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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물 들어올 때 노 젓기?...'대세' 스가, 총리 취임 후 조기 총선으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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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방위상 "10월 중 조기총선 가능성 높다" 발언

스가 총리되면 정권 기반 다지려 국회 해산 가능성

'1년 과도정부' 딱지 떼고 장기 집권 야욕 드러내나

코로나19 상황이 변수..여론도 "조기총선 필요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총리 취임 직후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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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새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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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조기 총선론'을 갑자기 꺼내 든 건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이다. 고노 방위상은 9일 미국의 한 싱크탱크가 주최하는 온라인 강연회에서 "다음 주 총리가 선출되면 10월 중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노 방위상은 '스가 내각'에서 총리의 비서실장 격인 관방장관에 유력시되고 있다.

고노 방위상은 강연회에서 "내년으로 연기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고려하면 중의원 해산·총선을 실시하는 시기가 제한된다"며 조기 총선 시기를 다음달로 꼽은 이유를 밝혔다. 현재 일본 중의원의 임기는 내년 10월까지인데, 조기 총선을 치른다면 올림픽 관련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올해 가을이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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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이 지난 7월 23일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시에 있는 육상자위대 통신학교를 시찰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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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 몰아 장기집권 노리나



스가 장관이 예상대로 오는 14일 열리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당선돼 16일 국회에서 차기 총리에 오르더라도 보장된 임기는 아베 총리의 남은 임기인 '1년'뿐이다. '스가 내각'이 아베 총리와 내년 선출되는 차기 총리를 이어주는 '과도 내각'에 그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스가 장관은 출마 선언 직후 자민당 내 파벌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대세'로 떠올랐고 국민들의 호감도 역시 동반상승하고 있다. 지난 8~9일 교도통신이 전국 유권자 1085명에게 '차기 총리로 적합한 인물'을 물었는데 50.2%가 스가 후보를 뽑았다. 경쟁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30.9%의 지지를 받았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은 8.0%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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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임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왼쪽부터).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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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가 확실할수록 스가 장관이 정권 출범 직후 국민들의 기대감이 클 때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진다. 조기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의 기반을 탄탄히 마련하면 내년에 다시 치러야 할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경쟁자 없이 연임하면서 '스가 장기 집권'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핀치히터'란 게 무슨 말인지…"



스가 장관은 현재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조기 총선에 유보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아사히 신문은 9일자에서 "스가 장관이 '아베 계승'을 내걸면서 '장기 본격 정권'을 시야에 넣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스가 관방장관이 지난 2일 니혼TV 출연 당시 "1년뿐인 핀치히터(대타)인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핀치히터란 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이라며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데 주목했다. '과도 총리'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걸 이런 방식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내년까지밖에 못 한다고 말하면 누구도 상대해 주지 않는다"며 장기 집권에 대한 희망을 스가 장관에게 심어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가 장관은 10일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새 정권에서의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의 필요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해산은 총리의 전권사항이므로, 새 내각 총리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자신은 아직 자민당 총재 당선자가 아니기 때문에 중의원 해산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적절치 않다는 의미다.



아직도 하루에 확진자 500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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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도쿄 시부야 거리를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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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코로나19다. 일본에서는 지난 7월 코로나 제2차 확산이 시작된 후 한때 1500명까지 치솟았던 하루 확진자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8일 513명, 9일 509명으로 여전히 하루 500명대를 기록 중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에 대규모 인원이 움직이는 선거를 치르는 데 대한 반감이 높다. 지난 8~9일 교도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총선 실시 시기에 대해 '현 중의원 임기 만료(내년 10월)나 그 시점 부근에 하는 것이 좋다'는 답변이 58.4%를 차지했다. '가급적 빨리해야 한다'(13.2%)거나 '연내 실시'(10.1%)를 꼽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정권 출범 직후가 아니더라도 새 총리는 국민의 신임을 묻겠다며 언제든 중의원 해산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일본 언론들은 스가 정권이 출범하면 코로나19 상황과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중의원 해산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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