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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이스타항공, ‘산 넘어 산’ 재매각 순항할까…투자설명회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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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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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의 재매각 절차가 조만간 시작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매각 주관사들은 인수 의사를 표명한 업체 중 8개사를 상대로 조만간 투자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은 늦어도 10월까지는 우선협상 인수기업을 선정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까지 마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 8개사는 주로 여행ㆍ레저 관련 사업을 하며 항공업과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업체들로 알려졌다. 여기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재계 서열 38위인 SM그룹도 매각 주관사 측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SM그룹은 대한해운, SM상선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며 해운과 물류, 호텔, 레저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M그룹이 인수·합병 경험이 많은 만큼 이스타항공 인수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0억 부채는?…600억은 탕감 불가



재매각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2000억원이 넘는 부채는 그중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스타항공은 1분기 말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관건은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부채를 얼마나 탕감받을 수 있느냐다. 이스타항공의 부채 2000억원 중 600억원은 탕감할 수 없는 임금채권(체불임금 및 퇴직금)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의 공통적인 요구 사항이 인수 전 몸집을 최소화해달라는 것이었다”며 “정리해고를 통해 고정 지출비를 확 줄인 만큼 이스타항공은 인수 대상으로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과 협의하는 상대가 두 쪽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도 인수자 측에선 부담이다. 이스타항공 노동자 측은 조종사 노동조합과 근로자 대표단으로 나뉜다. 조종사 노조는 기장ㆍ부기장 등 운항승무원 220여명을 대표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에 가입한 단체다. 근로자 대표단은 지난 3월 말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투표를 통해 선출된 직할ㆍ영업운송ㆍ정비ㆍ객실ㆍ운항 등 부문별 대표자 5인이다.

주요 현안에 대해 입장이 달랐던 조종사 노조와 근로자 대표단의 노노 갈등 양상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엔 회사 측의 정리해고 방침에 대해 조종사 노조가 육아휴직 카드를 꺼내 들면서 다시 불거졌다. 직장인 익명게시판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선 “무급휴직하면 체당금 안 나온다고 뭐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제 구조조정을 한다니까 순환 무급휴직이냐”라며 조종사 노조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상직에 등 돌린 정부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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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노조가 9일 오전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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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채권단의 적극적인 정책과 금융지원도 필요하다. 다만 이스타항공이 존속할 이유가 충분한지는 의견이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존속 가치가 청산 가치보다 더 크다는 판단이 나와야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된다. 국회 국토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회생을 위해선 공적자금 투입 등 여러 가지 정부 지원이 필요한데 대주주(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현재까지는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지원책을 공식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실소유주인 이상직 의원에 대한 정부·여당의 태도도 달라졌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4일 “이 의원은 창업주,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갖고 국민과 회사 직원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해달라”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M&A 무산 전) 이상직 의원을 두 번 만나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현재까지 아무 진전이 없는 점에 대해서 매우 유감”이라고 말한 지 3일 만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에서는 이 의원이 빨리 알아서 소명하고 나가주길 바라는 분위기”라며 “끝까지 버틴다면 결국 출당 조치를 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직원들 사이에선 이번 재매각을 놓고 “절망 끝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인다”는 기대감과 함께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신중론이 상존한다. 이미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 무산을 한 번 겪은 데다 업계 2위인 아시아나항공마저 끝내 매각이 좌절된 것까지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 전 직원은 “이번 정리해고는 사 측이 ‘재고용’을 약속해 실시한 만큼 인수하려는 기업을 상대로 사 측이 재고용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물론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있다는 게 지금으로선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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