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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D-53] 막말하는 창 VS 신사의 방패...지지율 다시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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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주 중심 좁혀들어가는 격차

29일 첫 TV토론회 분수령 될듯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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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 판세가 심상찮다. 각종 구설과 비판적 여론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열세를 면치 못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경합주를 중심으로 격차를 좁히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50개 주에서 선거인단 수가 세 번째로 많은 플로리다에서는 최근 두 후보의 지지율이 동률을 기록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후보 개인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점에서 대선 유세 막바지로 접어들수록 '밋밋한' 바이든보다는 직설적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대선은 창과 방패의 대결로 평가된다. 사실상 정책 경쟁이 사라진 상황에서 막말과 네거티브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과 40년의 정치 경력에서 튀지 않은 바이든 후보의 성격 때문이다. 창(트럼프)은 더욱 날카로워지지만 방패(바이든)는 더 이상 견고해지지 않고 있다.


구설수 열세 몰리던 트럼프, 경합주 중심으로 격차 좁혀가

이런 평가는 지지율에서 확인된다. 전반적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여전히 앞선다. 하지만 지지율 격차는 좁아지는 양상이다. 특히 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경합주에서는 혼전이다. 정치 전문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이달 1일(현지시간) 현재 발표한 지지율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등을 포함한 6개 경합주에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평균 2.7%포인트 앞섰지만, 한 달 전 격차인 5.6%포인트와 비교하면 크게 좁혀졌다.


특히 8일(현지시간) NBC 방송과 마리스트폴은 대표 경합주인 플로리다 여론조사를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층에서 각각 48%의 지지율로 동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등록 유권자들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48%로, 47%를 기록한 바이든 후보에게 오히려 1%포인트 차로 앞서기도 했다.


경합주 지지율은 승자독식 구조라는 미 대선 특성을 감안하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유권자 득표수에서 조금만 앞서도 선거인단을 전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유권자 득표수에서 300만표 가까이 앞섰지만 6개 경합주에서 전패했다. 그 결과 백악관 입성에 실패했다. 플로리다의 선거인단은 29명으로 미국 50개주 가운데 세 번째로 많으며, 이를 포함한 6개 주(플로리다ㆍ펜실베이니아ㆍ미시간ㆍ노스캐롤라이나ㆍ애리조나ㆍ위스콘신)에 걸린 선거인단은 101명으로 전체 선거인단(538명)의 19%에 달한다.


"졸린 조...中 노리개" 트럼프 공격 대비하는 바이든, 현장유세 강화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가장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를 공격하면서 지지층을 공고히 하는 반면, 바이든 후보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77세로 고령인 점을 들어 그가 노쇠하고 병약하다는 이미지를 공격 포인트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을 '졸린 조'라고 부르는 것은 바이든의 약점인 고령을 포착한 공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의 지지도가 자신보다 높은 상황에서 "변수도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과 갈등을 키우면서 바이든 후보를 '중국의 노리개'로 묘사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자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은 작아졌지만 더욱 깊숙하게 핵심 지지층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핵심 경합주에서 지지율이 여전히 밀리는 양상이지만 선거인단을 잡기 위한 노력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트럼프의 공격을 방어해야 하는 바이든은 밋밋하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신사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5개월 동안 자신의 지역구였던 델라웨어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존재감을 심어주진 못했다'라는 이미지에 그쳤다. 대신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적극적이다. 해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 부모에게 태어난 자신이 부통령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는 막말을 퍼붓자 "거짓말과 사기에 가담하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바이든 후보도 이런 한계를 인식했는지 최근 들어 현장 유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경합주를 다니며 지지를 호소하고 1988년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하던 마이클 듀카키스 민주당 후보가 조지 H. W. 부시 후보의 네거티브 전략에 휘말려 낙선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바이든 캠프는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폭로의 당사자인 언론인 밥 우드워드와의 인터뷰 육성을 활용한 광고를 만들어 공세에 나서기도 했다. 부시가 듀카키스를 공격하던 전법을 역이용한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또 10일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게 국가안보를 구성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허리케인을 소멸시키기 위해 핵폭탄을 허리케인의 눈에 떨어뜨릴 수 있냐고 질문했다는 악시오스 보도에 대한 답이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은 오는 29일 클리브랜드에서 열리는 첫 TV 토론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USA투데이와 서퍽대가 지난달 28~31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TV 토론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응답이 47%로, 바이든 후보가 우위라는 응답인 41%보다 높았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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