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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아베 정권 계승’ 공언한 스가 … 차기 극우 내각 구성 불보 듯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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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회의’ 소속 대거 입각 조짐

아베 각료 20명 중 16명 일본회의 소속

現 국회의원 32% 해당… 자민당 217명

‘망언 제조기’ 악명 아소 부총리도 해당

한·일 우호관계 확대 갈수록 험로 예고

세계일보

일본 집권 자민당의 총재 선거에 출마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난 8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취재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총리를 예약한 차기 정권에서도 일본 극우 세력의 영향력이 맹위를 떨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권의 완전승계를 선언한 스가 정권에서도 극우의 구심점인 일본회의 소속 정치인의 대거 입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1일 일본회의의 정치 조직인 일본회의 국회의원간담회 회원 명단을 확인한 결과, 아베 내각의 각료 20명 중 일본회의 소속은 16명에 달한다. 16명 중 15명은 또 다른 우익 정치 조직인 신도(神道)정치연맹(신정련) 국회의원간담회에도 속해 있다. 아베 총리, 아소 다로 부총리, 스가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고노 다로 방위상, 아베 총리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과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 등이 양 조직에 모두 소속된 각료다.

두 조직 중 어느 한쪽에도 가담하지 않은 각료는 20명 중 2명에 불과하다.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과 종교 단체인 창가학회를 기반으로 하는 공명당 출신의 아카바 가즈요시 국토교통상이다. 다만 고이즈미 환경상은 표면적으로는 두 조직에 가담하지 않았으나 2009년 8월30일 중의원(하원)에 진출한 뒤 해마다 8·15 때 군국주의의 상징이자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지난해 9·11 개각을 통해 처음 입각한 뒤 올해 8·15에도 환경상으로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일본 헌법은 정교(政敎)분리를 규정하고 있어 종교시설인 야스쿠니신사에 대한 현직 각료 명의의 공식 참배는 민감한 이슈다.

일본회의는 현재 일본 기득권층의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일본회의 소속 정치인은 아베 정권 출범 이후 내각과 자민당의 주요 포스트를 차지하면서 약진하고 있다.

일본회의 국회의원간담회는 1997년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 모리 요시로 전 총리, 오자와 다쓰오 전 후생상이 공동 설립한 초당파 조직이다. 세계일보가 이름을 확인한 일본회의 소속 현직 국회의원만 전체 의원(중·참의원 710명)의 3분의 1(31.7%)에 육박하는 225명에 달한다. 이 중 자민당 소속이 217명이다.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394명) 중 과반(55.1%)이 일본회의 소속인 것이다. 일본회의 소속이 아니면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상황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스가 장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세 후보 모두 일본회의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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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의 차기 총재 선거에 출마한 스가 요시히데(중앙)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전 외무상, 이시바 시게루(왼쪽) 전 방위상 등 3명이 지난 8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의 핵심 참모로 제국주의·침략전쟁의 책임을 회피하는 역사수정주의 노선 추진과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만들겠다는 군사 대국화 정책에 일조해 왔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전력(戰力) 불보유를 규정한 헌법 9조 2항을 삭제하고 국방군 근거 조항을 삽입하는 헌법 개정에 의욕적이다. 기시다 전 외무상은 호헌 입장의 비둘기 파벌인 굉지회(宏志會) 소속이면서도 우경화·군사대국화를 가속화하는 아베 총리에게 동조하며 매파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망언 제조기로 악명 높은 아소 부총리를 정점으로 그동안 각종 망언과 반한 언행으로 한·일 관계에 파문을 일으켰던 우익 정치인은 모두 일본회의 소속으로 봐도 무방하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상은 일본의 침략전쟁을 옹호하는 발언을 일삼으며 역사 수정주의에 앞장섰다. 그는 2013년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담화(1995년 발표)에 대해 “나 자신은 침략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무라야마담화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부정했다. 에토 세이이치 영토담당상은 지난해 8월 방일한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과거 일본에선 한국을 매춘 관광으로 찾았는데 나는 하기 싫어서 잘 가지 않았다”는 취지의 망언을 했다. 2013년 12월에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미국이 실망했다는 메시지를 내자 “실망한 것은 오히려 우리 쪽”이라고 주장하는 동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중의원 의원 3선 후 일본회의의 지원으로 2013년 참의원(상원) 의원에 당선됐으며 아베 총리와 사상신조가 거의 동일한 맹우(盟友) 중 맹우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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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와 같은 당내 최대 파벌 소속으로 이번에 총재 선거 출마를 검토하다가 그만둔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당 선거대책위원장)과 이나다 도모미 전 방위상(현 당 간사장대행)도 마찬가지다. 시모무라 전 문과상은 2014년 일본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1993년 발표)와 무라야마담화가 교과서 검정 기준에 따른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나다 전 방위상은 같은 해 정조회장으로서 고노담화 검증 작업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이다.

