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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뼛속까지 2인자’ 스가 “아베 정책 계승이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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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일 자민당 총재 당선

70% 압도적 득표…16일 총리 지명

철저한 2인자 정신으로 후계자 돼

고관 인사권 쥐고 ‘손타쿠’ 중심에

NHK 수신료 인하 등 포퓰리스트 면모

중의원 해산으로 ‘아베 시즌2’ 넘을까


한겨레

14일 일본 도쿄 그랜드프린스 신타카나와 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70%를 득표해 압승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동료 의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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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2인자’였던 스가 요시히데(72) 일본 관방장관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압승하며 ‘일본 정계 1인자’로 등극했다. 아베 신조 정부에서 ‘그림자 총리’(스가의 별명)로 몸을 낮추며 자기 비전과 정책을 내놓은 적이 없으나 관료 장악력은 탁월했기에, ‘아베 정부 시즌2’라는 냉소를 걷어낼 수 있을지 의구심과 기대감이 교차한다. ▶관련기사 2면

자민당은 14일 오후 2시부터 중·참의원 양원 의원총회를 열어 총재 선거를 치른 결과, 스가 장관이 유효투표수 534표 중 377표(70.6%)를 얻어 당선됐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은 89표(16.7%)로 2위,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68표(12.7%)로 3위를 차지했다. 스가 신임 총재는 당선 뒤 인사말에서 “7년8개월 동안 일본의 리더로서 전력을 다해준 아베 총리에게 감사한다”며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아베 총리가 추진해온 정책을 계승해 나가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스가 총재는 16일 임시국회 총리 지명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잇는 차기 총리가 된다.

스가 총재는 혼슈 아키타현에서 딸기농사를 짓던 부농의 아들이었으나, 정계에서는 자수성가했다. 비서관에서 시작해 연고도 없는 요코하마 시의원, 중의원(가나가와현 제2구)을 거쳤고, 관방장관에 이어 총리까지 오르게 된 비세습 정치인의 상징이다.

그의 자수성가 비결엔 철저한 ‘2인자 정신’이 있다. 아베 총리가 7년8개월 동안 관방장관으로 곁에 둔 스가를 후계자로 선택한 것도, 스가 뒤에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뜻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가 총재는 실제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도우며 2인자로 살아온 동생 도요토미 히데나가의 삶을 동경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히데나가처럼 언제나 뒤에서 지켜주는 존재가 있었기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천하를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스가 총재의 측근들도 “그는 옛날부터 간사장이나 관방장관을 하고 싶어 했다”며 “‘넘버2’의 자세로 신뢰관계를 쌓아 올린다”고 전했다.

특히 관료사회를 장악해 1인자를 보좌하는 데 탁월했다. 아베 정부의 폐해 중 하나인 ‘손타쿠’(관료들이 알아서 정권의 눈치를 보는 문화)의 중심에도 그가 있다. 2014년 5월 내각인사국을 만들어 심의관 이상 600여명의 고위 관료 인사권을 총리관저가 틀어쥐도록 했다. 부처 사이 칸막이 행정을 없앤다는 명분이었지만 부정부패를 감추고 총리를 돋보이게 하는 정책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손타쿠’ 문화가 2017년 올해의 유행어가 될 정도였다. 스가 총재는 “기본적으로 방향성은 정치가 결정한다”며 인사로 관료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책임 정치’라고 주장했다.

대중이 좋아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포퓰리스트’의 면모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고속도로 통행료나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수신료 인하에 이어 휴대전화 요금 40% 인하도 주장하고 있다. 나카지마 다케시 도쿄공업대 교수는 저서 <일본의 내일>에서 “스가가 추진하는 정책은 대중의 욕망에 영합하는 것이 많다”며 “오키나와 현민들이 미군기지 이전 반대를 하자 디즈니랜드를 지어주겠다고 하는 등 포퓰리스트적 성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2인자에 머물다 1인자로 올라선 그가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스가 총재는 파벌의 힘을 모아 승리했다. 자민당 내 7개 파벌 중 5개가 지지를 밝히면서 총재에 이어 총리까지 일찌감치 확정했다. 물밑에선 벌써 내각이나 당 주요 보직을 두고 파벌들의 주도권 다툼이 시작됐다. 당내 기반이 약한 그가 파벌들과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가 ‘정권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줄곧 2인자로 처신해온 탓에 일본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지도자’로서 비전과 정책도 취약하다. 경제와 외교·안보 등 주요 정책에 대해 “아베 정부를 계승하겠다”고 밝히고 있을 뿐, 독자적인 정책은 아날로그식 업무 관행 개선을 위한 ‘디지털청’ 설립 정도다. 일본 안팎에서 ‘아베 시즌2’가 시작됐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한-일 관계 역시 이런 측면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재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과 관련해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거나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 한-일 관계의 기본”이라며 아베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스가 총재의 임기는 아베 총리의 잔여 임기인 1년이지만,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스가에겐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정통성을 확보하고 당내 기반도 확실히 다지기 위해 총선 승리가 필요하다. 미디어와 정치권의 전방위 조력으로 최근 스가 총재의 지지율이 수직 상승한 것도 ‘10월 총선설’의 한 이유다. 그러나 스가 총재는 이날 총재 경선에서 승리한 뒤 첫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문제를 수습하고 경제를 살려달라는 것이 국민의 큰 목소리”라며 “전문가들이 완전히 가라앉았다고 하지 않는 한 (중의원 해산은)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관련기사 http://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9600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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