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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M&A 잔혹史…아시아나항공 10개월 끌었지만 결국 ‘노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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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이어 항공업계 M&A 불발 잇따라

6년 만에 채권단 관리에 놓이게 된 아시아나항공

기간산업기금 2.4조원 지원..경영정상화 '플랜B'

구조조정 불가피..2500억 계약금 반환 소송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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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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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국적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인수합병(M&A) 여정이 결국 ‘노 딜(No Deal)’로 결론 났다. 지난해 11월 12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294870)(현산) 측과 10개월을 끌어온 협상이 불발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체제 아래에 놓이게 됐다. 앞으로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플랜B’와 고강도의 구조조정은 물론 인수 계약금 2500억원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1위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 무산에 이어 아시아나항공까지 매각이 불발되며 항공업계 구조개편도 당분간 어려워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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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 본사(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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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HDC현산에 계약해지 통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1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 불발 사실을 밝혔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오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관련 금호산업 측에서 현산 측에 계약 해제가 통보된 것에 대해 매각 과정을 함께 했던 채권단으로서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 M&A는 10개월 만에 결국 인수 불발로 끝났다.

현산은 작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뒤 그해 12월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아시아나항공과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가진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 6868만8063주(지분율 30.77%)를 3228억원에 사들이고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할 2조1772억원 규모의 신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기도 했지만, 정몽규 현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계약 이후 현산은 국내외에서 기업결합 승인 절차에 들어가고, 아시아나항공에 실사단을 파견해 기업 상황을 점검하는 등 인수 작업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순항하는 것 같던 인수 과정은 올해 2월 코로나19 사태로 변환점을 맞았다. 아시아나항공 부채와 차입급이 급증하자 현산은 인수 환경이 달라졌다며 재실사를 요구했다. 이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현산의 인수 의지에 의구심을 보이며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채권단이 1조원 인수 대금 인하의 파격 조건을 제시했으나 현산이 ‘12주 재실사’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인수 무산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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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안타까워…경영 안정화 총력”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이날 M&A 무산 이후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담화문을 통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의 M&A 계약이 해제됐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의 거래종결의무 이행이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사장은 “지난해 4월부터 약 1년 5개월 동안 M&A 성사를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불발되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7주간의 실사 및 본 계약 체결 이후 8개월이란 M&A 역사상 전례 없는 긴 기간 동안 HDC현대산업개발의 많은 양의 실사 자료 및 설명 요청에 성실하고 차질없이 응대해준 모든 임직원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임직원들에게도 소회와 당부의 말도 남겼다. 한 사장은 “3월 이후 전사적으로 지속하고 있는 무급·유급 휴직에 동참하며 회사의 위기극복 과정을 함께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M&A 무산 소식을 전하게 되어 안타깝다”며 “이에 굴하지 않고 경영환경과 시장의 변화에 맞춰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킴으로써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에 철저히 대비한다면, 밝은 미래가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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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A350 9호기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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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6년 만에 채권단 관리체제로

인수 무산으로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이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 산은 주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뒤 경영 정상화 노력으로 2014년 자율협약을 졸업한 적이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 19위기로 국제선 운항률이 전년 대비 1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위기 극복을 위해 임원 급여 반납을 비롯해 전 직원 무·유급휴직 등 고통을 분담하며 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 전 직원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구조조정 등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의 관리가 본격화하면 아시아나항공의 인력 구조조정과 경영진 교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조직 슬림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안기금에 기금 지원 개시일부터 최소 90% 이상의 고용 총량을 6개월간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 만큼 당장 인력 감축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된 아시아나항공은 정부 지원 등을 바탕으로 경영 정상화를 위한 ‘플랜B’에 돌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산업경쟁력 강화 장관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이후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는 이어 회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 지원 규모는 5조7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앞서 채권단은 지난해와 올해 아시아나항공에 모두 3조3000억원을 지원했다. 현재 3조원(구조조정 운영자금 2조2000억원·영구채 인수 8000억원)이 집행돼 남은 잔액은 3000억원이다.

한 사장은 채권단이 발표한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시장안정화 대책’ 에 대한 감사 인사도 전했다. 그는 “계약해제에 따른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경영 안정화를 위해 채권단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항공기 운영과 영업환경 유지를 위해 주요 거래처들에게 필요한 제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국가 경제 발전과 국민편익 증진에 기여해 온 아시아나항공의 가치를 인정하고 앞으로 항공운송산업 발전에 더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정부와 채권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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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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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억원 ‘계약금 반환’ 놓고 소송 예상

아시아나항공 매각 불발로 양측 간의 계약금 반환 소송전도 예고돼 있다. 현산 측은 2500억원 규모의 계약금 반환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산 측은 인수대금의 10%인 2500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냈다. 현산 측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측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계약금을 일부라도 돌려받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산은 계약 체결 이후 아시아나의 부채비율 급증 등 자본잠식이 심각한 상황을 강조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점 등도 귀책사유로 지적할 전망이다. 현산은 거래종결일을 한달여 남겨둔 지난 6월 초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2조8000억원 추가로 인식되고, 1조7000억원의 추가 차입으로 부채가 4조5000억원 증가했으며 자본총계가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2008년 한화케미칼이 대우조선해양인수를 추진하며 내걸었던 3000억원대의 이행보증금 중 1260억여원을 돌려받은 사례가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한화케미칼 간의 소송전이 7∼8년 동안 이어졌던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금을 둘러싼 양측간 법적 공방도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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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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