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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불붙는 OTT 시장

    ‘넷플릭스 법’ 대상에 네이버·카카오 등 5개사…실효성·역차별 우려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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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자 100만명+트래픽 1% 이상 사업자 대상

    망 품질 유지 의무 부과…통신사와 사전 협의 강화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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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키고도 국내에서 망 사용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넷플릭스, 유튜브(구글)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에게 국내 통신망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한 이른바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대상에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앞으로 이들 사업자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는 한편, 트래픽 급증 시 통신사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만 한다. 다만 해외 사업자들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따라 붙으며 이미 망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국내 사업자의 발목만 잡는 역차별 규제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령을 입법예고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시행령에는 부가통신사업자가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7 신설에 따라 ▲적용 기준 ▲필요한 조치사항 등이 규정됐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12월10일 시행을 앞두고 10월 19일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시행령 세부 내용 살펴보니…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카카오, 네이버 대상

    구체적으로는 전년도 말 3개월 기준으로 일 평균 이용자가 100만명 이상이고 국내 총 트래픽의 1%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가 법 적용대상이 된다.


    이 경우 현재 적용 대상에는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카카오, 네이버 등 5개사가 해당된다. 이용자 수와 트래픽 양 기준을 모두(and) 충족해야만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를 지게돼 당초 우려했던 소규모 스타트업 등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일 평균 이용자 100만명 이상인 사업자가 약 50개사, 국내 트래픽 1%를 웃도는 사업자가 총 8개사"라며 "서비스 안정성 확보가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업자로 한정하기 위해 or이 아닌 and 조건을 적용하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사업자는 총 5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법 시행 시 9~11월 트래픽이 적용되는 만큼 5개사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도 남아있다. 대상 기업은 매년 바뀌어 공포된다.


    당초 업계와 전문가들은 일 평균 트래픽 0.35%(16개사)~5%(2개사) 사이에서 다양한 기준을 제시했으나, 연구반은 이용자와 국내 인터넷 자원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1%로 최종 결정했다. 일 평균 트래픽 1%인 1.7페타바이트는 하루 종일 약 3만5000명이 HD동영상을 동시에 시청하는 규모다.


    시행령에는 이용자들이 이용환경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사업자가 ▲서버를 다중화하고 ▲필수적인 서버용량 등을 확보하고 ▲콘텐츠 전송량을 최적화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대상 CP들이 필요 시 기간통신사업자를 포함한 관련 사업자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일례로 앞서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소송전으로 치달은 트래픽 경로 변경 사례처럼 서비스 안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계약을 맺은 통신사에 사전 통지해야만 한다. 이는 일부 CP에 트래픽이 몰리며 전체 통신 네트워크에 부하가 가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밖에 시행령은 서비스 안정성 유지를 위한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도록 하는 한편, 매년 1월 말까지 관련 이행 현황에 대한 자료 제출도 의무화했다. 적용 대상인 5개사는 이용자들의 요구사항을 처리할 수 있는 온라인, ARS 채널도 확보해야한다. 장애 등 서비스 안정성 상담을 위한 연락처를 고지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위반 사업자는 과태료 2000만원 등 법에 따른 시정조치를 받게 된다.

    ◆해외사업자에 실효성 있을까…국내 기업 역차별 우려도

    다만 실효성 논란은 잇따른다. 국내 사업장이 없는 해외 사업자들에 대한 법 적용 여부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측은 27조에 글로벌 사업자 대리인 규정을 담았고,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들과 최소 4차례 만나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내용적 위반은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법 통과 직후부터 해외, 특히 미국에서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했다"며 "연구반에도 FTA팀 직원이 참여해 통상문제를 주의깊게 봤다. 서버증설이나 서버 현지화를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특정기업을 목표로 한 시행령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국내 사업자 역차별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앞서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모든 CP에 대해 망 안정성 확보 의무를 부과하는 이른바 넷플릭스 무임승차방지법이 통과한 직후에도, 이미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국내 CP와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일었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해외 CP들이 국내 ISP가 이용자로부터 사용료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망 사용료를 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2016년 기준 망 사용료 명목으로 통신사에 각각 734억원과 300억원가량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해외 사업자들로 인해 촉발한 법 개정 움직임이 국내 사업자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넷플릭스가 과연 망사용료를 지불할지 의문인 상황에서 국내 CP들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역차별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입법 예고 시 사업자 의견 수렴을 거치며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CP가 ISP에 지불하는 금액에도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선을 그었다.

    ◆페북-방통위, 넷플-SKB 법적공방에 여파 미칠까

    이날 공개된 시행령의 세부 내용이 고의적 속도 지연 논란에 휩싸였던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 간 법정분쟁 2라운드에 여파를 미칠 지도 주목된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해당 규정이 이번 주 예정된 2심 판결에서 직접 인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페이스북은 2018년 3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함으로써 이용자 접속지연을 초래, 방통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같은 해 5월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방통위는 즉각 항소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인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행위’. '이용 제한'에 해당하는가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가 '정당한 사유'에 따른 것인지 등도 살펴보고 있다. 법원이 글로벌 CP의 망 품질 유지 의무를 인정해 사업자의 책임을 물을 지가 관건이다.


    또 다른 글로벌 CP인 넷플릭스 역시 유사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낼 의무가 없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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