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6 (토)

이슈 틱톡의 새 주인 찾기

中 `틱톡 핵심기술 빼고 판다` 고집에…오라클, MS 제치고 대반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첨예한 갈등 소재가 된 '틱톡' 미국 사업 매각이 13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아닌 오라클로 정리된 것은 '알고리즘' 포함을 놓고 MS가 원칙론을 고수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구체적인 매각 시한까지 설정하며 압박하자 중국 정부는 알고리즘 등 인공지능(AI) 기술 수출에 규제를 가하며 '미국 일방주의'에 제동을 건 바 있다. 오라클은 클라우드 사업에 적극 뛰어들기 위해 이 부분에서 유연성을 발휘했고, 낙찰자가 됐다. 오라클 공동창업자인 래리 엘리슨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해 온 기업인이라는 점도 협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이런 딜에 관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초반부터 주목을 끌었다.

이날 MS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틱톡 서비스와 관련해 미국 시민의 사생활 보호와 국가 안보, 허위 정보 유포 방지를 위한 명확한 원칙을 바이트댄스 측에 제시했으며 바이트댄스는 우리에게 틱톡 지분을 파는 것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MS가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양측 협상이 파국에 이른 것은 알고리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MS는 협상 과정에서 틱톡의 추천 알고리즘을 인수하는 안을 고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포함하지 않은 인수안으로는 미국 국가 안보를 지키기 쉽지 않다고 보고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MS는 틱톡 인수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적극 나섰다. 그간 MS는 게임 사업인 엑스박스(Xbox)를 제외하고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 치중하며 B2C 사업을 등한시한 게 사실이다. 미국 내 틱톡 사용자는 2018년 초에 월간 1100만명 수준이었지만, 최근 1억명으로 급증했다. MS 입장에서는 B2C 사업을 강화할 절호의 기회였다. MS는 자금력에서도 오라클을 앞섰다. MS는 오라클의 3배인 1360억달러의 현금을 쥐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미국 기업에 틱톡 애플리케이션(앱) 알고리즘을 판매하거나 이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차는 팔 수 있지만 엔진은 안 팔겠다는 뜻"이라고 바이트댄스 이사회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알고리즘은 앱 사용자들의 문자메시지, 영상 이용 기록 등 광범위한 사용자 정보를 분석해 '맞춤' 영상·트렌드를 추천하는 틱톡 핵심 기술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틱톡이 미국인들의 사생활 정보를 불법적으로 빼낸다는 이유로 바이트댄스에 틱톡 매각을 명령하자 지난달 말 중국 정부는 AI 기술 수출 제한을 발표하면서 '틱톡이 알고리즘을 판매하는 것은 중국의 기술 수출 제한에 해당해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방침을 낸 바 있다.

다음 단계는 이번 계약에 대한 백악관과 외국인투자위원회의 승인 여부다. 관건은 이번 사태가 촉발하게 된 데이터 보호 장치를 얼마나 마련했는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라클이 추진해온 계약 조건에 알고리즘 인수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이번 거래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찰스 가스파리노 폭스뉴스 기자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틱톡 거래가 성공하려면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 간 협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인수라기보다는 파트너십에 가깝다고 해석돼 대규모 자산 이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쿼이아캐피털, 제너럴애틀랜틱 등 바이트댄스의 기존 투자자들은 거래 과정에서 생기는 법인에 지분을 갖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MS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월마트는 이날 다시 오라클 측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월마트는 바이트댄스 경영진 및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MS보다 오라클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달 3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와 MS의 관계를 집주인과 세입자에 빗대어 "미국 없이 MS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며 MS는 (틱톡 인수 시) 이른바 '키머니(key money·권리금)'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같은 달 18일 애리조나주 유마 유세 현장에서는 "오라클은 아주 훌륭한 기업이며 창업자도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오라클을 노골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반면 중국 관영 매체들은 바이트댄스가 오라클에도 틱톡 미국 사업 부문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란 보도를 내놓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경보는 자사 웨이보 계정을 통해 "바이트댄스 창업자인 장이밍 최고경영자(CEO)는 여전히 회사가 세계적 발전을 이어나가길 바라고 있다"며 "틱톡 미국 사업을 매각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영 방송사인 중국중앙(CC)TV의 대외 선전용 영어 채널인 CGTN 인터넷판 기사 역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트댄스가 오라클에도 틱톡 미국 사업을 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트댄스와 오라클 등 핵심 이해 관계사들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과 중국이 기술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트댄스의 틱톡 매각 작업에 중국 당국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바이트댄스가 틱톡 미국 사업 부문을 완전히 매각하기보다는 '구조조정'에 가까운 거래를 원하고 있는 것도 매각에 부정적인 보도가 나온 배경이란 추측이 나온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 서울 =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