누카가 후쿠시로 회장 등 한·일 우호 관계를 확대한다는 일한의원연맹 소속의 상당수가 일본회의에 속해 있는 것도 양국 관계의 아이러니다. 2013년 세계일보가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306명의 일본 국회의원을 분석한 결과, 일한의원연맹 소속 의원(당시 전체 258명)은 4월 춘계예대제(봄철 제사) 때 93명, 8·15 때 80명(직접 34명+대리 46명, 37%)이 참배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야당 인사 중에서는 국민민주당 소속 마에하라 세이지 중의원 의원이 눈에 띈다. 민주당 정권에서 외무상·국토교통상을 역임한 마에하라 의원은 자민당과 대항하기 위한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제2야당 국민민주당의 합당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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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외 유력 정치인 중에도 일본회의 소속이 다수 포진해 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6년 제2 도쿄한국학교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하더니 마스조에 요이치 전 지사가 추진했던 부지 임대 계획을 무산시켰다. 또 취임 후 해마다 9월 1일 엄수되는 간토 대학살 조선인 추도식에도 전임 지사들과는 달리 추도문 전달을 거부하고 있다.

◆우익 구심점 일본회의는

일본회의는 1997년 일본을 지키는 회와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통합돼 발족한 조직이다. 왕실존중, 국방충실, 애국교육, 헌법개정, 전통적 가족관 유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일본회의와 또 다른 우익 정치조직인 신도(神道)정치연맹(신정련) 모두 일제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 부인, 일왕·총리의 야스쿠니신사 공식 참배,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회의의 뿌리는 1960년대 우익 학생운동과 신흥 종교단체인 ‘생장(生長)의 집(家)’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장의 집은 만교귀일(萬敎歸一)을 내세우며 신도, 불교, 기독교 등의 근본이 하나라는 교의를 가졌다. 이 두 세력을 연결하는 핵심 인물이 가바시마 유조 일본회의 사무총장이다. 생장의 집과 깊은 관계가 있는 그는 1960, 70년대 우익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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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바시마 유조 일본회의 사무총장


일본을 지키는 회는 생장의 집과 일본의 신사(神社)를 총괄하는 신사본청(本廳)을 중심으로 1974년 결성된 우익 종교조직이다. 왕실을 중심으로 일본 국민의 연대감·애국심 강화를 강조하며 국기·국가·연호 법제화를 주장했다.

1981년 창설된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는 일왕의 연호를 법제화하는 원호법(元號法)제정운동에 참가한 우익 성향의 재계, 문화예술계, 체육계 인사 등의 단체였다.

일본을 지키는 회와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하나가 되면서 일본 우익의 거대 구심점이 형성됐다. 일본회의 회원은 3만8000여명으로 알려졌으며, 전국 47개 도도부현(광역지방자치단체)에 지역 본부를 두고 있다.

산하에는 국회의원간담회, 지방의원연맹과 같은 의원 관련 조직을 비롯해 아름다운 일본헌법을 만드는 회, 일본여성의 회, 메이지의 날 추진협의회,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민의 회 등 관련 조직이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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