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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손님 끊긴 매장 접고 밀키트로 업종 전환"…자영업자 문의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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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 제조업체 8월 문의 최대 300% 늘어

기존 매장·인력 활용 가능…낮은 투자비용·인건비 절감 장점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 수준으로 강화되면서 매장식사 보다 포장이나 주문식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31일 서울 시내의 한 도시락 매장에서 배달업체 직원이 도시락 배달을 위해 매장을 나서고 있다. 2020.8.3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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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서울 노원구에서 이탈리아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배달 메뉴에 스파게티 소스·면·토핑을 따로 포장해 판매하는 '밀키트 세트'를 추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매장을 찾는 손님들 발길이 끊기자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에서 시도한 방법이다. 면이 불어 배달에 취약한 스파게티를 집에서 간단히 조리할 수 있도록 밀키트로 판매하자 손님들 반응도 좋았다. A씨는 "배달 앱에서 우선 판매하고 있지만 인기가 좋으면 밀키트 제품만 따로 만들어 판매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장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밀키트(meal kit)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관련 업체엔 기존 음식점에서 판매하던 메뉴를 밀키트로 만들어 달라는 자영업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매장 매출이 타격을 입자 온·오프라인을 포함한 새로운 판로를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큰 투자비용이 들지 않는데다 매장 유지비용도 줄일 수 있어 자영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 매장 손님 발길 '뚝'…밀키트 제작 문의 최대 300% 늘어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밀키트 제작 진행 업체 '핫딜코리아'에 접수된 문의는 지난 1월 대비 5배 이상 급증했다. 이달 문의 건수는 이미 8월 전체 문의의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급증하는 추세다.

밀키트는 식사(meal)와 키트·세트(kit)를 합성한 단어로, 미리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으로 요리를 완성할 수 있도록 준비된 제품을 의미한다. 외식을 통해서만 맛볼 수 있던 음식들을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장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에겐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제대로 된' 한 끼를 집에서 즐기려는 집밥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밀키트 제작과 판매를 위한 행정절차·온라인 몰 개설·마케팅 과정을 컨설팅하는 핫딜코리아는 지난 2018년 밀키트 사업을 시작한 이래 최근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밀키트 제작을 의뢰하는 음식점 종류도 닭볶음탕·코다리찜·곱창·떡볶이·주꾸미볶음·스파게티를 포함해 다양하다.

김이륜(35) 핫딜코리아 대표는 "올해 초부터 문의가 점점 늘기 시작하더니 코로나19 2차 확산 이후 밀키트 제작 의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유사한 밀키트 컨설팅 업체도 우후죽순 생겨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밀키트 제작업체 '아이엠어셰프'에도 최근 자영업자들의 밀키트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아이엠어셰프에 따르면 올해 1월 대비 지난 8월 밀키트 제작 문의는 약 300% 늘었다. 아이엠어셰프 관계자는 "자영업자 중에서도 온라인 판매를 원하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밀키트 사업에 관심을 두는 분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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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의 한 닭볶음탕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밀키트(독자제공) 2020.9.9/뉴스1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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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비용 대비 매출 증대 효과…인건비·매장 관리비 절감도

자영업자가 밀키트 제작 업체에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적은 투자비용으로도 매출을 높일 수 있어서다. 제품 포장에 사용할 박스와 진공포장 용기 외에 고정 지출이 많지 않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특히 식자재를 준비하는데 드는 업무량과 인건비·공과금과 같은 매장 유지비용을 줄일 수 있어 자영업자 선호도가 높다. 기존 매장에서 서빙과 매장 시설 관리에 투입하던 인력을 식자재 준비와 포장으로 전환할 수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장 운영을 접고 밀키트 판매에 주력하는 자영업자도 생겨났다. 강원도 춘천시에서 닭볶음탕 전문점을 운영하던 이모씨(45)는 최근 매장 운영을 아예 접었다. 기존 매장은 밀키트 조리와 배달을 위한 전용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씨는 "매장을 운영할 때는 최소 3명이 할 일을 밀키트 판매에 집중하면서 1명이 하게 됐다"며 "최근 들어 밀키트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수입이 쏠쏠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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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권에 적용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일주일 연장하기로 발표한 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한 식당이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9.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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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매장에서 밀키트 판매 시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영업신고 해야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매장에서 밀키트를 제작해 판매하기 위해선 행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1조에 따르면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은 식품을 제조·가공업소에서 직접 최종소비자에게 판매(온·오프라인 판매 포함)하는 영업을 의미한다.

우선 면적변경신고를 통해 기존에 운영하던 일반음식점의 운영 면적을 줄이고 주방 공간에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영업신고를 해야 한다. 이렇게 매장 공간을 따로 분리해 신고하면 기존 일반음식점 폐업신고 없이 동시 운영이 가능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시설투자 등으로 인한 영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반음식점과 바로 인접한 장소에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영업을 하려는 경우 주방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의 시설기준에 따르면 독립된 건물이거나 즉석판매제조·가공 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시설과 분리 또는 구획돼야 한다.

제작한 제품은 매장이나 자사 온라인 몰을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만 가능하다. 다른 업체나 중간 유통채널에 납품할 수 없다는 의미다. 쿠팡이나 마켓컬리와 같은 온라인 유통 채널과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제품 판매를 원할 경우 추가로 '통신판매업' 신고를 해야 판매 허가가 난다.

다만 밀키트를 생산해 판매처를 확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업계 관계자는 지적한다. 온라인이나 배달 판매를 위주로 하다보니 마케팅과 홍보에 신경쓸 일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밀키트 생산 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마켓이나 자사 몰에서 판매와 홍보까지 담당해야 하다 보니 중장년층 자영업자는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밀키트 제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꾸준한 마케팅을 통해 제품 판매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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