면.

"뷔페는 이미 고위험시설로 각인이 돼서 손님들이 잘 안 오려고 해요. 게다가 띄엄띄엄 앉으면 절반밖에 수용을 못하고, 주 손님이 회사원이라 식사시간이 정해져 있어 오래 기다리질 못해요. 인건비, 식재료비, 전기세 등 나가는 돈 생각하면 안 여는 것만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 다른 힘든 점은 없나요.

"사실 제일 힘든 건 정부의 지침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거예요."

✚ 무슨 말인가요.

"뷔페는 안 된다면서 셀프바는 허용하고 있는데, 무슨 기준인지 모르겠어요."

✚ 뷔페와 셀프바는 무엇이 다른 건가요.

"셀프바는 모자란 반찬을 손님이 직접 떠다 먹거나, 재료를 직접 가져다가 조리해 먹는 걸 말해요. 사실상 뷔페나 셀프바나 다를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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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좀 이상한데요, 항의하진 않으셨나요.

"바로 서울시에 전화했어요. 뷔페와 셀프바가 뭐가 다르냐고 항의했죠. 뷔페도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착용하고 방역수칙을 따르면 청결할 수 있다고요."

✚ 시청에선 뭐라고 하던가요.

"그럼 확약서를 쓰라고 했어요. 문제가 생길 시(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길 시) 대표가 모두 책임을 지겠다는 확약서요. 모든 위험부담을 감수하라는 건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어요."

✚ 억울할 것 같은데요.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화도 났어요. 근데 그것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따로 있어요."

✚ 그게 뭔가요.

"뷔페나 셀프바나 마찬가지예요. 뷔페가 위험하면 셀프바도 위험하죠. 더구나 이곳 식당가에선 많은 인원을 수용했던 뷔페들이 문을 닫으니까 다른 식당으로 손님이 몰리고 있어요. 규모가 작은 곳에선 띄어 앉기도 안 되니까 더 위험해 보일 때가 많아요."

✚ 정부의 방역수칙에 허점이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맞아요. 사실 다른 자영업자분들 입장에선 무슨 소리냐고 하시겠지만 영업중단 조치를 받은 우리 입장에선 이럴 바엔 차라리 3단계로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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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페와 셀프바는 사실상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정부는 뷔페는 금지하면서 셀프바는 허용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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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애매한 기준과 수칙으로 방역에 허점이 생기면 코로나 확산을 막는 데 시간이 지체될 거 아니에요. 그럼 일부 자영업자들만 계속 피해를 보겠죠. 그러느니 3단계로 격상해 빠르게 진정시킨 다음에 다 같이 영업을 재개하는 게 낫지 않나 싶어요."

정부는 6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조치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1주일, 나머지 지역에 적용 중인 2단계는 2주 더 연장했다. 애매모호한 기준 탓에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업종들도 일부 영업제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업종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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