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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넷플릭스 세상 속으로

다른 기업엔 있지만 ‘잘 나가는’ 넷플릭스엔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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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규칙 없음]

리드 헤이스팅스·에린 마이어 지음, RHK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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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회사 내에 전용 집무실을 두지 않고 있다. 심지어 서랍이 달린 칸막이 책상도 사용하지 않는다. 직원에게 용건이 있으면 그가 일하는 곳으로 직접 찾아간다. 회사를 찾아 온 외부 손님과의 미팅은 직원들이 오가는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한다. 직원들에게 뭔가 숨기는 듯한 인상을 줘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투명성을 일상화하는 게 리더의 몫’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이는 조직 내부에 대해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를 궁금해하자 온종일 넷플릭스에 머물면서 CEO가 참석하는 모든 회의와 일대일 미팅에 동석할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

기업 문화·성공비결 직접 서술

통큰 투자로 유능한 직원 뽑으면

규정없어도 ‘자유와 책임’ 문화 확산

‘회사에 득 되는가’가 유일한 기준

헤이스팅스가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와 성공 비결에 대해 직접 쓴 책 역시 매우 솔직하다. 넷플릭스 CEO의 첫 책이라는 점만으로도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책 내용도 ‘숨길 게 뭐 있어?’라는 식으로 다 말해준다. 헤이스팅스가 에린 마이어 인시아드(INSEAD) 교수와 대담하는 방식으로 기술된 책 곳곳에서 “따라 할 테면 따라 해봐”라는 자신감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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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조직 문화를 한 마디로 압축하면 책 제목과 같은 ‘규칙 없음(No rules rules)’이다. 유능한 직원에게는 통제와 규정 대신 자유를 주라는 얘기다. 유능한 직원은 자유를 누리는 만큼 책임의 무게도 알기 때문이라는 게 헤이스팅스의 생각이다. 또 유능한 직원은 주체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며, 솔직하게 말하면 찰떡같이 이해한다고 믿는다.

■연봉인상은 과감하게, 퇴직금은 두둑하게

‘규칙 없음’의 조직 문화가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무엇보다 회사에 필요한 최고의 인재를 뽑아 반드시 ‘우리 회사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신 도움이 되지 않는 직원은 조직에서 빨리 없앤다. 헤이스팅스는 몇 번의 창업과 기업 경영을 통해 소수가 다수의 능률을 끌어내리는 현상을 직접 경험했다. 인재 밀도를 높이기 위해 넷플릭스는 스카우트한 직원의 연봉을 과감하게 인상한다. 직원들의 연봉 재협상 과정에서는 연봉 밴드, 급여 등급, 인상 풀 등을 적용하지 않는다. 내보내야 하는 직원에게는 빨리 솔직히 통보하고, 퇴직금을 두둑하게 준다. 그런 방식이 회사와 퇴사자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그는 말한다.

■휴가, 출퇴근···일 다 했으면 알아서 가라

넷플릭스에는 휴가 규정이 없다. 누군가는 두 달 동안 휴가를 내서 아마존 탐사를 떠나고, 또 누군가는 매달 마지막 주일에 가족을 만나기 위해 다른 도시로 가기도 한다. 출퇴근 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재택근무는 물론이고, 주중 3일 동안만 한꺼번에 몰아서 일을 할 수도 있다. 직원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자유와 책임(Freedom & Responsibility)’이 작동하는 순간이다. 헤이스팅스는 “유능한 직원의 판단을 믿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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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위한 최선이라면 1등석 출장도 OK

넷플릭스에는 출장이나 접대 비용 규정도 없다. 이 역시 판단과 결정은 직원의 몫이다. 판단의 유일한 기준은 ‘회사에 이득이 되는가’이다. 예를 들어 밤 비행기로 장거리 이동 후 다음 날 아침 중요한 발표를 해야 한다면 최상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이코노미석보다는 비즈니스석, 비즈니스석이 없다면 1등석을 이용하는 게 현명한 판단이다. 피곤함에 짓눌려 흐릿한 상태로 중대 결정을 하지 말란 뜻이다. 헤이스팅스는 “업무 성과가 뛰어난 사람들로만 팀을 구성하면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할 것이라 믿어도 좋다. 통제를 걷어내고 직원들에게 좀 더 많은 자유를 줘도 된다”고 강조한다.

■CEO가 결정 안 한다, 그렇다면 누가?

넷플릭스로 이직한 직원들이 가장 놀라는 점 중 하나는 보고 체계나 승인 절차가 없다는 점이다. 수백만 달러 규모의 계약도 실무자에게 맡긴다. 정보에 가장 밝은 자, 즉 그 일을 맡은 직원이 CEO보다도 성공 여부를 더 잘 안다고 본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도 넷플릭스의 인재 밀도의 힘이 발휘된다. 유능한 직원은 솔직한 피드백을 주면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다. 상향 피드백도 활성화돼 있다. 단 회사는 피드백이 인신공격이나 비난이 되지 않도록 직원들에게 바람직한 피드백 방식을 교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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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작은 DVD 대여 회사에서 무섭게 성장해 오늘날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뒤흔드는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현재 넷플릭스는 세계 190여 개국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규모와 영향력이 커진 만큼 책임 이슈가 세계 각지에서 불거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망 무임승차’ 문제의 중심에 섰고, 프랑스, 태국,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들은 넷플릭스를 상대로 디지털세 부과를 시도하고 있다. 승승장구해온 넷플릭스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헤이스팅스가 이끄는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이 앞으로 새 변화와 도전 앞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지켜볼 일이다. 2만5,000원.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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