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적외선으로 유물 비밀 분석
기마토기 CT 촬영 뒤 “주전자네”
박물관 보존과학부 ‘검진’ 기록
67점 비밀 모아 ‘빛의 과학’전
유혜선 보존과학부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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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유혜선(52) 보존과학부장의 말이다. 가운을 입고 의료장갑까지 끼니 금방이라도 문화재를 수술대에 올릴 듯한 기세다. PC 화면엔 수백 배로 확대한 금제 허리띠고리 표면 사진이 보였다. 1916년 평양 석암리 9호분에서 출토된 낙랑시대(1세기)의 금제 허리띠고리(길이 9.4㎝, 너비 6.4㎝)다. 확대 화면엔 1㎜도 안 되는 금 알갱이 장식들이 또렷했다.
국보 89호 금제 허리띠고리는 이번 특별전 ‘빛의 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에 전시되는 유물 중 하나다. 전시엔 국보·보물 10점을 포함해 57건 67점이 선보인다. 지난달 25일부터 관객을 맞을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되고 있다.
국보 91호 기마인물형토기(사진)의 컴퓨터 단층촬 영(CT) 3차원 이미지(아래 사진)에선 물을 따르는 구조 등 주전자로서의 쓰임새를 확인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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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91호 기마인물형토기(위 사진)의 컴퓨터 단층촬 영(CT) 3차원 이미지(사진)에선 물을 따르는 구조 등 주전자로서의 쓰임새를 확인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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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담당하는 미술부나 고고역사부가 아니라 보존과학부가 특별전을 주도한 건 2016년 보존과학연구부 출범 4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보존과학, 우리 문화재를 지키다’전 이후 두 번째다. 유 부장은 당시 연구관으로 참여했다.
“보존과학에선 보이지 않는 빛, 즉 X선·적외선·자외선 같은 게 유용해요. 육안으로 안 보이는 유물의 비밀을 알려주죠. 특히 2017년 고가 CT(컴퓨터단층촬영) 도입 후 3차원 분석이 가능해졌어요.”
유 부장이 수년간 밀어붙여 따냈다는 이 17억원짜리 CT는 유물을 해체하지 않고도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국보 91호 ‘기마인물형토기’(6세기) 분석이 대표적이다. 말 탄 사람을 형상화한 장식용 조각처럼 보이지만 CT 결과 주전자로 쓰였음이 확인됐다. 인물 뒤 깔대기 모양의 구멍 안에 물이나 술을 넣고 다시 말 가슴에 있는 대롱을 통해 물을 따르는 구조가 파악된 덕분이다. 말 내부 체적 계측 결과 용량은 240cc 정도로 파악됐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 연구사들이 국보78 호 금동반가사유상의 감마선 측정 결과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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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보존과학도 의료장비 발달을 따라갑니다. X레이로 못 찾은 암세포를 CT로 발견하듯, 문화재도 3차원 분석으로 건강 상태를 볼 수 있게 된 거죠. 이번 전시에 맞춰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을 CT 검진을 했는데 향후 보존·복원에 귀한 정보가 될 겁니다.”
보존과학은 서양에서도 20세기 들어 활성화된 통섭 분야에 속한다. 한국에선 1960년대 경주 불국사 석굴암 보존처리 문제가 대두한 이후 과학적 연구가 활발해졌다. 특히 70년대 무령왕릉, 천마총 등 고분 발굴로 전문인력 필요성이 제기됐다. 대만·일본 등에서 토·자기 보존과 금속문화재 보존의 선진 기술을 배워온 이들을 주축으로 1976년 보존기술실이 출범했다. 당시만 해도 확대경과 핀셋 정도가 장비의 전부였다고 한다.
유 부장은 “2024년 문화유산과학센터가 완공되면 더 많은 문화재를 신속히 보존처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박물관의 연간 보존처리 실적은 약 1000점. 수장고의 41만 점을 처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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