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문제가 최대 난제…"양국 정상 의지가 중요"
언론진흥재단·세종연구소, 한일 언론인 화상대화 개최
한일 언론인 화상대화 |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한국과 일본의 중진 언론인들은 얼어붙은 한일 관계가 일본의 총리 교체에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한·중·일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열린다면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한일 언론인들은 8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가 공동으로 개최한 '한일 언론인 화상대화'에서 일본 차기 총리로 유력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후임이 되더라도 일본의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고미 요지(五味洋治) 도쿄신문 논설위원은 "스가 관방장관은 '아베의 아바타'로도 불리기 때문에 총리 교체로 일본 정부의 노선 변경을 기대할 수 없다"며 "또한 차기 총리는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으로 한일 관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네기시 히로시(峯岸博) 일본경제신문 논설위원도 차기 총리의 임기는 아베 총리의 잔여 임기로 내년 9월에 끝나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과 지방 활성화 등 국내 문제에만 전력을 다하고 외교는 뒷순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가 장관이 총리가 되더라도 아베 정권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강제징용 문제는 국제법을 지키도록 하고, 수출규제도 기존 노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 특파원을 지낸 한국 언론인들 역시 일본의 총리 교체에도 한일 관계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김현기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양국 관계 악화의 일본 쪽 요인은 아베 총리 개인이 아니라 일본인 전체의 한국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해서 지도자 교체로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문재인 정부가 일본 총리 교체를 기회로 활용할 의지가 있는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11월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한국 측에서는 기대감도 나타냈지만, 일본 언론인들은 성사 자체도 어려울 수 있다며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김범수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올해 한중일 정상회담이 한국에서 열리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양국 관계의 최대 난제인 강제징용과 관련해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을 국제법 문제로만 접근하지 말고 한국도 협정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태도로 서로 명분을 살려주면서 양보하는 방안으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도요우라 준이치(豊浦潤一) 요미우리신문 서울지국장은 "코로나19 문제로 정상회담 개최가 가능할지 미지수"라며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주춤해서 환경이 좋아져도 한국이 강제징용 문제의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일본 총리가 방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양국 언론인들은 강제징용 관련 일본제철의 압류자산을 현금화하면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공통된 전망을 했지만, 해법과 관련한 인식에는 차이를 보였다.
사회를 맡은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오늘 대화가 한일 관계에 서로의 인식 차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지만, 인식 차를 넘어서 개선하려는 의지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희망적 생각도 갖게 됐다"며 "양국 언론의 좀 더 객관적인 보도와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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