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재선 연료로 폭력 이미지 사용”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11월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선거운동에 사재(私財)를 투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를 방문하기 위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직전 ‘선거운동에 사비를 쓸 것이냐’는 질문에 “그래야 한다면 그럴 것”이라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린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지난번(4년전)의 마지막 두달 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두배 또는 세배라고 본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개인적으로 내놓겠다”면서 “2016년 프라이머리에서 많은 돈을 내놓은 것처럼, 내가 해야만 한다면 그러겠다. 하지만 우리는 4년 전보다 두세 배를 갖고 있기에 그럴 필요가 없다”고 부연했다.
필요하다면 사재를 털어 선거자금으로 쓰겠지만 캠프의 자금 사정이 나쁘지 않아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서도 “2016년 프라이머리 때 했던 것처럼 만약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면, 그리될지도 의심스럽지만,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를 꺾기 위해 필요하다면 선거운동에 1억달러(약 1189억원) 규모의 자비를 쓰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트럼프 캠프가 선거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개인적으로 6600만 달러를 내놨지만, 현직 미국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개인 재산을 내놓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트럼프 캠프 대변인인 팀 머토는 이 문제를 검토했는지에 대해 언급을 피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모금이 기록을 깨고 있다”며 “지금부터 선거일까지지난 대선 때 보다 두 배 많은 (자금) 투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 진영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 측보다 모금액이 더 많은 상황이다.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지난달 3억6500만달러를 모으면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세웠던 한 달 모금 최고 기록인 1억9300만 달러를 뛰어넘었다. 트럼프 캠프 측은 아직 8월 모금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순자산은 지난 1년간 3억달러가 감소한 27억달러다.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등 트럼프 재선 캠프는 지금까지 8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바이든 측은 7월까지 4억1400만 달러를 썼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력 시위대는 바이든 후보의 유권자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지난 주말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행진하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시위대가 식당 야외에서 식사하던 노인들에게 다가가 조롱하는 영상과 시위대가 음식점에 들어가 확성기로 외치며 영업을 방해하는 영상들을 공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자가 아닌 이들 무정부주의자는 바이든 유권자들”이라며 “하지만 그(바이든)에게는 통제력이 없고 할 말도 없다. 수치스럽다. 그런 것은 본 적이 없다. 폭력배들”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이끄는 도시와 주에서 폭력 시위가 만연하다면서 ‘법과 질서’ 수호를 강조해왔다. 특히 시위를 방관하는 바이든 후보가 집권하면 ‘무법천지’가 된다면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싸움의 정치적 연료로 폭력의 이미지를 사용한다”면서 “그가 폭력에 대한 상세한 묘사를 재선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는 방향으로 되돌아갔다”고 평가했다. 2016년 대선 후보로 지명될 당시 이슬람 과격단체의 테러와 미국 불법체류자 범죄에 초점을 맞춰 효과를 봤던 전략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흑인 범죄 등 새로운 위협에 대한 경고로 대체된 것이라고 WP는 설명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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