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8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모리스빌에 있는 후지필름의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스 공장을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 회사는 코로나19 백신 원료약을 위탁 생산한다. [로이터]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1월에 열리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전 백신 개발을 호언장담하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국가적 신뢰를 떨어뜨린다”며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10월 서프라이즈'를 예고했다. 그는 “(백신이) 아주 빠르게 보급될 것이며, 아주 큰 서프라이즈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전성 논란을 의식했는지 “백신은 아주 안전하고 효과적일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워싱턴 안팎에선 트럼프가 대선 직전에 백신을 개발해 선거에서 승기를 잡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유권자들이 재선을 결정하는 그 시점에 백신을 내놓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8월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왼쪽)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FP]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자 바이든 후보와 러닝메이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당장 '백신 정치화'를 비판하고 나섰다. 바이든 후보는 7일(현지시간) 펜실베니아 지역에서 유세 중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말을 너무도 많이 해와서 백신에 대한 공신력조차 약화시키고 국민이 좋은 백신이 있더라도 맞기를 꺼리게 만들었다”며 “트럼프는 국가적 신뢰조차도 해치고 있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 상원의원도 5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백신을 곧 보급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말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욕심으로 백신에 너무 집착하고 있어 대부분의 과학자, 전문가들의 ‘입을 틀어막고(muzzled)’ 있다”고 했다.
바이든과 해리스 후보의 잇따른 공격에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그들이 하는 말은 미국에 대해 너무나 위험한 발언”이라고 응수했다. 민주당이 정치적 이득을 노리고 백신 개발을 헐뜯고 있다는 취지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과 매우 진보적인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는 미국을 파괴하고 경제를 망칠 것"이라며 "이들은 무모한 백신 반대에 대해 즉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을 두고 "멍청하다"(stupid)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내 코로나19 대응을 이끄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경우에도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엔 미국 국민에게 사용 승인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백신 보급이 대선 전에 가능할지를 묻는 질문에는 “10월까지 백신을 가진다는 상상은 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처럼 정치공방이 가열되자 백신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미 국민도 늘고 있다.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미 유권자 24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21%가 코로나19 백신이 나와도 접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자신들이 접종을 받기 전 먼저 접종을 받은 다른 사람의 효과와 부작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